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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쏘아 세포의 말랑함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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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쏘아 세포의 말랑함 잰다

2019.02.12 17:18
한국 연구자 포함 美연구진, 세포 일생 관찰…암세포·바이러스 연구 진전 기대
스콧 마날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명공학 및 기계공학 교수 연구팀은 긴 막대기 형태의 공진기가 만들어내는 음파를 이용해 단일세포의 강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레베카 콘테, 게오르기오스 캇시키스 제공
스콧 마날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명공학 및 기계공학 교수 연구팀은 긴 막대기 형태의 공진기가 만들어내는 음파를 이용해 단일세포의 강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레베카 콘테, 게오르기오스 캇시키스 제공

음파를 이용해 세포 하나의 단단한 정도인 강성을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강성이란 물질이 외부 힘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정도를 이르는 말로, 세포의 기계적 강성이 높으면 세포가 딱딱하고, 낮으면 말랑하다는 뜻이다. 세포 강성을 측정하면 한 세포의 일생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세포나 바이러스 비밀을 밝힐 수 있어 의학 연구에 진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명공학 및 기계공학과 스콧 마날리스 교수와 강준호 연구원(박사과정)은 긴 막대기 형태의 현탁 미세채널 공진기(SMR)를 이용해 단일세포의 강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이달 11일 발표했다.

 

세포의 막 아래 세포 피층은 흐물흐물한 물질로 이뤄진 세포의 형태를 잡아준다. 세포골격 단백질 중 하나이자 근육 단백질이기도 한 액틴 필라멘트 단백질이 주 성분이다.  평상시에는 세포의 모양을 잡아주다 세포가 분열하거나 이동, 사멸할 때처럼 세포 모양을 바꿔야 하는 경우 피층 내 액틴이 수축과 이완을 하며 세포의 강성을 바꾼다. 이런 강성 변화를 알면 세포가 어떤 상태에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SMR을 사용했다. 공진주파수를 이용해 단일 세포 질량을 측정하는 저울이다. 미세채널을 갖는 막대기 형태의 공진기는 크기와 질량에 따라 고유의 진동수를 갖는데 질량이 변화면 이 진동수도 변해 저울처럼 쓸 수 있다. 세포 무게의 만분의 1 수준인 펨토그램(fg, 1000조 분의 1g) 차이를 잡아낸다. 세포를 미세채널 속에 담긴 유체에 흘려 넣으면 세포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연구팀이 2007년 개발한 SMR의 모습. 연구팀은 SMR이 진동하는 과정에서 유체 내부에 음파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해 단일 세포의 강성을 재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날리스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이 2007년 개발한 SMR의 모습. 연구팀은 SMR이 진동하는 과정에서 유체 내부에 음파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해 단일 세포의 강성을 재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날리스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SMR이 진동하는 과정에서 유체 내부에 음파를 만들어내는 점에 주목했다. 진동에 의해 발생한 음파가 채널을 따라 흐르다가 입자를 만나면 입자에 에너지가 전달돼 음파의 진동수가 변한다. 입자의 강성에 따라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다르므로 진동수의 변화를 측정하면 입자의 강성을 잴 수 있다. 음파는 입자에 15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의 변형만 일으키기에 수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세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마날리스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세포의 기계적 물성을 측정하는 방법 중 세포에 가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단일 세포의 강성을 반복적으로 20시간 이상 측정했다. SMR 속에 세포가 담긴 유체를 주입했다가 빼내면 강성을 주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쥐의 림프세포가 8시간 주기로 하는 세포 분열을 최소 두 번 이상 관찰했다. 세포가 유사분열에 들어가면 세포가 분열을 준비하며 팽창하다 강성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존에 알려진 사실들을 이 기술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분 가까운 세포의 분열과정에서의 세포 강성 변화도 측정할 수 있음도 보였다. 강 연구원은 “이 기술은 피층 속 액틴 단백질의 움직임을 단백질 염색이나 침습적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보는 원리”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같은 작은 입자의 강성을 재는데도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러스에 백신 약물을 넣었을 때 측정하면 바이러스가 백신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날리스 교수는 “㎛ 이하 크기의 입자의 강성을 재는 것을 의미있는 숫자로 빠르게 재는 기술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을 만들거나 암 환자 조직의 약물 반응을 보고 약물전달에 쓰일 입자의 특성을 찾는데도 쓸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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