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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치료원리 최초 규명
Bio통신원(KAIST)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의 집중적인 암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현재의 암 치료가 한계를 갖는 본질적인 이유는 모든 치료방식이 암세포의 사멸만을 목표로 하여서 결국 암세포의 내성 획득으로 인한 암의 재발 및 정상세포 사멸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암세포를 특정한 상황에서 정상세포 또는 정상과 유사한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암가역화(cancer reversion) 현상에 기반한 새로운 항암 치료기술이 제시되었으나, 아직 실제적인 개발은 거의 시도되지 못하였다.
KAIST(총장 이광형)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성질만을 변환시켜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암 가역화의 근본적인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외부자극에 부합하는 세포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암세포는 외부자극을 무시한 채 통제불능의 세포분열 반응만을 일으킨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특정 조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가역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으며,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입출력 관계의 회복이 실제 암세포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KAIST 주재일 박사, 박화정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와일리(Wiley)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6월 2일 字 온라인판 논문으로 출판됐다. (논문명: Normalizing input-output relationships of cancer networks for reversion therapy)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세포의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될 수 있는 이유는 생명체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획득된 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견실성(robustness)과 중복성(redundancy)에 기인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또한 암 가역화를 위한 조절 타겟으로 유력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유전자들을 조절하면 실제로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된다는 것을 암세포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실제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가역화 될 수 있는 현상이 우연한 것이 아니며, 암세포 가역화를 유도할 수 있는 타겟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혁신 항암제의 개발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조광현 교수는 "현행 항암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암 가역치료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모두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다ˮ라고 말했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가역치료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뒤 2020년 1월에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세포로 되돌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2022년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 그리고 2023년 1월에는 전이 능력을 획득한 폐암 세포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약물 반응성이 증진된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과들은 서로 다른 암종에서 개별적으로 연구되어진 사례연구였기 때문에, 어떠한 공통된 원리로 암가역화가 여러 암종에서 발생가능한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암가역화의 보편적인 원리와 진화적 기원을 밝힌 최초의 연구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연구개요
암은 대표적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그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크며, 특히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암환자의 발생 및 사망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의 집중적인 암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감소되지 않았다. 현재의 암치료가 이와 같은 한계를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치료방식이 공통적으로 암세포의 사멸만을 목표로 하여서 결국 암세포의 약물내성 획득으로 인한 암의 재발 및 정상세포 사멸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치료원리를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실정이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가역치료(reversion therapy)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상세포는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 주어지는 다양한 입력자극에 따라 부합되는 출력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입출력 관계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로 의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네트워크 제어를 통해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다시 회복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공개되어 있는 암 관련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들을 대량으로 분석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유전자(가역가능 유전자)들이 네트워크의 구성 유전자들 가운데 실제 절반 이상인 것을 밝혀냈다. 암세포 실험을 통해 이러한 가역가능 유전자를 제어함으로써 실제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더욱이, 암환자들의 실제 생존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역가능 돌연변이의 여부가 암환자의 생존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로부터 생성된 수많은 변형 네트워크들을 분석해 네트워크의 가역성과 견실성, 그리고 중복성의 관계를 탐구한 결과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진화과정에서 네트워크 가역성이 획득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동안 암세포의 가역화에 대한 현상학적 관찰은 보고된 바 있었지만, 시스템 차원에서 암세포의 가역화를 탐구하고 진화적인 기원을 밝히는 연구는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으며, 이번 연구에서 밝힌 근본원리를 통해 암세포 가역화를 통한 새로운 항암 가역치료 전략의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입출력 관계.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입출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분석하여 유전자들을 총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그림 A-J). 그리고 암 관련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18개의 유전자들을 분석하여 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절반 이상의 유전자들이 돌연변이가 발생하였을 때 적절한 제어를 통해 가역화가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그림 K).
그림 2. 방광암 유전자 조절네트워크와 방광암 세포의 입출력 관계 회복 시뮬레이션 결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방광암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입출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분석하여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그림 A). 이를 통해 방광암 세포주 KU-1919 와 HCT-1197 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림 B).
그림 3. 방광암 세포의 입출력 회복 실험과 가역가능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방광암 환자 생존 분석.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예측한대로 방광암 세포주 KU-1919에서 AKT와 MAP3K1을 억제하였을 때 TGF-b 에 대한 반응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그림 A-G). 또한, 가역가능 유전자 돌연변이의 유무에 따라 방광암 환자의 생존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림 H).
그림 4. 암세포 가역화 원리 규명.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네트워크의 가역성(reversibility), 중복성(redundancy), 견실성(robustness)을 분석하여 이들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규명하였다. 이로부터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가 중복성과 견실성을 획득하는 진화과정에서 가역성을 부가적으로 내재하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림 5. 연구결과 모식도.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세포 가역화의 근본적인 제어원리를 규명하였다. 돌연변이에 의해 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입출력 관계가 왜곡되었을 때 복잡한 네트워크에 내재된 분자회로의 중복성을 파악해 이를 토대로 가역가능 유전자 타겟을 찾아내고 조절함으로써 왜곡된 입출력 관계를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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