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에서는 소화기관 등을 통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암모니아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단백질이 소화 작용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이것이 호흡 작용에 의해 분해되어 에너지를 발생하면서 동시에 암모니아를 생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긴 암모니아는 알칼리성의 유해한 물질로,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간 등 신체 조직에 침입해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치명적인 대사 질환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GM 장내세균으로 난치병 치료
17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그동안 과학자들은 암모니아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최근 사람의 소화기관 안에서 추출한 박테리아를 재합성해 ‘살아있는 의약품(living medicine)’을 만들었으며,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곳은 MIT에서 공동설립한 스타트업 신로직(Synlogic)이다.
그동안 이 회사에서는 체내 암모니아 배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약 1조 개의 박테리아가 들어있는 합성 미생물 의약품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연구진이 타깃으로 한 질환은 항암모니아혈증(hyperammonaemia)이다. 이 질환은 혈증 암모니아 밀도에 뚜렷한 상승이 나타나면서 100㎖ 중의 농도가 500~300µg로 높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밀도가 정도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몸이 아프면서 식욕이 사라지고, 심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뇌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캐롤라인 쿠르츠(Caroline Kurtz) 박사는 “이 ‘살아있는 의약품’을 심각한 대사질환에 걸려 있는 쥐에게 투여한 결과 생명이 연장됐으며, 소량의 약물을 인체에 투입했을 때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이 박테리아들이 사람의 소화관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체 내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또 다른 독성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로직에서는 암모니아를 몸에 해롭지 않은 아미노산과 아르기닌으로 변하게 하는 박테리아에 대해 특허를 취득해왔다. 그리고 최근 실시된 임상실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의료계의 한 리더 과학자는 “신로직의 이번 실험 결과는 놀랍고 환상적인 것으로, 향후 새로운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의약품 개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관련 논문은 16일 ‘사이언스’ 지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제목은 ‘An engineered E. coli Nissle improves hyperammonemia and survival in mice and shows dose-dependent exposure in healthy humans’이다.
“2주 안에 몸 안의 암모니아 축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의 다양한 질병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왔다. 그리고 최근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구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장내 세균을 활용해 의약품을 만들어 임상실험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있는 암모니아는 설사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장 박테리아 EcN(E. coli Nissle 1917)에 의해 몸에 해롭지 않은 물질로 전환된다. 이 박테리아는 암모니아가 발견되면 그 안에 침입해 혈압을 낮추는 성분인 아르기닌과 아미노산으로 전환시킨다.
EcN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출신 알프레드 니슬(Alfred Nissle, 1874~1965) 박사에 의해 발견된 장내 세균이다.
신로직의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 세균의 유전자다. 소화기관 안에 산소가 부족했을 때 이 세균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은 암모니아를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했다.
이런 성질을 활용할 경우 더 많은 암모니아를 해독할 수 있으나 이 세균을 증식하는 방안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유전자 재합성이다. GM 방식을 통해 이 세균이 다수 들어있는 의약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사질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쥐에 투여한 결과 몸 안에 있는 암모니아를 절반 이상 아르기닌과 아미노산으로 전환시키면서 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일주일 내에 죽을 것으로 판단되던 쥐의 생명이 10일 이상 더 연장됐다.
이 성분을 사람에게 투입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분석하기 위해 52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량의 약물 투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연구진이 예상했던 대로 사람의 소화기관 내에 남아 있는 암모니아 성분을 다량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르츠 박사는 “이 ‘살아있는 의약품’이 암모니아를 아르기닌과 아미노산으로 바꾸어놓았으며, 아르기닌은 몸에 남아 이로운 활동을 지속했고, 아미노산은 질산염(nitrates)으로 부서져 소변으로 배출됐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비추어 다량의 이 ‘살아있는 의약품’을 투여할 경우 몸에 남아 있는 암모니아가 대량 처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신로직의 이퍼 브레난(Aoife Brennan) 대표는 “이 의약품을 투입할 경우 2주 안에 몸 안에 남아 있는 암모니아를 처리할 수 있다.”며,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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