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과학자들은 얼룩말의 줄무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왔다.
찰스 다윈과 같은 진화론자들은 이 줄무늬가 진화의 결과라고 보았지만 검고 하얀 줄무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맹수를 피하기 위한 위장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든지, 얼룩말들 사이의 신호를 주고받기 위한 표식이라든지, 검고 하얀 체크무늬로 피부 온도를 떨어뜨려 더위를 견디게 한다는 등의 주장들이 제기됐지만 가설일 뿐이었다.
얼룩말에 접근한 흡혈파리 동영상 촬영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견해가 한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줄무늬가, 아프리카 체체파리(tsetse flies)와 같은 흡혈 파리에 물리지 않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이 파리는 암수 모두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수면병을 옮기는 곤충이다.
현재 대다수 과학자들은 과거 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말들이 흡혈 파리에 물리지 않기 위해 검고 하얀 줄무늬 털로 피부를 뒤덮었으며, 지금 이 진화 과정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 줄무늬가 어떤 식으로 흡혈 파리를 퇴치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21일 ‘사이언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줄무늬 옷을 입은 말들을 대상으로 흡혈 파리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근 그 의문을 밝혀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진화적 생태학자이면서 동물 색상 전문가인 팀 카로(Tim Caro) 교수는 “동물들이 갈색(brown)과 회색(gray) 줄무늬를 보았을 때 지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고(black) 하얀(white) 줄무늬를 보았을 때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
‘뉴욕타임즈’ 기자와 만난 그는 흡혈 파리들이 검고 하얀 것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얼룩말 무늬에 접근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고속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면 파리들이 줄무늬에 접근하면서 큰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혈 파리들이 줄무늬 위에 안착하지 못한 채 충돌하거나 그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다 방향을 180도 돌려 허공을 향해 다시 날아올랐다.
이 실험은 영국 브리스톨 대학 인근 한 농장에서 아프리카에서 생포한 얼룩말과 다양한 종류의 줄무늬 옷을 입은 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흑‧백 줄무늬, 위치감각 혼란 불러일으켜
얼룩말의 줄무늬가 흡혈 파리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20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Benefits of zebra stripes: Behaviour of tabanid flies around zebras and horses’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얼룩말의 검고 하얀 줄무늬가 흡혈 파리와 같은 곤충을 퇴치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지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영국의 한 농장에서 파리목 등에과의 흡혈곤충인 등에(tabanidsz)가 보통 말과 얼룩말의 줄무늬에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줄무늬라도 색깔이 다른 줄무늬에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등에가 줄무늬를 향해 평상시와 달리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으며, 그 속도로 인해 충돌이 일어나고 급하게 방향을 선회해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얼룩말의 검고 하얀 줄무늬가 등에의 순조로운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얼룩말의 줄무늬가 왜 생겨났는지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등에가 얼룩말 피부 위에 안착하는 비율이 일반 말과 비교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말에 쉽게 접근하는 등에가 얼룩말에는 안착하지 못했으며 성공한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룩말의 줄무늬가 없는 부위인 머리 부분에는 등에가 쉽게 접근해 흡혈에 성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줄무늬가 등에의 흡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편 먼 거리에서는 줄무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얼룩말이 근처에서 등에가 날아다니는 것을 인지하면 꼬리를 거세게 흔들거나 빠르게 달리며 등에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줄무늬로부터 비롯된 시각적인 혼란이 흡혈 파리의 비행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카로 교수는 이발소 앞에 걸어놓은 간판기둥인 ‘바버 폴(barber pole)’을 예로 들었다. 이 장치가 계속 돌면서 사람들의 시각에 혼란을 주고 또한 시선을 끌어들인다는 것.
얼룩말의 줄무늬도 유사한 과정을 통해 흡혈 파리 시각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줄무늬들이 혼란을 주어 비행 위치를 착각하게 하고, 이로 인해 정확한 안착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로 교수는 “흑과 백의 강한 대조가 흡혈 파리 시각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나 어떤 과학적 원리를 통해 흡혈파리가 혼란을 겪고 있는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카로 교수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색상이 다른 줄무늬 옷을 제작해 흡혈 파리의 반응을 다양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오래지 않아 줄무늬와 관련된 시각적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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