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과학 기술 정책 전망
미국 과학기술계가 올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주변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하원에서 다수당이 된 후, 트럼프 행정부와 예산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안팎에서 첨단과학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양자 정보 과학기술을 둘러싼 첨예한 경쟁은 그 좋은 예다.
이 같은 추세로 볼때 2019년 과학기술계는 매우 다사다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미국물리학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는 전망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도 이같은 국제정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셧다운이 과학기술계에 미치는 여파
35일간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업무정지)은 가장 긴 사태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로 인해 NASA(미항공우주국), NSF(국립과학재단), NIST(국립과학기술연구소), 환경청 등 많은 연방정부 기관과 출연기관들이 일시 문을닫았었다. 에너지성, 국방성,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등 과학기술 관련 부처가 지원하는 곳은 상황이 그나마 좀 나았다. 이들은 일찌감치 올해 예산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출연기관에 고용된 과학자들은 셧다운 사태 동안 급료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 무급 휴가를 떠났다. 그들이 없는 동안 교부금 조성은 멈췄다. 연구성과도 당연 연기됐다. 과학기술 관련 학술회의도 차질이 생겼다.
아직도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신년 국정연설에서 국경 장벽 건설의 강행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의장도 예산 시한이 2월 15일(현지시간)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희망하고 있으나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하지 않고 있다.
셧다운이 재발할 경우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시설과 주요데이터 수집작업은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또한 미 연방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젝트들은 국제 무대에서도 당분간 연기되거나 지연되는 사태는 피할 수 없다.
과학기술 예산 축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연방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여기에는 많은 과학 프로그램 예산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지난해에도 여전히 예산 축소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의회는 2년간 연방 임의예산 상한선을 높이는데 합의함으로써 과학기술 프로젝트 지원예산을 증액 시킬 수 있었다.
예산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말 예산한도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의회는 한도를 높이는데 동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자, 혹은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다른 이슈들로 인해 차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더욱 더 긴축재정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셧다운을 야기할 수 있다.
다시 주목받는 기후변화
트럼프 집권 2년간 기후변화는 정치 이슈 헤드라인에서 이른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가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의 특별보고서와 제4차 국가기후평가(the Forth National Climate Assessment)는 이같은 흐름을 반전시켰다. 과학적 합의가 트럼프 시각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올해부터 민주당은 하원에서 전면에 나서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켰다. 또한 올해 상반기 중 몇가지 기후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몇 몇 공화당 의원들도 혁신 중심의 정책해결, 혹은 탄소세에 동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남으로써, 이에 대한 정치적 외형이 변할 수 있다는게 과학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 각국에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미환경 과학계는 반기고 있다.
연구기관에도 높아지는 미‧중 긴장감
미 정부는 오랫 동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공정 무역 행위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강력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경제뿐 만이 아니다.
최근 FBI는 민간 분야와 학계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중국이 합법, 혹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기술을 획득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실제 스파이 행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해 여름 중국 국적자에 대해 비자를 검색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를 제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유망기술이나 핵심기술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이전되는 것을 막는 새로운 수출 통제방법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를 보호하는 방법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국가간 과학기술 협력도 축소 시키고, 중국계 연구자들에 대한 편견을 만들 수도 있다. 이해 올해 미국이 어떻게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악관 켈빈 드뢰게마이어 등장
미 상원은 지난 1월 2일 켈빈 드뢰게마이어(Kelvin Droegemeier)를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실(OSTP) 실장으로 인준했다. 이 자리는 2년 동안 비어 있었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와 백악관 사이엔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뢰게마이어를 과학보좌관으로 활용할런지는 불투명하다. 과학기술 정책실 실장은 전통적으로 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수장의 임명으로 과학기술 정책실이 더 많은 공공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이 기구는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낮은 위치에 있었다. 실제 인공지능, 양자정보과학, STEM(과학,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교육 등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기적으로 볼때 드뢰게마어어 실장의 등장은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부활을 촉진할 수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드뢰게마이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까가 관건이다. 과연 그가 실적 위주의 연구를 선호하는 행정부의 정책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그는 ‘포괄적’ 과학 포트폴리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초연구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으나 잠재적으로 변형할 수 있다. R&D를 더욱 다운 스트림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
미국 같이 시스템화 된 정부조직에서도 리더의 영향력은 크다. 어느 정부건 그 조직안에 과학기술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운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 S 점프’ –과학기술 정보개방 가능할까?
정보출판 개방은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1개 유럽 펀드 기관들이 이같은 개혁에 적극 나섰다.
‘플랜S’로 알려진 이 계획은 오는 2020년까지 가입 기관의 펀드를 받아 진행된 모든 연구의 결과물들을 즉각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저널에 발표한다는 것. 우선 선두 출판사에 이 플랜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미가입펀드 기관에도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도록 권유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유럽이외 지역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몇몇 중국 과학기관들도 이미 이 계획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미국은 오직 빌앤드멜리나게이트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만이 가입했다.
