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년 전 ‘붉은 쥐’ 살고 있었다

쥐의 조상 세포에서 색소 흔적 찾아내

그동안 고대생물학자들은 첨단 과학을 동원해 오래된 동물 화석에서 색깔을 되살려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화석 안에서 털이나 깃털 등을 발견하기 매우 힘들었고, 설사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세포 안에 색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첨단과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2일 ‘사이언스’, ‘CBS’, ‘데일리 메일’,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300만 년 전에 살았던 쥐의 털 화석에서 색소를 구성하고 있는 화학기호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싱크로트론 급속 형광분석기로 촬영한 쥐의 조상  ‘아포데무스 아마부스’ 화석 표면. 붉고 강한 노란 빛을 띠고 있는데 붉은색을 띠게 하는 피어멜라닌 색소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University of Manchester

싱크로트론 급속 형광분석기로 촬영한 쥐의 조상 ‘아포데무스 아마부스’ 화석 표면. 붉고 강한 노란 빛을 띠고 있는데 붉은색을 띠게 하는 피어멜라닌 색소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University of Manchester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색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30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작은 쥐의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이 불그스레한(reddish) 털로 뒤덮여 있었다. 반면 복부 쪽은 작은 부분이지만 하얀(white) 색 털이 나 있었다.

연구팀은 불그스레한 털로 뒤덮여 있는 이 쥐가 무리를 이루면서 독일 들판 위를 종종걸음으로 서성거리며 서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맨체스터 대학의 지구학자 로이 워겔리우스(Roy Wogelius) 교수는 “색소를 분석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복합된 ‘엑스선 분광분석법(x-ray spectrography)’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법은 물질이 방사, 또는 흡수하는 X-선의 에너지, 파장, 주파수 등을 직접 측정하고 이 계의 에너지준위간의 간격, 각운동량(角運動量), 다중도(多重度) 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워겔리우스 교수는 “X-선을 통해 쥐 화석을 스캔한 결과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색이 펼쳐졌다”며, “이 쥐가 예상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색상을 지니고 있는 종(種이)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21일(현지 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Pheomelanin pigment remnants mapped in fossils of an extinct mammal’이다.

논문에 의하면 최근 고생물학자들은 수억 년 동안 지속돼온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고생물의 색상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동물 진화에 있어 색소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

최근 연구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화석화된 멜라노좀(Melanosomes)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최근 들어서는 화학변이영상(chemical imaging)과 분광학(spectroscopy)이 멜라닌의 한 유형인 유멜라닌(Eumelanin)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멜라닌이란 동물의 털이나 새의 깃털 속에 들어 있는 멜라닌이 함유된 색소의 일종으로 검정(black)에서 갈색(brown)에 이르기까지 색상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동물 색소 진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 

그동안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룡을 비롯한 멸종 동물의 털과 깃털, 알 등의 색상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고에너지의 싱크로트론 X-레이 기기를 통해 블랙(black), 브라운(brown), 그레이(gray) 등의 세포 색상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 최근까지 가장 큰 성과는 피부‧털 등의 색소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 유멜라닌(Eumelanin)을 발견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멜라닌의 사촌격이라고 할 수 있는 피어멜라닌(Pheomelanin) 성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었다.

이 성분은 피부와 털 등의 세포 내에서 핑크(pink) 혹은 적색(red hue)을 띠게 하는 성분이다. 주로 포유동물의 털 세포 안에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왔으나 포유류 화석에서 이 성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공동연구팀이 타깃을 삼은 것은 쥐의 털 화석에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 피어멜라닌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첨단 장비를 동원, 피어멜라닌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유기황(organosulfur)과 아연(Zn)의 합성물질을 제조해 피어멜라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했다.

피어멜라닌을 확인하기 위해 채택한 화석은 약 300만 년 전 독일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한 쥐의 조상 ‘아포데무스 아마부스(Apodemus atavus)’다.

작은 쥐의 모습을 한 이 화석에 유기황‧아연의 합성물질을 적용한 후 싱크로트론 급속 형광분석기(Synchotron Rapid Scanning X-ray Fluorescence)로 촬영한 결과 화석 표면이 붉고 강한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 색상들은 300만 년 전 이 쥐의 조상의 몸이 붉고 노란색을 띠는 피어멜라닌 색소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논문은 이번 연구 결과가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진 멸종 동물에게 있어 피어멜라닌 색소가 어떻게 유전돼 왔으며, 동물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주는 최초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웨겔리우스 교수 연구팀은 “포유류 동물들이 약 3000만 년 전부터 피어멜라닌 색소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기원이 더 오랜 기간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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