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사이코패스' 치료 가능성 열었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사이코패스'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홍택)은 신경과학센터 센터장 신희섭 박사팀이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들과 그 기작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프로셀제약(대표 조대웅), 하버드 의대 등 국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국가과학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연구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 1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은 살면서 자신이 직접 공포나 고통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공포나 고통을 받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공포와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쇄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은 사회 속에서 인간이 타인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사이코패스, 정신분열증,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과 같은 정신질환자들의 경우에는 이같은 공감 능력에 장애를 보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공포 감정이입에 있어 뇌신경의 '내측통증체계(medial pain system)'가 관여하며, 여기에 'L-타입 칼슘이온통로(L-type Ca2+ channel)'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뇌 회로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해 '사이코패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용 쥐가 전기자극을 받는 다른 쥐를 보게 되면 직접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는데도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며 "함께 생활한 기간이 오래 될수록 관찰하는 쥐가 느끼는 공포가 크다는 사실을 통해, 공포 공감능력이 고통을 받는 대상과의 친밀도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전측대상회피질'에서만 'L-타입 유전자'를 결손시킨 돌연변이 생쥐의 경우, 공포 공감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도 규명해냈다.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공포 공감능력에서 주요 요소임을 밝혀낸 것이다.

신희섭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공포 공감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규명하고,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공포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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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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