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조금 다른 미국 생활] EP 4.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Super easy and fast)
Bio통신원(이승원)
<미리 알립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그 어떤 제품 혹은 광고에 대해서 금전적 보상 혹은 어떤 형태로의 이윤도 받지 않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특정 의도를 가지고 특정 제품 혹은 회사를 광고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도 밝힙니다.
영어를 잘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영어 좀 잘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에 익숙해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가장 권하는 방법은 TV 혹은 라디오에 나오는 광고(commercial advertisement)로 공부해보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듣기능력을 향상시키기에 광고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려는 광고의 목적에 걸맞아지기 쉬운 단어와 직관적인 표현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광고와는 조금 다르게, 미국에서 볼 수 있는 광고는 좀 더 상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한국의 경우에는 광고에 나오는 이미지를 차용해서 광고하려는 대상에 투영하는 경우가 많죠. 그와 반해 미국은 이건 이러이러한 기능 혹은 수행능력이 있으니 사용해 보라는 조금 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경우가 주류인 듯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국과 일본의 기발한 TV 광고들이 미국에서는 컬트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죠.
미국에 왔던 2005년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의 TV 광고는 한국의 것들에 비해 심미적으로나 창의적으로나 한참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이미 모 통신사에서 시작된 이른바 이미지 광고처럼 세련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에 비하면, "XX를 사면 OO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와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는 미국의 광고는 심미적 기준으로 본다면 너무나도 직선적이고 단순하게 보였을 정도이니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의 전달 방식이 보다 텍스트에 방점을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화면에 커다랗게 제품명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 그리고 연락처를 새겨놓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물론 이미지만으로 광고효과를 보려던 광고주들도 많았습니다만 그들은 대부분 고급 소비재, 이른바 명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누구나 많이 소비하고 즐겨 사용하지만 드러내놓고 기능을 설명할 수 없는 술과 담배 같은 상품들도 이미지만으로 광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1] 1999년에 등장했던 SK telecom의 TTL 광고 (좌측)[1]. TTL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담지 않고 이미지 하나만으로 호기심을 유발하여 대성공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았다. 반면 2017년 Ford의 광고를 보면 유명 배우인 드웨인 존슨이 참여했음에도 여전히 정보 전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미국스럽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측)[2].
미국 광고들을 보다 보면 제품의 목적이나 용도에 상관없이 신기하게도 중복되는 단어 혹은 문구들이 있습니다. 구글을 통해 "common words and phrases in advertisement"라고 검색하고 조사해본 결과, 제가 생각하는 단어들과 상당수가 일치하더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단어와 문구 다섯 가지를 꼽아보면 "easy", "fast", "free", "save money", 그리고 "guaranteed"입니다.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이렇습니다. "쉽고 간편하고, 빠르고, 자유로우며,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보장된다." 아주 직설적이고 명료하죠.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광고들은 이런 메시지의 변주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구들을 어떻게 유려하게 바꾸는가가 광고제작자들의 역량인 셈이겠죠.
다만, 한국과 미국의 조금 다른 지점은, 이렇게 직선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이 미국에서 여전히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그 효과가 높다고 분석되어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이런 차이는 언어의 사용방식이나 문화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겠거니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다름이 단순히 언어문화의 차이 때문에 만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집을 구매하고--물론 모기지의 힘을 빌렸습니다만--홈 오너가 된 것이 그 계기가 되었죠.
