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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D의 리얼의학부] 04. 임상시험을 위한 조력자
오피니언 Beyond LabPhD (필명) (2022-01-10)

파이펫을 놓은 Ph.D 나의 identity는 어디에 있을까?

석사 때 파이펫을 잡아보고, 박사 후 연수 중 파에펫을 놓은 지, 10년이 다 돼가고 있으니, 파이펫 잡는 법도 까먹을지 모르겠다. 연구실에서 기초연구를 할 때는 “환자”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신약을 개발하여 질병을 정복하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때로는 실험 실패와 논문에 파묻혀서 지내면서, 그저 생물학이 좋아서 연구하고 탐구하기 위해 시작했던 공부였으니, 내가 하는 일 (혹은 공부)의 “의미”를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긴 어려웠던 것 같다.

임상실험 vs 임상시험

하루에도 많은 신약개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임상실험”으로 오기된 문장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석/박사 학위과정 중 그렇게 수많은 “실험”을 해왔지만, 의학부에서는 실험을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임상시험”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을 통해,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인간 대상 연구는, 세포나 동물연구에서 말하는 충분히 통제된 방식의 “실험”과 달리, 실제 환자의 권익이 우선시 되면서, 새로운 치료에 잠재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완벽히 통제하기 어려운 실제 진료 환경하에서 수행되는 연구이기에, 절대로 “실험(Experiment)”이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상실험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시도”해본다는 의미에서 임상시험(Clinical Trial)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나의 identity는 어디에 있을까?

정확한 질문은 바이오 전공자로서 내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가치를 혹은 어떠한 역할을 사회에서 하고 있는지가 될 것 같다. 여전히 한 줄 답변은 어렵지만, 외국계 제약회사 의학부(메디컬팀)에 근무하면서,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어가고, 나라를 넘나드는 허가과정과 상업화되어 마케팅되는 전주기를 경험해본 것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의약품의 전주기에 걸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의약품의 임상시험 (Clinical Trial) (허가 전, 허가 후 모두)을 관리하고, 연구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고, 연구를 통해 확보된 data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메디컬팀의 MSL (Medical Science Liaison) 들이라 할 수 있다.

CRA, CRO와의 차이

임상시험을 수행한다고 하면, 관련된 널리 알려진 직군이 바로 임상시험 수탁기관 (CRO, Clinical Research Organization)과 이곳에서 근무하는 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 즉, 임상시험 모니터요원들이다. (물론 제약회사에도 자체 CRA조직이 있다.) Medical Affairs에서 MSL은 이들과는 다르다. CRO에서 CRA들이 맡은 역할을 임상시험의 운영 (Operation, 즉, 실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여 data를 모니터링하고, 각 기관/병원들의 연구자들에게 SOP와 연구 Protocol에 맞는 절차를 교육하며, 다양한 이슈에 대해 현장 대응을 하는)이라고 한다면, MSL들은 임상시험의 운영 그 자체보다는 연구자들과 현재 자사 의약품에 대한 data gap을 확인하여, 필요한 연구를 기획하거나,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의에 대해 알려진 정보 혹은 가이드라인들을 통해 회사가 할 수 있는 학술적 제언을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한 연구결과들을 출판하기 위해 참여 연구자들을 소집하고, 논문의 방향과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논의하여, 적절한 시간 안에 퀄리티 있는 논문 출판을 하기도 한다. 경험이 쌓인 MSL들이 Manager 혹은 Advisor로 역할을 확장하게 되면, 연구의 Protocol을 직접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Publication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 연구자들과 소통하여, 논문의 방향을 가이드할 수 있다. 임상시험은 연구를 수행하기 원하는 Owner에 따라서 '회사 주도 임상시험(sponsor-initiated trial)'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investigator-initiated trial)'으로 나뉜다. 

