유전자 가위 기술 작물에 적용하면 GMO일까, 아닐까?읽음

박효순 기자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얻어진 작물 등이 GMO(유전자변형)이냐, 아니냐(Non-GMO)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전자 가위 기술 미디어 세미나’에서 서울대 수의학과 장구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질병 치료와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기술이란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는 앞으로 혼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과학자나 과학단체의 노력만으론 유전자 가위 기술의 GMO 여부 논란을 잠재울 수 없으며, 정부·시민단체·교육계 등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유전자 가위 기술은 2012년에 탄생했다.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이 기술은 앞 세대 기술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쉽게 정확하게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잘라 내거나 새로운 유전자로 바꿔준다.

관련 전문가들은 만일 유전자 가위 기술을 GMO로 보고 그에 준해 규제하면 이 분야의 기술혁신과 실용화에 큰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GMO가 아닌 것으로 판정해 규제를 과도하게 풀면 기술 도입 초기단계부터 과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 중 외부에서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는 것은 자연적인 돌연변이를 이용한 육종(育種)에 가깝다. 육종에선 수대에 걸친 교배를 통해 좋은 형질을 찾아내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부분만 잘라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장 교수는 “방사선 처리 등 육종 기술을 통해 얻은 작물을 GMO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돌연변이와 똑같이 만든 작물은 GMO로 보지 않는 것이 맞다”면서 “외부 유전자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돌연변이와 거의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 작물을 만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연 돌연변이와 같거나 유사한 작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GMO가 아닌 작물로 인정받아 심한 규제를 피해 가기 위해서다.

이날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전방욱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물 중엔 외부 유전자가 삽입된 것도 일부 있다”면서 “이런 작물은 GMO로 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소개했다.

2016년 봄, 미국 농무부(USDA)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갈변하게 하는 DNA를 제거한 양송이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그 작물에 외부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하지만 2018년 7월 유럽 사법재판소는 모든 유전자 가위 작물은 GMO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에서도 가축 등 동물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면 안전성 심사 등 GMO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작물이 GMO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안전성 심사에 관한 규정’(제2조 2항 1)에 따른다면 유전자 가위 기술 이용 작물은 ‘현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것이므로 일단 GMO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해석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권해석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전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 이용 작물은 산업 측면과 소비자 안전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면서 “GMO 여부를 정부·학계가 일방적으로 정하긴 힘들고 홍보와 교육을 통해 소비자를 이 논의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주최하고 LMO포럼운영위원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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