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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논문 투고기] 1저자지만 1저자는 아닌 거 같은 내 첫 논문
Bio통신원(뉴로)
최초 draft를 지금 보면 갈팡질팡한 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논문이 끝날 때까지 갈팡질팡은 끝이 없었지만 당시 기록들을 보면 심각했습니다.
학부 교육 때 배웠던 pubmed 이용법을 활용했단 것은 그나마 나은 점이었습니다. Cancer, epigenetics 등의 키워드를 Pubmed alert을 설정해두고 이메일을 기다렸습니다. 문제는 제 자신부터 논문의 빅피쳐가 없었습니다. 설계도가 없으니 주먹구구식으로 논문을 찾아 대고 다운 받아 대니 정리가 안되어 받은 논문을 또 다운 받고 형식화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2주 뒤의 결과치 첫 미팅에서 나온 draft-v1은 논문을 37개 찾는데 그쳤고 Abstract를 제외하곤 Introduction 부분이 서술과 정리가 되지 않아 bullet point로 이런 논문에서 이런 문구를 인용해야한다는 노트로 뒤죽박죽인 상태였습니다.
그나마도 37개 논문은 앞으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꼼수(?)를 위해 인용할 가치가 굳이 있을까 싶은 것들을 한 것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central dogma에서 epigenetics는 생략되기 쉽상인 개념이지만 세포 분화와 발현 조절기전에 중요한 인자다 같은 당연한 상식적 문장을 위해 대략 5~10여편의 논문을 인용했고 이 중에 제 생각엔 1~2개 정도는 마지막 draft에선 자세한 내용 기술에서 재차 인용되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변명이라도 될만한 것은 리뷰 논문 규정이 최대 80개 논문 인용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무가치한 논문을 제거했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지금 보기엔 민망한 draft-v1.
지도 교수님도 이제 막 대학원생 시작한 제게 큰 기대는 안하셨는지 처음 치곤 나쁘지 않다고 해주셨습니다. 다만, 목표량엔 미달했기 때문에 ‘지도 교수가 요구한 목표치는 기한 내에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다시 2주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 때는 다른 업무들이 다행히 여유로울 때라서 집중을 했습니다. 정말 논문만 계속 읽고 쓰고 1달 동안 100편의 논문을 읽은 것은 제가 대학원생 5년의 기간 동안 이 외엔 없었습니다.
처음 1~2주는 논문이 cancer subtype도 다루고 drug response도 다루는 매우 큰 규모의 논문만 찾으려다보니 극단적으로 논문이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시사 팟캐스트에서 영국인들의 식민지 경영 방식을 우연히 듣고 수월 해졌습니다.
Divide and conquer (분할 통치)는 큰 문제에 대해 작은 문제들로 쪼개서 풀어나가는 방법입니다. 우리의 집을 보면 화장실, 안방, 주방, 거실 등 용도에 맞는 구역들이 적절한 구간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뭉뚱그려서 쓰다가 섹션을 나누어 쓰기 시작하니 훨씬 수월하게 논문이 찾아졌습니다. 또한 논문들은 각 주제별로 폴더를 나누어 보관하기 시작해 관리도 쉬워졌습니다. draft-v2는 discussion 부분을 제외한 부분이 끝났고 교수님께 드렸습니다.
집이 구획을 나누듯이 draft-v2에서 논문의 section들이 생겨났다.
교수님께 사실 draft-v2는 살짝 기대를 하면서 가져다 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혹평이었습니다.
‘뉴로 군 노력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영어도 엉터리고 논문이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이건 그냥 요약을 한 후에 나열한 수준의 글이야……. 연결성이 없어. 다시 써와’
이 상태로 1주일 동안 완전히 뜯어 고쳐지는 draft는 2~3번이 오갔습니다. 어떻게든 section간에연결성을 만들려 했고 논문을 추가해댔습니다. 문제는 지도 교수님이 설명을 해줬지만 감이 제대로 안 왔고 마지막 draft-v5에서는 교수님께서 이제야 리뷰논문스러워졌다는 칭찬을 해주셨지만 여전히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저널 측에 1달의 추가 시간이 가능한지 문의메일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저널 측에서는 받아줬습니다.
‘뉴로 군이 리뷰논문의 골격을 만드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인거 같으니 현재까지 쓴 것을 토대로 내가 골격을 주겠으니 여기에 내용을 적게 2일 시간을 줄 테니까 해내게’
골격은 제가 여태까지 써왔던 것과 다소 달랐지만 더 세분화되고 한 눈에도 섹션들의 연결성이 뚜렷해졌습니다.
좀 더 세분화되고 introduction과 main-text간 연결성이 강화된 draft-v6
제가 쓰던 draft들에서 바꾸는 것은 촉박한 시간 속에서 꽤 힘들었지만 끝내 드렸는데 이후로는 교수님에게서 답변이 없었습니다.
밀린 연구들을 해야했기 때문에 저도 정신이 없었고 2주일 정도 뒤에 제게 교수님이 수정한 final-draft.docx가 왔고 reference작업을 마무리하라고 했습니다. 그간 교수님께서 영문 에디터에게 까지 맡겼던 것이었습니다.
Reference 작업을 하면서 정말 민망했습니다. 가끔씩 제가 쓴 문장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지만, 제가 보냈던 문장들은 거의 모조리 더 나은 표현과 더 나은 연결성의 문체로 바뀌어서 제가 쓴 것이 아닌거나 다름 없었습니다.
다 끝나고 나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말해 민망합니다만, 나는 뉴로 학생 외에도 토의하거나 서류작성해야할게 너무 많은데 draft의 완성도가 내 기대에 너무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7-90% 정도를 1저자가 작성해야하는데 아직 뉴로 학생에겐 안될거 같았다.'
'종종 1저자부터 교신저자까지 교수가 다 하는 리뷰논문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그게 딱히 좋은거라고 생각이 안듭니다. 여튼 논문 쓰느라 수고했어요. 이제 저널에 업로드하세요.'
아휴.... 교수님 방을 나오며 참았던 한숨을 쉬었습니다.
참 제 자신이 한심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쩌겠냐 생각하고
1저자지만 1저자는 아닌거 같은 리뷰 논문 투고버튼을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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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생명과학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bioinformatics를 접해 매일 컴퓨터에 앉아 있는 대학원생이다. 최대 고민은 커져가는 뱃살! 그리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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