몇몇 과학단체나 출판사들은 신중하게 대처하기를 원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방해하면 과학 출판 생태계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2013년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연방정부의 기금을 받은 연구과제는 출판 후 1년 이내에 공개 접근이 가능하다는것.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책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주도하의 하원 과학위원회
민주당은 8년 만에 다시 하원 과학위원회를 장악했다. 과학위원회는 의회에서 과학과 관련한 정책과 법률을 논의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청문회를 여는 등 위원회를 활성화 할 것이다. 과학위원회의 수장은 민주당출신의 하원의원(텍사스주)인 에디 버니스 존슨(Eddie Bernice Johnson)이 맡았다.
그는 이 위원회의 첫 여성 위원장이자, 첫 아프리카계 출신이다. 존슨의원은 그동안 위원회가 초당적이 돼야한다는 자신의 의지를 자주 표현했다. 위원장으로써 첫 행보는프랭크루카스(공화당, 오클라호마) 의원과 성추행에 대해 논쟁하고, 에너지-물결합 연구를 촉진시키는 법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 과학의 다양성, 그동안 소홀했던 감독 활동에도 촛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재하고, 과학기술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구조상 쉽지 않다.우선 과학기술 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너무 광범위하다. 전문성도 요구된다. 또한 방송통신 정책이 어쩌면 과학기술 정책보다는 여론의 관심을 모으기가 훨씬 용이하다.
성추행과의 전쟁
지난해 본격 시작된 성추행과의 전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도입된 하원 입법은 과학기술출연기관으로 하여금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NSF도 STEM 일터에서성추행에 대한 연구를 하도록 권유했다.
공화당 출신 재키스 페이어(Jackie Speier) 의원(캘리포니아)은 관련 법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고등교육 기관은 펀드기관에 성추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펀드기관은 새펀드를 줄 때, 이 보고서를 참조하게 된다. 드뢰게마이어 역시 정부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NSF나 NIH 같은 펀드기관은 자체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학술원(National Academy)도 선출직 위원들에 대해 이 같은 제도를 곧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 양자 R&D 투자 상승 곡선
지난해 양자정보 과학(QIS)에 대한 연방정부의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행정부는 지난달 21일 국가양자주도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에 서명했다.
과학계에선 이 같은 분위기를 정부가 R&D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연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양자주도법과 관련, 백악관은 QIS 조정실과 자문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과학자문 기관들은 QIS의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이다. 에너지성과 NSF는 각각 2~5개의 QIS 연구센터를 설립할 것을 추진 중이다. NIST도 ‘양자컨소시엄’을 설립할 예정이다.
국방성은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 QIS R&D 조정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가 차원의 실험실과 프로토타입 통신 네트워크의 인프라 구조 구축은 시작되었다.
전환점에 선 우주과학
지난해 NASA(미항공우주국)는 달 연구를 재개했다. 인간 생활과 상업용으로 달을 이용하려는 더 넓은 아젠다 중 하나다.
NASA는 올해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달 탐사 관련 연구를 생활과학과 연결시키고, 이 노력을 상업 파트너와 통합하는데 사용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출신의 존 컬버슨(John Culberson) 의원(텍사스)은 NASA를 위한 몇몇 연구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특히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향한 착륙선 임무의 경우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의회가 다루어야 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프로젝트다. 이 프로그램은 노후화 한 허블망원경을 뒤이을 적외선 관측 우주망원경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망원경의 주목적은 지상에 설치된 망원경이나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하지 못했던, 우주의 아주 먼 곳에 있는 천체들을 관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한도인 80억달러를 이미 8억 달러초과했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추진될 광역 적외선 조사 망원경(Wide-Field Infrared Survey Telescope)의 예산을 앞당겨 써야 한다. 후순위 계획은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우주 프로젝트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의회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EPA, 규제과학 사령탑 될까?
EPA 는 최근 앤드류 윌러(Andrew Wheeler) 청장이 대행체제를 청산하고 정식 부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EPA 대행체제를 맡아 왔다. EPA는 그가 재임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연방행정부 과학 정책의 중심에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윌러 청장은 올해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 법규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과학이란건강과 환경 등에 관한 공공정책에 과학적 근거를 부여하는 분야이다. 이 정책은 전임 청장인 스캇 프루이트(Scott Pruitt)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
EPA는 이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공공데이터를 분석해야한다. 이미 제도화된 법규도 물론이다.
이는 또 규제 정책 범위를 보다 넓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무성(Department of the Interior)안에 유사한 제도가 있다. EPA가 많은 장애물에 부딪쳐 그 범위를 좁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례로 몇몇 과학 단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법률은 연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데이터를 공개하는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 이에 반해 윌러 신임 청장은 투명성 제고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라도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했다면,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해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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