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든 회장은 2017년 8월 미국의 인공고기 스타트업인 ‘멤피스 미트’에 수천만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실험실에서 키운 인공고기가 인류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굵직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공고기 상용화는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초연구 부족으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폴 모즈디악 미국 북캐롤라이나주립대 생물학과 교수는 7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인공고기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우선 세포계와 영양배양액의 개선이다. 세포계와 영양배양액은 증식되는 세포 집단과 증식의 재료가 되는 영양분을 뜻한다. 세포계와 영양배양액 기술 개선을 통해 인공고기 세포 증식이 현재보다 더 원활하고 풍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즈디악 교수는 배양된 세포가 세포 조직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기술의 진보도 거론했다. 현재 인공 닭고기와 인공 칠면조 고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현재 인공고기 산업계에는 전문 과학자들이 부족하다”며 “회사들의 성과는 영업비밀이어서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 소고기의 생산 가격은 실제 소고기의 생산비용을 훌쩍 뛰어넘는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생물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인공 소고기 140g 생산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63만8430원이다. 2016년 멤피스 미트가 인공 소고기 140g과 유사한 미트볼 한덩이를 생산하는 데 소요된 약 113만원보다는 생산비용이 싸졌다. 2017년 기준 실제 국내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육우 100g 생산비용은 656원이다.
모즈디악 교수의 지적대로 기초연구 부족으로 인공 소고기 생산비용이 실제 소고기에 비해 턱없이 비싼 것이다. 경제성 측면에서 인공 소고기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좋은음식연구소(Good Food Institute)가 인공고기 기초연구에 약 33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좋은음식연구소는 지난 6일 연구비 지원을 받을 14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약 3억원의 연구지원금을 2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인공고기 관련 연구를 지원해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뉴하비스트의 관계자는 “세포 농업 연구에 있어 지금까지 가장 규모가 큰 투자”라고 평가했다.
연구비 지원을 받은 연구팀들은 인공고기 배양 기술을 한단계 더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줄기세포연구센터는 좋은음식연구소에서 받은 연구비로 세포계 연구를 할 예정이다. 에이미 로왓 미국 로스엔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생물물리학과 교수는 암 세포의 생체역학에서 힌트를 얻어 인공 소고기의 마블링을 늘릴 수 있는 지지체 설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