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실험을 해봅시다] (4) 세포 키우기-2: 세균을 키웁시다-2
Bio통신원(Esprit)
지난 시간에 우리는 세균을 키우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세균을 키우는원리를 알아봤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균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균을 처음 배양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환경 시료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American Type Culture Collection(ATCC)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Korean Collection for Type Cultures, KCTC) 등에서 동결 건조된 세균을 분양받거나, 다른 실험실에서 고체 배지에 접종되어 단일 콜로니로 형성된 것을 분양받는 걸로 시작합니다. 우선 동결 건조된 세균을 받은 경우 다음과 같이 세균을 배양합니다1). 청정실험대에서 동결 건조된 세균이 들어있는 앰플 표면을 70% 에탄올로 소독한 다음, 앰플을 자릅니다. 그 다음 절단한 앰플 끝 부분을 알코올 램프로 멸균한 다음, 멸균 증류수를 추가하여 골고루 현탁합니다. 그 다음 현탁한 균주를 접종 고리(inoculation loop)주1)로 채취하여 고체 배지에 접종합니다. 남은 시료는 멸균한 원심분리 튜브(centrifuge tube)에 옮겨서 접종된 균주의 성장이 확인될 때까지 4oC에 보관합니다. 고체 배지에 균주를 접종한 다음에는 해당 균주가 선호하는 온도에서 배양하고, 균주의 생육 여부 및 다른 균주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순수 배양된 균주를 실험에 활용합니다. 현탁한 균주를 그대로 고체 배지에 접종할 경우 균주 농도가 높아 단일 콜로니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고체 배지에 균주를 접종할 때는 선상 도말(streaking)을 수행하여 단일 콜로니를 형성하도록 합니다(그림 1)2). 선상 도말을 할 때는 다회용 접종 고리를 쓸 때는 알코올 램프로 접종 고리를 멸균한 다음, 고체 배지에 접종 고리를 살짝 찍어 접종 고리를 식힌 다음, 접종 고리에 균주 현탁액을 묻혀 고체 배지 한 켠에 지그재그로 그어줍니다. 그 다음 접종 고리를 멸균하고, 고체 배지 빈 곳에 접종 고리를 살짝 찍어 접종 고리를 식히고, 앞서 균주 현탁액을 묻혔던 부분과 걸치게 다른 한 켠에 지그재그로 그어주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다음 고체 배지 뚜껑을 닫고 배양기에 넣고 배양합니다. 일회용 접종 고리를 사용할 경우 멸균 대신 여러 접종 고리를 사용하면 됩니다주2). 이 과정을 통해서 단일 콜로니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단일 콜로니를 만든 고체 배지는 콜로니의 추가 성장을 막기 위해 파라필름 등으로 봉하고 냉장 보관하도록 합니다.
그림 1. 고체 배지에 선상 도말(streaking)하는 방법. 멸균 앰플 속에 있는 균주를 멸균 증류수로 현탁한 다음(균주 농도가 높은 상태), 준비된 접종 고리를 넣어 접종 고리에 균주 현탁액을 묻힙니다. 그 다음 고체 배지 한 켠에 지그재그로 그어줍니다. 그 다음 접종 고리를 다시 준비하는데 이때는 앰플 속 균주에 담그지 않고 앞서 선상 도말한 것에 살짝 걸치게 지그재그로 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다음(균주 농도가 희석됨), 고체 배지 뚜껑을 닫고 배양기에 넣고 배양하면 단일 콜로니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청정 실험대에서 수행합니다.
고체 배지에 단일 콜로니를 만든 다음에는 액체 배지에 배양할 차례입니다(그림 2). 고체 배지에 세균을 배양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청정실험대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청정실험대에서 고체 배지에 생성한 단일 콜로니를 접종 고리로 채취하여 멸균한 액체 배지에 접종합니다. 그 다음 액체 배지를 담은 용기의 뚜껑을 알코올램프의 불꽃으로 멸균한 다음 닫습니다. 대장균 같은 조건부 혐기성 세균의 경우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너무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뚜껑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대신 테이프 등을 이용하여 뚜껑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막습니다(플라스크의 경우, 멸균할 때 사용한 알루미늄 호일로 입구를 막습니다). 그리고 나서 진탕 배양기에 단일 콜로니를 접종한 액체 배지를 넣고 충분히 흔들면서 배양하도록 합니다. 대장균의 경우 통상 37oC, 150-200 rpm 조건으로 배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2. 액체 배지에 세균을 배양하는 방법. 준비된 접종 고리로 고체 배지 위의 단일 콜로니를 취해 액체 배지에 접종하고, 접종 후 액체 배지가 담긴 용기의 뚜껑을 닫습니다. 그 다음 진탕 배양기에 넣고 배양하면 됩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청정 실험대에서 수행합니다.
한편 단일 콜로니로 만든 고체 배지는 냉장 보관하여 몇 주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오랜 기간 안정되게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글리세롤 스톡(glycerol stock)을 만드는 것입니다(그림 3)3). 글리세롤 스톡은 세균 배양액에 멸균한 글리세롤을 추가하는 것인데, 글리세롤은 세균이 얼어도 안정화시켜서 세포막이 파괴되지 않게 하여 생존할 수 있게 합니다. 글리세롤 스톡을 만들 때는 우선 세균 배양액과 멸균한 50-60% 글리세롤, 멸균한 보관용 용기가 필요합니다. 청정 작업대에서 세균 배양액과 멸균한 글리세롤을 동일 부피로 혼합하고, 멸균한 보관용 용기에 나눠 담고 -80oC에서 얼리면 글리세롤 스톡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글리세롤 스톡은 몇 년간 사용할 수 있는데, 얼리고 녹이는 과정(freeze-thaw cycles)이 반복될수록 수명이 줄어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리세롤 스톡을 처음 만들 때 여러 개를 만들어두고(마스터 스톡(master stocks; 1차 스톡(1st stocks)), 마스터 스톡 중 하나를 청정 작업대에서 최소한으로 녹여 준비된 접종 고리로 일부 취해 액체 배지에 접종하여 배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여러 개의 글리세롤 스톡을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많은 수의 글리세롤 스톡을 확보할 수 있는데, 저는 마스터 스톡을 바탕으로 2차 스톡, 3차 스톡을 만들었고 실제 실험에는 3차 스톡을 활용하였습니다. 마스터 스톡은 청정 작업대에서 최소한으로 녹여 사용하지만, 2-3차 스톡은 쓰고 버리게 적은 양으로 분주하는 게 좋습니다.
