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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뒤 흔든 구제역은 ‘변종’, 백신 효과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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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뒤 흔든 구제역은 ‘변종’, 백신 효과 없나

2015.01.11 18:00
英연구진, 변종 가능성 높아… 국내 검역당국은 “현행 백신 광범위 효과”
정부의 방역 담당자들이 6일 구제역 발병이 확인된 경기 안성시의 한 농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정부의 방역 담당자들이 6일 구제역 발병이 확인된 경기 안성시의 한 농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4년 만에 구제역 대유행이 시작돼 축산 농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지역에 잠시 구제역이 발생했다가 사라진 사례는 있지만 이번엔 다시금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에서 지난 해 12월 3일 시작된 이번 구제역이 보름 사이 충남 천안시에 이어 충북 증평군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된대 이어 새해 들어서는 세종 시는 물론 경기도 이천 등 수도권까지 확산됐다.

 

급기야 예방적인 차원에서 대규모 살처분도 곳곳에서 시작됐다. 안동시는 이달 4일 남후면 고상리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의 돼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 처리했다고 8일 밝혔다. 돼지 1044두 중 187두를 매몰 처리 후 동일 농장 내 돼지에서 오염 징후가 나타나자 잔여 돼지 857두 모두 매몰을 결정한 것. 공무원 32명 및 민간인 6명, 38명과 굴삭기 4대를 투입해 구제역 발생 농가에 파견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구제역 대유행을 겪은 뒤 가축에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많은 대비를 해 왔다. 그럼에도 대대적인 유행이 시작되자 ‘백신접종이 효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현재 사용하는 백신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 또 백신 자체는 효과가 있지만 항체 생성률이 떨어져 실제 농장에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英 연구팀 “기존 백신으론 막기 어렵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구제역 백신을 개발할 때 대상으로 했던 바이러스와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가 많이 달라 구제역을 막기 어렵다”고 8일 밝혔다.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백신의 효능에 대한 분석결과가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우리나라에 지난해 7월에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 표본이 포함돼 있다. 이 바이러스는 이미 일정부분 변형이 진행돼 기존 백신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충북 진천을 시작으로 번지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변종임이 확인됐다. 혈청형은 O타입으로 동일하지만 유전자형이 달라서 해외 등에서 새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바이러스는 특히 전파력도 강력하다. 지난해 7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보다도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10% 정도가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백신이 듣지 않거나,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바이러스는 빨리 진화하고 변이하는 게 특징인데, 백신을 만들거나 치료제를 만들 때 바이러스가 생긴 이후에 대책이 세워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구제역도 사람의 독감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 변이를 미리 예측하고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 유전자형은 2011년 구제역 진원지였던 안동에서 나타난 베트남형 바이러스와 전파력이 비슷하고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구제역은 역학적으로 축산농가에 의한 확산 등 경로가 대부분 확인됐지만 이번 구제역은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아 방역당국이 차단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역당국에 현재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혈청형은 O타입으로 지난해 7월 경북 의성에서 나타난 것과 동일하지만 유전자형은 4% 정도 차이가 나는 다른 바이러스로 분석됐다. 이는 퍼브라이트 보고서에서 우려로 했던 신종바이러스 보다 한층 더 변형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즉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는 2011년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와 4.5% 이상 차이가 나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발생한 O 타입 바이러스와 비교해도 유전자형이 3%가량 차이가 난다. 국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킨 것인지, 해외에서 새롭게 유입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유전자 검사에서 보통 바이러스 구조가 99% 정도 유사성을 띠면 같은 것으로 본다. 명확한 근거는 의성 구제역 바이러스와 99% 이상 일치하는 해외 바이러스를 찾아야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형태면에서는 과거 중국에서 발생한 유전자형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며 “지난해 7월 발생한 의성 구제역은 러시아에서 번진 것과 비슷해 차이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체 20%도 안 생긴 곳도 있어… 방역당국은 “그래도 예방 가능”

 

8일까지 밝혀진 구제역 발생현황. - 동아일보 제공
8일까지 밝혀진 구제역 발생현황. - 동아일보 제공

설사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백신의 항체 형성률 저하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돼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66% 정도로 나타났다. 100마리에 예방접종을 해도 44마리는 병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 것.

 

이 정도만 해도 높은 편이다. 심한 곳은 항채 형성률이 훨씬 더 낮다. 지난달 초 구제역이 시작된 충북 진천의 모 축산 대기업 계열 돼지 농장은 백신 접종을 실시했지만 항체 형성된 것은 16.7%에 불과했다. 지난달 30일 구제역이 발생한 영천 농장의 돼지 백신 항체 형성률은 38% 정도로 나타났다.

 

항체 형성률은 소가 돼지보다 더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의 평균 항체 형성률은 소는 95%, 돼지는 50% 정도다. 이 원인 중 하나로 방역당국은 접종 소홀 등으로 항체 형성이 제대로 안된 돼지에서 구제역이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많은 가축을 기르다 보니 양을 줄여서 접종을 하거나 건너뛰는 등 제대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것.

 

정부 구제역 예방주사를 접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어차피 항체 형성률이 낮은 것을 알고 있는 축산농가에서 접종을 건너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은 460 곳에 달한다.

 

하지만 항체 생성률과 구제역 발병이 막상 큰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항체생성률이 81.3%인 의성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 방역당국은 이 지역 사육 돼지 16마리에 대해 혈청검사를 한 결과 13마리에서 백신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구제역이 확산되자 정부는 대안으로 현재 사용 중인 백신 접종률을 10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용하는 백신이 광범위한 항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변이가 일어나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주 정도다. 항체는 백신 접종 후 5∼7일 지난 뒤 형성된다. 따라서 현재 확산 도중이라도 백신 보급을 서두른다면 접종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국내 전문가는 “다소 변이가 있겠지만 O타입 바이러스는 지금의 백신으로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접종을 더욱 강화하고 농장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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