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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 수면(睡眠)의 비밀을 간직한 호주산 턱수염도마뱀
생명과학 양병찬 (2020-02-13 09:27)

인간 수면(睡眠)의 비밀을 간직한 호주산 턱수염도마뱀


수면(睡眠)의 기원을 찾는 과학자들은 호주산 턱수염도마뱀(bearded dragon)에게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듯하다. 한 새로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수면과 관련된 신경신호를 도마뱀 뇌(腦)의 특정영역까지 추적함으로써—그리고 그 영역을 포유동물 뇌의 불가사의한 영역과 연관 지음으로써—, "복잡한 수면은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에서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찌감치 진화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 수면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수면의 질(質)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제기되고 재구성된 의문에 답변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매우 유의미해 보인다"라고 앨런 연구소의 스티븐 스미스(신경과학)는 논평했다.

포유류와 조류는 두 가지 유형의 수면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동안에는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전기활성이 뇌를 통과하며, 인간의 경우에는 꿈을 꾼다. REM의 에피소드 사이에는 「서파수면(low wave sleep)」이 존재하는데, 이때 뇌의 활성이 서서히 사그라들며 전기활성이 동기화(同期化)된다. 몇 건의 논문에 따르면, 이 '덜 강렬한 뇌 상태'는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간 수면(睡眠)의 비밀을 간직한 호주산 턱수염도마뱀

출처: 참고 1

2016년, 막스 플랑크 뇌연구소의 질 로랑은 "파충류도 두 가지 유형의 수면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참고 2; 한글번역). 즉, 중부턱수염도마뱀(Pogona vitticeps)은 40초마다 한 번씩 두 가지 수면 상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포유류·조류·파충류의 뇌에서 서파패턴을 추동하는 뇌 영역'을 찾아낸 연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로랑이 지휘하는 연구팀은 전극과 '턱수염도마뱀의 뇌 박편(薄片)'을 이용하여, 서파패턴과 관련된 전기활성을 추적했다. 이윽고, 연구팀은 등쪽뇌실능선(DVR: dorsal ventricular ridge)의 작은 부분에 도달했다. 그 부분은 도마뱀 뇌의 앞쪽에 위치하는데, 지금껏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연구팀이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로랑의 박사후 연구원 마리아 토셰스(지금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조교수)와 두 명의 대학원생들은 지금까지 도마뱀의 상이한 뇌 영역에 속하는 세포들의 유전자 활성을 평가하여, 생쥐 뇌의 그것과 비교해 왔다. 그런데 서파패턴을 생성하는 파충류 뇌 영역에서 활성화된 유전자 세트는 생쥐의 담장(claustrum)에서 활성화된 유전자 세트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장이란 뇌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불규칙한 신경세포 시트로, 전뇌(forebrain)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유사성은, 파충류도 담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담장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라고 UC 버클리에서 생쥐 뇌의 수면회로를 연구하는 단 양(신경과학)은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그것을 '의식의 원천'이라고 제안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수면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것이 파충류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구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도마뱀 뇌의 '가설적인 담장'과 나머지 영역들 간의 연결성을 추적했다. 그 결과 도마뱀의 '가설적인 담장'은 (포유류의 담장과 마찬가지로) 뇌의 다양한 부분들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에는 수면에 관여하는 영역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팀이 도마뱀의 담장을 손상시켰더니, 도마뱀은 여전히 잠을 잤지만 서파패턴은 생성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2월 12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3). "이번 논문은 서파의 기원을 확실히 밝혀냈다"라고 단은 말했다.

이제, 로랑은 '납득이 가는 서파수면의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겠구나'고 생각하고 있다. "파충류(그리고 아마도 다른 척추동물)의 경우, 담장은 수면의 시작과 중단에 관여하지 않지만, 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수면중추에서 나오는 신호에 반응한다. 그 다음, 담장은 서파패턴을 생성하여 뇌의 다른 영역으로 전송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먼 친척뻘 되는 파충류인 붉은귀거북(Trachemys scripta)에서도 담장을 발견했다. 이는 담장이 파충류의 진화에 선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담장과 '그것이 수면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기원을 3억 2천만 년 전 파충류·조류·포유류의 공통조상까지 앞당겼다"라고 로랑은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포유류(특히 인간)의 담장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담장이 파충류의 수면에 중요하다면, 인간의 수면과 수면장애에도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테렌스 세즈노브스키(계산 신경과학)는 말했다. "계통수상에서 아무리 낮은 곳까지 내려왔어도, 이번 연구는 '상이한 종(種)들에서 수면의 가치'를 부각시켰으며, 파충류가 척추동물의 뇌 진화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창문'임을 증명했다"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4-431-56469-0_15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6/04/do-sleeping-dragons-dream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1743&SOURCE=6)
3. http://www.nature.com/articles/s41586-020-1993-6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20/02/australian-bearded-dragon-may-hold-secrets-human-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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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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