그림 3. 글리세롤 스톡의 제조 및 활용. 세균 배양액과 멸균한 글리세롤(50-60%)을 동일 부피로 혼합하여 글리세롤 스톡을 만들고 분주하여 마스터 스톡(1차 스톡)을 만듭니다. 그 다음 마스터 스톡 일부를 녹여 배양하고 글리세롤과 혼합하여 2차 스톡을 만들고, 2차 스톡 하나를 녹여 배양하고 글리세롤과 혼합하여 3차 스톡을 만들어 실제 실험에 사용합니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청정 실험대에서 수행합니다.
그러면 세균을 액체 배지에서 배양할 때 얼마나 자랐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세균 배양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600 nm에서의 광학 밀도(optical density, OD)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그림 4). 우선 600 nm에서 광학 밀도를 측정하는 것은 세균 배양액을 큐벳(cuvette)에 넣은 다음, 큐벳을 분광계(spectrometer)에 넣어 600 nm 파장에서 광학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파장이 600 nm인 것은 해당 파장에서 세균의 성장에 영향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광원(light source)에서 빛의 세기(light intensity)가 Iin이라고 하면, 빛이 세균이 있는 큐벳을 통과하면서 산란(scattering)되어 검출기(detector)에 도달하는 빛의 세기는 Iout으로 줄어듭니다. Beer-Lambert law에 따라서 OD = -log10(Iout/Iin)의 관계를 가지고, 세균의 농도가 높을수록 빛의 산란이 증가하기 때문에 투과율(transmittance, Iout/Iin)이 감소하고, OD가 증가합니다. 따라서 OD는 세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한편 투과율이 너무 낮아지면 OD 측정값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주3), OD는 0.1-0.5 범위에 들어오도록 희석하여 측정하는게 좋습니다.
그림 4. 광학 밀도(OD)를 이용하여 세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원리. 세균의 농도가 높을수록 빛의 산란이 많아져서 투과율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OD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OD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습니다. 우선 세균이 살아 있건 죽어 있건 빛을 산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살아 있는 세균이 적더라도 많은 것처럼 왜곡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세균의 수를 직접 센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균의 정확한 농도를 알 수 없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액체 배지에 희석한 다음 고체 배지에 도말하여 콜로니 수를 센 다음 세균 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그림 5). 우선 세균 배양액을 멸균한 액체 배지에 1/101, 1/102, 1/103, 1/104, 1/105, 1/106, 1/107, 1/108...으로 순차 희석(serial dilution)한 다음, 고체 배지에 도말합니다. 이때 희석액을 고체 배지 전체적으로 도말할 수도 있고, 희석액을 고체 배지에 한 줄씩 나란히 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체 배지가 마른 다음 배양기에 넣고 배양한 다음, 다음 날 콜로니 수를 세면 이를 토대로 세균 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여러 희석 농도가 있겠지만, 콜로니가 10개 이상 100개 이하, 그 중에서도 콜로니 수가 많은 희석 농도를 토대로 계산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1/106 희석액 0.1 mL을 도말해서 80개, 1/107 희석액 0.1 mL을 도말해서 12개의 콜로니가 생긴 경우, 1/106 희석액을 도말한 것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계산합니다:
(세균 농도) = 80 CFU x 106 (희석도 고려) / 0.1 mL = 8 x 108 CFU/mL
그림 5. 세균 배양액을 액체 배지에 희석하고 고체 배지에 도말하여 세균 농도를 계산하는 방법. 희석액을 고체 배지에 도말하거나 한 줄로 나란히 놓고 흘린 다음 배양하여 생긴 콜로니 수를 셉니다. 센 콜로니 수를 바탕으로 세균 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균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세균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숙지하는 것은 세균을 이용한 실험을 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포유류 세포를 키우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1) 접종 고리는 원래 백금으로 만들어서 통상 ‘백금이’로 불리고, 백금이 비싸기 때문에 니크롬선 등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백금이나 니크롬선으로 만든 금속 접종 고리는 청정실험대 안에서 알코올에 담아 멸균하여 여러 번 사용하기 때문에 다회용입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접종 고리가 멸균되어 시판되기 합니다.
주2) 일회용 접종 고리를 알코올 램프로 멸균하려고 하면 녹아버립니다.
주3) 투과율이 10%면 OD = 1, 1%면 OD = 2, 0.1%면 OD = 3으로, 투과율이 낮아질수록 투과율의 작은 차이가 OD에서의 큰 차이로 왜곡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생물자원센터(Korean Collection for Type Cultures), 동결건조 앰플재생법.
2) Addgene, Streaking and isolating bacteria on an LB agar plate.
3) Addgene, Creating bacterial glycerol stocks for long-term storage of plasmids.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생명과학 연구를 하다 보면 많은 실험들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실험들이 있지만, 그 기반에는 기초적인 실험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실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면 다른 실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를 시작했던 시절, 생초보의 마음으로 기초적인 실험을 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를 읽으신 분들이 기초적인 실험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하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