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생명체는 DNA를 유전물질로 사용하여 진화를 합니다. 생물이 탄생하기 전 원시 세계 (Prebiotic World)에서는 이러한 유전 물질이 100bp도 안 되는 짧은 조각으로 존재했으리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매우 짧은 DNA조각이 어떻게 유전자를 암호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유전체 크기로 성장했을까"라는 분자 진화학적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에, 짧은 DNA조각이 등온 (isothermal) 에서 선형적으로 길게 성장하는 in vitro 모델 시스템을 제작하여, 진화 중 유전체가 커질 때 어떤 DNA 서열이 더 진화적으로 우월한지를 보여준 논문입니다. DNA 양을 증폭시키는 가장 흔한 방법은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입니다. 하지만, PCR은 Prebiotic World에서 유전체가 커진 기작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PCR을 위해서는 1) primer가 필요하고 2) thermal cycler처럼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Prebiotic World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조건입니다. 더욱이, PCR을 수행했을 때 분자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각 DNA 분자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분자 진화 과정에서 유전체가 커진 기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DNA 분자 진화 모델 구축을 위해, 교신저자인 고려대 정철희 교수는 짧은 DNA 양 끝이 잘 구부러져 primer 없이도 DNA가 등온에서 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에 랜덤 DNA 서열을 삽입하고 등온에서 선형적으로 증폭시켜 수 백 kilobase가 넘는 가상의 원시 유전체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생산된 원시 유전체 pool에 대해 NGS를 수행하였고, 생명정보학 분석을 통해 진화의 경향과 선택적 특이성을 밝혔습니다. 이 분자 진화 시스템과 분석법은 생명의 기원 (origin of life)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적 모델로서, DNA의 분자 진화 및 선택적 성장의 기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겪은 두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연구 주제만 보았을 때 가장 내용과 적합도(fit)가 높은 저널은 Journal of Molecular Evolution (Impact factor 1점대)이라 판단하고 JME 투고를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JME 다음으로 적합도가 높고 Impact factor가 좋은 저널이 NAR이라 생각하여 먼저 투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및 새해 연휴를 끼고도 1달 보름 만에 accept가 될 정도로 editor와 reviewer들이 긍정적이었습니다. NAR에 먼저 투고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널의 적합도보다 Impact factor 순서로 투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널의 이름 만큼이나 논문의 내용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과학계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유전체 및 생명정보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이며, 이 시스템 구축과 진화 연구에 대한 방향성은 Andrew Ellington 교수와 정철희 교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처음,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는 공동 연구 제안을 받고, 어이가 없어서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분석을 하면 할수록, Primerless isothermal amplification system과 그 아이디어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분자 진화 뿐만 아니라, 각종 DNA polymerase의 서열 특이성, 극미량 DNA의 선형적 증폭을 통한 진단 등 이 시스템을 이용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통찰력있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낸 Andrew Ellington 교수와 정철희 교수에게 모든 공을 돌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친구인 정철희 박사와 제가 박사후연구원 연수 과정이 끝날 무렵 시작되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달랐지만,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근무하고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열정적이고 우수한 연구자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연구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며, 그런 면에서 UT Austin MBB건물 3층은 유독 훌륭한 분들이 바글바글한 특이하고 고마운 공간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귀국하여, 정철희 교수는 고려대 생명공학부 조교수, 저는 아주대 생명과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에 논문이 완성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크고 거창한 연구보다 재미나고 논리적이고 꼼꼼한 연구를 추구하며 공부한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생명정보학 분석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공동연구자와 생명정보학 분석 기술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연구자 및 학생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말로 조언을 하기보다, 재미난 연구와 모범적인 모습으로 후배들이 따라 올 길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의 NGS 데이터 분석이 특별히 재미있었던 이유는, 세상 어디에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데이터였고, 따라서 관련 bioinformatics tool이 없어서였습니다. 앞으로도 기존 분석법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찾아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분석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추구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국내 한빛사 논문들은 의학 또는 질병과 관련되어 있거나, 생명 현상에 대한 분자 기전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 연구 중의 기초 연구라 볼 수 있는, 생명의 기원 관련 진화 연구는 국내에 거의 없어 보여, 한빛사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질병 연관 유전체, immune repertoire 생명정보학 분석을 주로 하는 연구자입니다만, 이런 독창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소확행 기초 연구가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천재적인 통찰력과 열정이 대단함을 넘어서 위대해 보이는 Andrew Ellington 교수님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언제나 친구를 놀래키는 정철희 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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