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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원헬스 전략…‘인수공통감염병’ 연쇄고리 끊어내기
Bio통신원(김재호 기자)
국제 사회가 ‘인간-동물-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원헬스(One Health)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케냐는 원 헬스의 원칙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의학저널 <란셋>(401권 10372호)은 「원 헬스: 생태적 형평성에 대한 요구」와 「케냐에서의 원 헬스」를 게재했다. 케냐의 사례는 이 시대의 재난 극복이 결코 한 두 가지 대응으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려준다. 특히 코로나19는 인수공통감염병과 원헬스에 주목하도록 한다.
케냐의 사례가 원헬스 차원에서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인수공통감염병은 길고 긴 연쇄고리로 발생 △인간-동물-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 △지역 내 감염 사례 신고·보고 △지나친 농경화·삼림 파괴가 초래한 매개체(모기) 증가 △식량 생산과 토지 이용에 대한 장기적 계획 마련 △원헬스에 대한 교육과 역량 구축 △보건부·농림수산부 등 관련 부처 간 긴밀한·긴급한 공조 △총체적·장기적인 사고와 지속적인 연구 자금 필요. 아래는 「케냐에서의 원 헬스」를 번역한 것이다.
케냐의 중심부에 있는 키나(Kinna)라는 작은 마을에서 며칠 전 암소 한 마리가 자연 유산을 했다. 소의 주인은 실험실복과 장갑으로 중무장 한 두 연구원(Diba Denge와 Nelly Bargoiyet)을 기다렸다. 연구원들은 암소의 질에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태반 조각이 있는지 확인했다. 약간의 염증을 확인한 후, 대량의 항생제를 질 안에 투여했다. 그런 다음 분석을 위해 질 안의 면봉을 빼내고, 암소의 경정맥에서 혈액을 채취했다. 두 연구원은 나이로비에 기반을 둔 국제가축연구소(ILRI)의 일원이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1년 동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케냐의 이시올로 현(Isiolo county)에서 연구 현장을 코디네이팅하는 제임스 아코코(James Akoko)는 “우리는 (암소의) 낙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싶어서 다양한 병원체를 살펴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인수공통감염병인 세균 감염 브루세라증과 Q열, 바이러성 리프트 밸리 열의 유병률을 조사 중이다. 140가구와 그들이 키우는 가축들이 연구를 위해 모집됐다. 이 연구는 미국 국방위협감소국(US 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이 자금을 지원한다.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과 동물은 면밀히 추적되며 정기적으로 샘플링된다. 만약 인간 참가자들이 위에서 언급한 인수공통감염병의 증상을 보인다면, 지역 보건 시설에 보고해야 한다. 동물이 낙태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면, 가축의 주인은 수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탄저병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병원균으로 인한 질병의 발생 건수는 2012년에서 2022년 사이가 그전 10년에 비해 63%나 더 높았다. 케냐의 질병 환경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사회 시스템 파괴하는 병원체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높은 질병률과 사망률을 발생시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보여주었듯이 국제 무역과 여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시올로 현의 수의학 서비스 책임자인 조셉 무리라(Joseph Murira)는 아프리카 트리파노좀이나 동물원성 기생충 같은 병원체가 가축의 성장을 방해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는 “병원체들 중 일부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질병이라며, 살인자는 아니지만 시스템을 파괴하고 기업 전체를 비생산적으로 만든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조셉 무리라는 “인수공통감염병을 더욱 제대로 이해하고 예방·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건강, 수의학, 야생동물 및 기타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헬스 부서를 설립했다”라고 말했다.
케냐는 이미 2000년대 중반 H1N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대응으로 인간과 동물 보건 부문 간의 비공식적인 협력을 채택했다. “2005년 이후, 리프트 밸리 열과 같이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많은 질병들이 케냐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협력해 여러 질병들에 대응했다.” 보건부에서 일하는 의료 전염병학자 아트만 음와톤도(Athman Mwatondo)는 이같이 말한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2011년, 그와 수의과 전염병학자 매튜 무투리(Mathew Muturi)가 책임을 맡는 국립 인수공통감염병 부서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 부서는 △광견병 퇴치 전략 △브루셀라증 및 탄저병 통제 전략 △리프트 밸리 열 비상 계획 등을 개발하도록 했다. 또한 역량 구축과 교육에 참여하고, 질병 감시 및 발병 대응을 지원하게끔 했다. 보건부·농림수산부이 공동으로 초점을 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말이다.
케냐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린다. 대륙이 뿔 모양처럼 생겨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북동부 10개국이 여기에 속한다. 아프리카의 뿔은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있다. 식량 불안, 영양실조와 죽음으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국립 인수공통감염병 부서의 노력은 기후변화와 가속화하는 토지 이용과 사회경제적 조건이 질병 환경을 변화시킴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케냐의 대부분은 건조하거나 반건조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목초지와 관목을 먹고는 사는 가축에 의존한다.
“대지가 점점 더 건조해지면 동물들은 물과 목초지를 찾기 위해 더욱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제임스 아코코는 이같이 말한다. “(물과 목초지를 찾아서) 서로 다른 무리 간의 상호 작용과 상당히 큰 무리를 유지하게 되면 우리가 발견한 병원체들의 전파가 용이해질 것이다.” 야생동물인 영양, 버팔로, 기린, 사자 등과 인간이 물과 목초지를 공유해야 하는 필요성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
이와 동시에 케냐의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 지역에 살게 될 것이며, 농촌 인구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케냐의 국제가축연구소(ILRI)와 영국 리버풀대학교 간 협력 체계인 인수공통감염병 및 신흥 질병 연구그룹의 책임자인 에릭 페브르(Eric Fèvre)는 설명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국가의 식량 생산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작은 장소로 압축되어 토지에 추가적인 압력이 가해진다.”