회사 주도 임상시험 (SIT, sponsor-initiated clinical trial)

제약사는 개발 중인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여, 규제기관의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 (1상~3상)을 수행하는데, 이러한 허가임상들이 바로 대표적인 회사 주도 임상시험이다. 또한 시판이 되고 나서도 다양한 이유에 의해 (Data gap) 추가적인 임상시험, 즉 4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데, 의학부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상 2~3상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인 Medical plan을 세운다. 후보물질이 목표로 하는 질환의 국내 질병 부담, 현황은 어떤지, 현재의 표준치료요법은 무엇인지, 환자의 치료 Journey는 어떠한 지, 이러한 흐름에 임상시험의 최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체적인 환자들 (Inclusion criteria), 혹은 배제되어야 할 환자들 (exclusion criteria)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서 Insight를 얻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여러 전문가들과 자문 미팅을 진행하여 연구에 반영해야 한다. (실제 임상시험 운영은 CRO, CRA에 의해 진행되겠지만)

국내에 있는 외국계 제약사들의 경우, 개발 중인 신약의 허가를 목적으로 한 글로벌 임상시험(1상~3상)은 본사에서 직접 수행하게 되고, 질환의 특성이나 필요한 대상 환자수에 따라 참여 나라의 규모가 달라진다. 본사는 제약 시장의 중요성/규모, 허가 규제 환경, 임상시험 인프라, 비용, 환자등록 속도, 질병부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참여 국가를 선정하고 있는데, 당연히 한국의 의학부에서는 가능한 많은 한국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한국의 연구역량과 질병 현황을 본사에 피력하게 된다. 임상현장의 목소리와 역량을 적극 경청하여 레포팅 하는 의학부(MSL)와 실제 임상시험을 운영할 임상팀(CRA), 그리고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성공적인 임상시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IIT, investigator-initiated clinical trial)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아닌 의사/연구자가 직접 주도하며, 제약사가 진행하지 않는 연구주제를 가지고, 해당 의약품을 개발/생산한 제약사에 Funding 혹은 임상약을 제공받아 수행하게 된다. 이때, 연구자(의사)가 IIT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의학부의 MSL이다. MSL은 의뢰한 의사와 연구의 전반적인 목적과 중요성 등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게 되는데, 따라서 제안받은 IIT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연구의 학술적 혹은 공익적 목적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2015년 유명 CRO 회사에서 발간한 IIT Made Easy라는 책자를 보면, 연구자(의사)의 입장에서 IIT를 수행하기 위한 제약사와의 협업 가이드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고, 여기에는 의학부 MSL의 역할과 이들과 어떻게 협력을 하면 좋은지 자세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다.
 

임상시험을 위한 조력자

https://www.crc.gov.my/wp-content/uploads/2016/07/02_iit_made_easy_2015.pdf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목적

1. 상업적 목적을 가진 제약회사가 자사 의약품과 관련된 모든 근거를 생성할 수는 없으므로 IIT는 연구자에 의해 환자의 관점으로 근거와 의과학적 지식을 보완함 (Remove data gap)

2. 회사가 생성한 근거와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근거를 통해, 회사, 연구자들의 학술적 교류를 강화함 (학술적 목적)

3. 균형 있는 학술 근거를 통해 환자 치료에 대한 의학적 결정을 지원하여, 환자 건강과 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함 (공익적 목적)

 

Ref. IIT made Easy


다국적 외국계 제약회사는 대체적으로 한국 지사 의학부에서 1차 검토 및 승인 후, 글로벌팀의 최종 승인을 거침으로써 연구자를 지원한다. (본사의 승인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연구자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MSL은 해당 의약품에 대한 깊은 학술지식, 과거 임상개발 전략, 가용한 예산과 내외부 절차, 기존 제안되었던 다양한 연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자와 논의하면서, 필요한 조언이나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가 IIT 초기 기획 단계부터 의학부 MSL과 함께 협업하면, 연구의 질을 높여 연구 지원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연구가 승인된 이후, 계약이 이루어지면, MSL은 IIT의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필요한 정보나 학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연구 계획 변경이나 환자등록의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환자 등록기준 등에 대한 적절한 제언을 통해, 추가적인 본사 승인과 계약서 변경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든 연구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IIT의 목적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출판해 학술 정보를 공유하고,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MSL은 최대한 논문으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연구자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한 가지 IIT에서 중요한 것은 MSL이 적절하게 IIT 연구를 관리하고 학술적 제언을 할 수는 있지만, IIT의 운영과 논문출판 자체는 연구를 의뢰한 의사가 책임연구자(Principal Investigator, PI)로써 철저히 독립적으로 모든 전권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연구계획서의 작성부터 결과에 대한 기술까지 실질적인 문서 절차들에는 MSL이 개입할 수는 없다.

