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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률 2.6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박쥐-천산갑-인간으로?
오피니언 이탈 (2020-02-10)

홍콩대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증식률을 2.68로 추정했다. 10명의 감염자가 27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경고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범으로 '박쥐'와 '천산갑'이 지목되고 있다. 박쥐는 서늘한 곳에서 지내는 습성과 집단생활을 하며 바이러스를 공유하는 생활사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과 이동의 주된 동물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천산갑'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중국의 화난(華南) 농업대학에 따르면, 천산갑은 박쥐로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재적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높다. 이 대학의 연구진은 DNA 서열이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에 쓰인 천산갑(바이러스)이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추출된 것이 아니어서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40년 이래로 과학자들은 400가지의 질병을 확인했다. 이들 질병들 10개 중 6개는 인수감염이다. 즉,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감염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 침팬지로부터 비롯된 HIV ▶ 박쥐의 에볼라와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 쥐의 한타바이러스 ▶ 낙타의 메르스 ▶ 돼지 독감 ▶ 조류 독감 등이 있다. 박쥐는 모든 포유류 종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저장고로 불린다. 

인간은 내장에 수많은 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살아간다.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DNA나 RNA 같은 유전 물질의 뼈대만 있는 바이러스는 정말 미스터리다. 바이러스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숙주에 기생한다. 바이러스는 세포 밖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 한다. 바이러스들은 신진대사나 움직임, 생식 능력이 없다. 바이러스는 세포 내로 들어가 세포의 기능들을 훔쳐서 증식한다. 마치 화학과 생물학 사이 어딘가 존재하는 게 바로 바이러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DNA나 RNA 가닥의 뼈대와 보호 코팅만 갖고 있다. 세포 안으로 침투해 세포의 기능들을 훔치는 게 바이러스다. 이미지 =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박쥐의 습성 때문에 인간까지 전염되는 바이러스들

인간과 유전 세계에서 참 많이도 밀렵되는 동물 중 하나인 천산갑. 천산갑은 그 특이한 모습 때문에 멸종의 위기에 몰린 동물이다. 천산갑은 이빨이 없는 동물로 정평이 나 있다. 포유강 중 유린목(Pangolin, 有鱗目)에 해당하는 천산갑은 개미 등 곤충을 잡아먹는다. 중국에선 천산갑이 정력에 좋다는 속설로 인해 야생 식자재로 유통되고 있다. 온몸이 비늘로 둘러 싸여 있는 천산갑은 혀가 길고, 야행성이며 습한 곳에서 생활한다. 

천산갑의 영어명인 Pangolins(또는 scaly anteaters)는 각질 비늘(각린. horny scale)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몸길이는 약 30-100cm 정도이다. 천산갑의 수컷은 암컷보다 더 크고 무게도 최대 40%까지 더 나간다. 천산갑은 주로 빈 나무나 굴에서 홀로 살아간다. 짝짓기를 해서 1∼3마리의 새끼를 낳아 2년 정도 기른다. 새끼 천산갑의 비늘은 흰색으로 부드럽다. 며칠만 지나면 새끼 천산갑의 비늘 역시 딱딱해지고 검게 변한다. 천산갑은 줄어드는 밀림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에 있는 천산갑 새끼와 어미

필리핀에 있는 천산갑 새끼와 어미. 현재 천산갑은 불법 밀렵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

 

비늘로 둘러싸인 이빨 없는 천산갑, 서식지 줄어

천산갑의 비늘은 인간의 손톱이나 발톱처럼 케라틴으로 돼 있다. 이 동물의 비늘은 파충류와는 사뭇 다르다. 포식자한테 위협을 받으면 솔방울처럼 겹겹이 말아 날카로운 비늘로 몸을 보호한다. 또한 천산갑은 스컹크처럼 고약한(?) 화학 물질을 방출해 적이 못 오게 한다. 혀는 지름 0.5cm가 40cm까지 늘어날 수 있다.  

천산갑은 생태계에서 흰개미 개체군의 중요한 조절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루에 140∼200g 정도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천산갑은 이빨이 없어 개미를 소화시키기 위해 뱃속에 쌓인 작은 돌을 이용한다. 위장의 이 부분을 모래주머니라고 부른다. 한편, 시력이 매우 좋지 않은 천산갑은 냄새와 소리에 의존해 행동한다.  

천산갑은 중국 남부와 베트남에서 전통 의학에 인기가 높다. 천산갑의 고기는 진미로 여겨진다. 1년에 10만 마리 천산갑이 밀거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년 동안 100만 마리 이상이 중국과 베트남으로 유입됐다. 2010년 11월, 천산갑은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돼 현재 국제 거래는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동남아 일부 등에선 천산갑이 암이나 천식을 치료할 수 있고, 수유를 촉진한다는 미신이 있어 불법 밀거래가 많다. 지난 2013년 4월, 필리핀에 좌초한 중국 선박에서 11톤의 천산갑 고기를 압수했다. 또한 2016년 8월, 인도네시아의 한 남성은 650마리의 천산갑을 냉동 보관한 혐의로 체포됐다. 

 

2017년, 성룡은 천산갑을 보호해야 한다는 운동에 동참했다

2017년, 성룡은 천산갑을 보호해야 한다는 운동에 동참했다. '쿵푸 천산갑'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천산갑의 현실을 고발했다. 사진 = <유튜브> 캡쳐.

 

암과 천식, 수유에 좋다는 미신으로 잡아먹히는 천산갑

현재 천산갑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이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제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아나미티쿠스(conservation NPO Annamiticus)’는 2월 셋째 주 토요일을 '세계 천산갑의 날'로 지정해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을 정도이다. 2017년, 성룡(재키 찬)은 천산갑을 보호하기 위한 '쿵푸 천산갑'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대만은 1989년부터 천산갑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어 가장 높은 천산갑의 인구 밀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불법적인 밀거래가 이번 우한 폐렴 확산의 주원인이라면 추적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한다. 이미 많은 증거들이 소멸되고 감춰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쥐가 자연 숙주인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이나, 과연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 것이 명확한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한 시장에서 박쥐나 천산갑을 구매한 이들이 모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감염 경로는 더 넓고, 더 복잡하며, 더 간접적일 수도 있다. 

더욱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금 동물에서 일반적으로 복제되는 바이러스가 인간까지 전염시키는지는 불분명하다.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바이러스 점프(viral leap)가 있기 전까지는 질병의 역사에서 그 어떤 전염병도 예측될 수 없었다. 현대문명의 생활은 더 많은 동물들과 접촉을 가능하게 했고, 결국 그 점프는 일어났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washingtonpost.com/health/coronavirus-came-from-bats-or-possibly-pangolins-amid-acceleration-of-new-zoonotic-infections/2020/02/07/11eb7f3a-4379-11ea-b503-2b077c436617_story.html
2. https://en.wikipedia.org/wiki/Pangolin
3. https://www.youtube.com/watch?v=xpR91uzxXW8&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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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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