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정말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나?
2014년 8월 12일  |  By:   |  과학, 세계  |  No Comment

2주 전, 남아프리카에서 개최된 한 콘퍼런스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였습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Mozambique)에서 창궐한 치명적인 바나나 질병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 질병은 Foc-TR4로 명명된 곰팡이가 바나나 나무뿌리에 서식하면서 이를 부식시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파나마병(Panama Disease)이라 불리는 이 질병은 그동안 열대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어오다 최근 들어 호주,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그 발병 범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보고에 따르면, 모잠비크에 있는 모든 바나나 농장의 나무가 이 질병에 걸렸으며 이 때문에 7백만 그루 이상의 바나나 나무가 곧 시들거나 부패할 운명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리학자 알투스 빌호엔(Altus Viljoen)은 현재까지 이 질병의 확산을 막을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며, 이 질병이 모잠비크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파나마병의 확산으로 시작된 바나나 멸종 위기는 비단 이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주민들의 생존마저 위협합니다. 유엔의 보고서는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40% 이상이 바나나를 주된 열량 섭취원으로 삼고 있고, 르완다나 우간다 지역의 주민들은 평균적인 미국인들에 비해 바나나 섭취량이 20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연간 8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바나나 시장 역시 파나마병의 확산으로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파나마병이 전 세계적으로 거침없이 확산되는 주된 이유로 바나나 품종의 다양성이 점차 결여되고 있다는 사실을 꼽습니다. 전 세계 바나나 시장을 돌(Dole)과 치키타(Chiquita)와 같은 대기업들이 장악하면서 ‘품종과 품질의 단일화 및 대량 생산 체계’ 방식이 일방적으로 확산되었고, 이로 인하여 품종의 다양성이 결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돌과 치키타가 생산하는 케빈디쉬(Cavendish)라는 단일 품종은 현재 전 세계 바나나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자주-) 과학자들은 만약 품종의 획일화가 일어나지 않고 각기 다른 내성을 지닌 바나나 품종들이 대륙별, 기후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더라면 파나마병은 대륙 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최초 창궐지에 ‘자연적으로 격리’되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치키타(Chiquita)사 역시 바나나 멸종의 위험을 인식하고 캐빈디쉬를 대체할 품종 개량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용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종은 현재 타이완에서 실험 중인 “GCTCV 219”로 알려졌습니다. 이 품종은 캐빈디쉬에 비해 생산 기간이 조금 길긴 하지만, 파나마병에 대한 충분한 내성과 높은 당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품종 개량은 분명히 반길만 한 일이지만, 다양성이 전제되지 않는 품종 개량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Popular Science)

원문보기

음성으로 듣기 (매일 자동으로 듣기를 원하시면 안드로이드 스토어에서 데일리(day.ly) 앱을 설치하시면 됩니다.)
[soundcloud url=”https://api.soundcloud.com/tracks/174039361?secret_token=s-Wvw3S” params=”auto_play=false&hide_related=false&show_comments=true&show_user=true&show_reposts=false&visual=true” width=”100%” height=”450″ iframe=”tr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