“실험”만 했던 생물학 전공자가 임상”시험”업무.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생물학 전공자들이 CRA, MSL 등 의학부에 도전하고 있으며,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단, 생물학 전공자로서 파이펫을 잡고 “실험”을 했던 경험이 임상시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 준비되어 있다면 더 좋다. 물론 최근 바이오산업의 신약개발 트렌드가 생물학적 제제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생물학적 제제의 생산과정이나, 세포/유전자 치료제,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세포주 개발 실험법이나 결과 해석에 대한 data들도 허가 과정에서는 면밀하게 검토되고 있으므로, 허가팀 (RA)과 협업해야 하는 의학부로서 생물학 전공지식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또한 “실험”과는 달리 임상연구는 “통계학”의 총집합체이므로, 임상통계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해둘 수 있다면, MSL로서는 훌륭한 준비가 될 수 있다. MSL이 아니더라도 일단 제약업계에서 업무를 한다면, 통계적 사고와 임상통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생물학 전공을 하며, 생화학, 면역학, 세포학, 분자생물학 등의 다양한 기초학문과 실험실습을 학습하였다고 해도 임상논문의 통계와 임상시험의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약업계에서 다루는 수많은 임상 data들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다.

끝으로,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분은 통계나 학술적인 역량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의학부는 의약품의 생애 전주기에 관여한다. 따라서 허가 전 임상시험 단계에서부터, 질환의 질병 부담을 조사하고, 현재의 역학 연구 현황 정도, 표준치료 확인 등, 전문가들과 논의해야 할 많은 어젠다들에 MSL들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고 있다. 또, 규제 당국에도 근거 중심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거나, 본사 혹은 타 국가들의 지사들과도 치료제에 대한 경험과 insight 들을 나누며 전략적인 선택과 소통을 해야 한다. 즉, MSL은 학술적 역량에 더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리하며, 조정/조율하고, 최선의 결정사항을 최전선에서 제시하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량과 기획자로서의 역량들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박사학위 그 후.. “임상통계”와 “MBA”

MSL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 1년 정도까지는 파이펫을 영원히 놓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의학부에 와서 좋았던 것(내게 잘 맞았던 것은)은 실제 임상상황, 비지니스 상황들의 속도와 호흡이 실험 연구를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다는 점이었다. 또한 커머셜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와 전략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었고,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질환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바이오 업계에서의 통찰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었다. 그러자, 메디컬팀이라는 곳에서 더 잘해보고 싶어졌고, 커리어 성장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나는 파트타임 대학원에서 MBA와 임상통계를 이수(졸업)하였다. 신약개발 과정의 끝에 환자를 위한 "일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팀으로 움직이면서 통합적인 전문성을 발휘해가는 경험을 해가면서 실험실 연구자였던 나의 "뇌"가 통째로 바뀌는 기분이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배운 통계, 전혀 관심 없던 MBA의 경영/인문학적, 리더십들에 관한 수업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필요했고 잘 한일이라 생각한다.

성장하는 조직 Medical Affairs

신약 개발단계부터 임상시험과 data에 관심을 가지는 의료진들이 많아지고 있고, 다양한 혁신신약의 modality 들, 생물학적 제제들을 허가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규제기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또한 환자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제약사들의 배후에서 실제 환자들의 목소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많은 이해관계들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치료제들의 임상시험 (Clinical Trial)과 data들로 연대하는 중심에 의학부가 나설 수 있다.

2022년 현재, 메디컬 (Medical Affairs, 의학부) 조직은 거의 모든 글로벌 파마들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다. 기초연구와 다른 결의 임상시험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지만, 많은 생물학 전공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외국계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MSL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많은 국내 바이오, 제약회사들이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를 앞두는 경험을 해가게 되면서, R&D와 커머셜 중심의 인력구조에 더하여 메디컬 조직의 역할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해본다.
 

임상시험을 위한 조력자

[A vision for medical affairs in 2025]
June 12, 2019, McKinse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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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LabPhD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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