[그림 2]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미국의 TV 광고 [3]. 브랜드가치가 높아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광고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직설적인 문구를 영상에 삽입하는 것을 통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처음이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입주 후 생각보다 많은 곳을 수리해야 했었는데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에서 적어보려 하기에 많이 다루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금전적인 지출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가장 몸으로 크게 느껴졌던 지출은 바로 인건비(labor)였습니다. 제힘으로 고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을 수리하기 위해 통칭 Handyman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시간 단위로 고용하는데, 보통 한 시간에 50불 많게는 65불을 지급해야 하고 심지어 세금과 팁은 제외되었기 때문에 한 번 부를 때 일감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세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어서 하루에 200불을 지불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결국,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페인트를 칠하고, 문짝을 고치고, 펜스를 제거하고, 나뭇가지를 치고 그루터기를 뽑고, 잡초제거를 하는 등 이래저래 일들을 하는 게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더군요. 그런 초보자인 저에게 많은 분들이 Home Depot이나 Lowe's에 가서 공부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림 3] 미국 홈 오너들은 반드시 친해져야 하는 두 프렌차이즈 백화점 Home Depot과 Lowe's [4]. 집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제품이 있기 때문에, 집 구매를 준비하는 분들 혹은 미국의 집 인테리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가서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Home Depot이나 Lowe's의 고객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실제로 집 소유주들이고 다른 하나는 집을 수리하는 업체 관련 종사자들입니다. 업체 종사자들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는 상품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광고문구가 보이지 않더군요. 반면, 일반 소비자의 경우 제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찾아봐야 하는 탓인지 제품들에 설명이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매장의 종업원이 친절하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긴 하지만, 대부분 제품에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는 것을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그런 상품에는 대부분 "Super easy", "fast", "Guaranteed"와 같은 문구들이 여지없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기준에 따라 구매했고, 많은 경우 제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구요. 시간이 지나고 점차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것이 과대광고인지 어떤 점이 맘에 안 드는지 알게 되었고, 불만이 극에 달하면 소비자 센터에 적극적으로 클레임도 걸게 되었습니다. 즉, 미국에서 DIY (Do It Yourself)는 취미나 개인의 선택인 경우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돈을 아끼기 위한 일상적인 생활 패턴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바로 높은 인건비가 있었고, 그것이 제가 경험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네요.
[그림 4] 집을 관리하기 위해 구매한 것들에는 높은 확률로 위에 언급한 문구들이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사용된 단어들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직관적이다.
미국은 공산품의 나라답게 부품값은 상당히 저렴하지만, 인력이 들어가는 순간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일상생활 중 높은 인건비 때문에 가장 많이 놀라는 곳이 대표적으로 차량정비소입니다. 접촉사고로 범퍼를 바꿔야 하는 경우를 겪었는데, 차량이 고급차량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당시 비용이 1,500불 정도가 나와서 심하게 놀랐습니다. 보험으로 커버가 되어 다행히 500불만 지출했지만, 명세를 찾아보니 인건비가 시간당 얼마 식으로 계산되어있었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간이 대략 네시간 정도 걸려서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되어있었죠. 이런 경우가 허다하기에, 많은 경우 스스로 혼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차량의 배터리와 전구 정도는 스스로 교체하고, 주변인 중 엔진오일 정도는 스스로 교체하는 게 익숙한 분들도 많더군요. 이렇게 인건비가 높다 보니 스스로 찾아서 소모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특정 분야에 심취한 매니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이런 식의 문화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상품광고에 효과적인 문구가 무엇일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죠.
핵심단어가 사용된다는 것은 마케팅 차원에서 본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적인 단어와 변주를 통해 제품에 대한 소개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기에 위에 언급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광고의 본질에 충실한 행위겠죠. 그리고 그런 단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특히나 미국같이 소비시장이 극도로 활성화된 사회에선 당연히 중복되어 사용될 수도 있겠죠.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서인지, 최근 차량 보험회사들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 광고보다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을 위주로 방송에 내보내기도 합니다. 웬만한 코미디 쇼보다 재미있는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내고 그다음 직접 능동적으로 광고 상품을 찾아보게끔 하는 전략도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일반적인 소비자의 요구도가 어느 쪽에 맞추어져 있는가를 깊이 파고들어 가면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중심에 이런 인건비에 대한 인식의 다름이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한국과 미국의 인건비에 대한 인식이 왜 다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의 틀을 만드는 것은 제도이지만 빈틈을 메꾸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런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일 테니까요.
[광고와 관련한 조금 다른 미국 생활의 사소한 팁]
1. 최근에는 좀 바뀌는 중이지만, TV 광고나 라디오 광고에서 유명 스타들의 얼굴을 찾아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흔히 말해서 Hot star들은 명품이나 자신들이 만든 독자 브랜드 광고 모델로 채용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일반적인 공산품 광고에 채용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2. 아마도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미국광고는 미식축구 결승전의 광고들이 아닐까 합니다. Youtube에서 super bowl commercial이라고 검색해보시면 재미있는 광고를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3. 한국과 달리 미국은 비교광고가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반대로 이야기하면, 광고에 나온 비교 대상의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상품구매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처:
[1]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190714000710397
[2] https://thenewswheel.com/famous-sexy-man-dwayne-the-rock-johnson-stars-in-ford-service-commercial-sexily/
[3] Google image search (https://images.google.com/)
[4] https://seekingalpha.com/article/4085806-home-depot-vs-lowes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과학이 생활 속에 녹아드는 삶을 바라는 소시민이자 생명과학 노동자. 현재 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Postdoctoral researcher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 분야를 연구 중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