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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생존기] 미국의 문화: 일에 대한 마인드 차이
Bio통신원(어느새 박사)
*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한국인 지인들과 모여서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미국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불편하고 한국과 다른 것들을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만날 때마다 얘기해도 밤새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이나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좋은 점들도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미국에서의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특히나 일과 직업에 임하는 마인드와 자세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리다>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 처리 속도가 느린 곳이 많습니다. 아주 단순한 예로 식료품점만 가도 그 속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마트를 가면 계산을 담당하는 분들의 속도는 참 빠릅니다. 한국에 있을 때 느끼지 못했을 뿐이죠. 하지만 이곳의 점원들은 계산하면서 옆 사람이랑 말하고, 뒷사람이랑 수다 떨고, 손님이랑도 대화하고, 일에 크게 집중을 안 하는 느낌입니다. 코스트코 같은 곳은 그나마 빠른 편인데, 일을 하는 것인지 수다를 떠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게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관공서의 업무 처리는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주토피아’에 나무늘보가 나오는데, 나무늘보는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직원으로 나옵니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주토피아에서 DMV 직원을 나무늘보로 묘사한 것이 매우 찰떡같은 묘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 처리가 느리고 직원 수도 얼마 안 되거든요.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DMV를 꼭 가야 합니다. 그런데 새벽에 문을 열기도 전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줄을 서도 오전 내내 기다리고 오후가 돼서야 시험을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줄 뒤쪽에 있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그날 하루를 통째로 버리고 시험도 못 보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제 아내가 운전면허를 보러 갔을 때 기다림 끝에 순서가 되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로 시험을 보는 코스에 공사를 하고 있어서 오늘은 도로 시험은 못 보고 필기시험만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대체 왜 미리 공지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습니다. 불친절하고 책임감 없는 일 처리 모습에 너무나 실망을 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예약제로 운영이 돼서 대기시간이 짧아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미국의 느린 일 처리 속도는 어느 정도 일에 대한 마인드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맡겨진 일을 끝내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야근도 있는 것이겠죠. 그게 꼭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할당된 일을 끝내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 동안만 일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퇴근 시간이 되면 자기가 할 일이 남아있어도 그냥 퇴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팬데믹이 막 시작됐을 때 세금보고를 하고 환급을 받기까지 반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또 이 당시에 아내가 납세자 번호를 발급받기 위해 신청서를 보냈는데 6개월 뒤에서야 필요한 서류가 하나 빠졌다는 안내를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이후에 다시 서류를 보내고 3개월이 지나서야 납세자 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물론 팬데믹 당시 인력난이 심했던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미국의 업무 처리 속도는 한국에 비해 정말 느립니다. 미국인들도 공감을 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DMV는 미국인들도 가기 싫어하는 곳이죠.
<일에 대한 책임감>
한국 사람이라고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는 않겠죠. 그래도 자신이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고객을 도와주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이 직업에서 보여주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참 황당할 정도로 직업의식이 없어 보이는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근 사진을 넣어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기 위해 월마트 포토센터를 통해 카드 제작을 주문했습니다. 이후 제작이 됐다고 해서 카드를 찾으러 갔는데 그냥 사진을 뽑아두었더라고요. 카드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용지가 없어서 그냥 사진을 뽑았다고 하는 점원의 말… 그리고 심지어 카드와 봉투의 수량도 맞지를 않았고요.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면서 미국이라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며 미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음을 보게 됐습니다.
<의료 시스템>
한국의 의료 체계는 국민들 입장에서 매우 편리하지만,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불편하고 비싸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네 병원이야 당일에 가도 진료를 보고, 대학병원조차도 진료 예약을 잡기까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를 않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대학병원 진료를 보려면 꽤나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합니다. 제 아내가 병원을 자주 가야 해서 미국에 오자마자 대학병원에 진료를 잡으려 했으나 3개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또 추천이 없으면 아예 진료 예약이 되지 않는 과들도 있습니다.
병원비는 얼마나 비싼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싼 의료보험비와 병원비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냥 단순한 예시로 대학병원에서 CT 촬영을 했는데 $4000가 넘게 청구가 되었고, 보험 적용 후 실제로 지불한 비용은 $400가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2022년 3월에 사랑니 통증으로 인해 4개를 전부 발치했는데, 비용으로 약 $2800 정도가 청구됐습니다. 예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외상은 없었으나, 걱정이 돼 응급실을 간 적이 있습니다. 상담을 하고 머리 아픈 것에 대해 아주 경미한 뇌진탕의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진통제(Ibuprofen) 처방을 받은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접수비용(Copayment)으로 $150를 냈습니다. 학생 의료보험이 좋은 편이라 이 정도 냈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는 다른 친구가 말하기를 자기는 응급실 가면 접수비로 $250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내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미국에서 대학병원을 매우 자주 가고, 가는 진료과도 다양합니다. 다수의 병원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바에 의하면 병을 치료하는 관점에서 미국의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의사들과 꽤나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의사들은 어떻게든 병을 치료하려는 것에 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환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이 얘기하고, 부작용에 대한 주의도 많이 주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진료를 보러 가면 때때로 혼나고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죠.
반면에 미국 의사들은 목숨에 크게 지장이 없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병원은 약간 죽을 사람 살리는 곳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약 먹으면서 그냥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느낌으로 진료를 봅니다. 아프다고 뭔가 못해서 생활에 제약이 생김으로써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아프더라도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진통제(Ibuprofen)는 또 얼마나 자주 권하는지… 뭔가 이상이 있어서 아프다고 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기보다는 일단 진통제 먹어보고 안 아픈지 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치료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비싼 미국의 의료비용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정밀 검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의료 문화가 생긴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좋은 점은 진료를 볼 때 의사와 얘기하고 상담하는 시간이 매우 깁니다. 한 시간 넘게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고요. 역설적이게도 이런 좋은 부분 때문에 예약을 잡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죠.
미국에 살면서 어떻게 이 나라가 강대국인지 때때로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합니다.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미국을 먹여살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업무 처리가 비효율적이고 느리고 불편합니다. 이런 부분을 겪다 보면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에 국뽕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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