늘어나는 낙타 제품 수요와 인간과의 접촉
심지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주민의 노력도 문제를 야기한다. 페브르는 “사막화는 사람들이 더 이상 가축 사육을 할 수 없는 반건조의(비가 거의 오지 않는) 북부 지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낙타를 키우고 있다. 낙타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이로비와 같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낙타 제품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케냐에는 약 400만 마리의 낙타가 있다. 실제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북쪽 지역은 매일 450만 명의 수도와 연결돼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낙타들과 우유는 도시로 옮겨져 도살되거나 소비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케냐의 대부분 낙타는 메르스바이러스(MERS-CoV)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람이 감염되는 일은 드물긴 하다. 지금까지 케냐에서 메르스바이러스 증상이 있는 사람의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다른 27개 국에서 약 9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페브르는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잠재적으로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낙타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고, 시장의 수요를 위해 이동되고 있다. 그 결과 매우 광범위한 규모의 사람들을 인수공통감염병의 가능성에 연결시키고 있다.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후학적인 변화, 시장 수요의 변화, 그리고 다른 요소들이 합쳐져 병원체가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대략적으로 알려준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샤리테 바이러스학 연구소와 나이로비대학교의 역학 모델링 및 분석 센터의 연구원들은 다음을 조사하고 있다. 케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계통군(clade)이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견된 우세한 계통군만큼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지 안 하는지를 연구한다. 연구팀 일원인 브라이언 오고티(Brian Ogoti) 박사 연구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낙타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나 건강의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질병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원헬스 접근 방식은 인간 개체군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발병을 식별하고 잠재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기 경고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20년 말, 이시올로 현의 ‘방치된 열대 및 인수공통감염병 질병(Neglected Tropical and Zoonotic disease)’ 코디네이터 소란소라 타디차(Soransora Tadicha)는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을 받았다. 목장에서 일하는 한 인부가 두통이 생겼고, 인체의 구멍들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그런데 아무도 이게 뭔지 몰랐다. 비슷한 경우들이 잇따랐다. 조사 결과 모기에 의해 동물에게 전염되는 매개체로 인한 감염 질병인 리프트 밸리 열로 밝혀졌다. 인간의 중증 사례는 아픈 가축과의 긴밀한 접촉과 관련이 있었다. 보통 모기들이 많은 장마철에 발병한다. 당혹스럽게도 이시올로 현의 사례는 가뭄 기간 동안 발생했다. 그 이유는 길고 긴 연쇄적인 사건의 결과였다.
케냐의 에와소 응기로(Ewaso Ng'iro) 강이다. 강은 폭우로 인해 수톤의 진흙을 싣고 왔다. 강의 상류는 지나친 농경화와 삼림 파괴로 인해 홍수에 열악해졌다. 이로 인해 모기가 번성하고 인수공통감염병인 리프트 밸리 열 등이 늘어났다. 사진=위키백과
농경화와 삼림 파괴가 부른 재난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후, 삼림, 농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타디차는 다음을 설명한다. 이시올로 현에 도착하기 전에 여러 현(county)을 관통하는 에와소 응기로(Ewaso Ng'iro) 강을 따라 상류에 폭우가 내렸다. 강은 700킬로미터에 달하며, 상류는 수백 킬로미터를 차지한다. 며칠 후 물이 이시올로 현에 도달했을 때, 수톤의 진흙을 동시에 가져왔다. 케냐의 국제가축연구소(ILRI)의 아코코는 이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의 수원(水原)은 케냐 산과 애버데이산맥 경사면에 있다. 이 지역은 점점 더 심하게 농경화되고 있다. 삼림 파괴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그런데 단지 토지 사용의 변화만으로 더 많은 지표면이 떠내려가고 더 많은 토양이 하류로 내려오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류에서 운반되는 토사 때문에 강의 하류가 더 얕아지고, 결국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침수 지역은 모기의 번식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목초지가 새롭게 돋아나면서 가축을 끌어들였다. 게다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식목 계획에 사용된 남미의 관목(灌木: 키가 작은 나무) ‘프로소피스 줄리플로라(Prosopis juliflora)’은 많은 지역에서 침입종이 됐다. 아코코는 “홍수가 나면서 ‘프로소피스 줄리플로라(Prosopis juliflora)’가 많이 있게 되면, 그늘진 지역에서도 홍수가 발생한다”라며 “이로 인해 모기 등 여러 감염체가 번성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리프트 밸리 열, 황열을 일으키는 무기의 개체수가 늘어난다.
이와 같은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가축연구소(ILRI)는 아프리카의 원헬스 연구·교육 및 아웃리치 센터 산하에 독일 경제협력개발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원헬스 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상학자들과 수자원 관리 당국이 참여함으로써, 임박한 폭우나 수위 상승과 같은 경고 신호가 이상적으로 현(county) 또는 심지어 국가 경계를 넘어 이시올로의 원헬스 부서로 전송될 수 있다. 이로써 가축에게 리프트 밸리 열에 대한 예방 접종을 하거나 적어도 발병에 대비할 수 있다.
페브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과 원헬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와소 응기로(Ewaso Ng'iro) 강은 긴급한 사안으로 진화하는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총체적·장기적인 사고와 지속적인 연구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일뿐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3)00088-0/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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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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