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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소설로 읽는 과학자 이야기 16. 『She sells seashells』
종합 과학작가 박재용 (2019-12-02 09:58)

리비트가 막 문을 들어설 때 아리스타르코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She sells seashells by the sea shore, The shells she sells are surely seashells.. 

어머 아리스타르코스님 그 노래를 어떻게 아세요?

후후 어디 노래뿐이겠습니까? 이 노래의 주인공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랍니다.

아니 이 노래에도 주인공이 있나요? 그저 구전되어 내려오는 노래 아니었어요?

잠시 만나보시겠어요? 당신보다 약 1세기 정도 먼저 살다간 분이죠.

아리스타르코스가 리모콘으로 스크린의 메뉴 몇 가지를 연거푸 누르자 새로운 화면이 나타났다.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영국 남부지역 전체가 보이더니 차츰 확대되면서 푸른색이 감도는 절벽이 해안과 맞닿아있는 곳에 사람 몇이 걸어가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의 여성이 나레이션을 시작했다.

11월의 영국 해협은 자주 폭풍우가 몰아쳤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멕시코만에서 올라온 멕시코만류의 일부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면서 거세질 때 멕시코만류를 따라온 따뜻한 공기는 북해에서 내려온 차가운 대기와 조우한다. 둘은 만나 힘을 겨루다 종종 영국의 남해안에서 폭풍우를 만들곤 했다. 사우스햄프턴에서 엑서터로 가는 사이의 도시 라임 리지스의 블루 라이어스 절벽 바로 옆 마을 해안가 리처드 애닝의 집. 저녁 무렵 식구들은 모두 2층에 대피해있었다. 아래층은 만조와 때를 맞춘 폭풍으로 바닷물이 몇 번을 들락날락한 상태였다.

워낙 자주 있는 일이다보니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세간은 2층에 있었다.

흔들리는 불빛 아래 11살의 애닝은 엄마 몰리 옆에 누워서 낡고 닯은 <비국교도의 신학 잡지>를 보고 있었다. 몰리는 애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메리 이제 그만 불을 끄고 자자.

조금만 더 보면 안될까요? 휘튼 목사님이 쓴 에세이만 마저 읽고 잘께요.

휘튼 목사님 에세이는 벌써 백 번은 봤겠다. 이제 외우지 않니?

그래도 읽을 때마다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요. 목사님은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지요?

옆 침대의 오빠 조셉과 아버지 리처드는 이미 잠이 들었다. 리처드는 잠결에도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애닝은 기어이 십여 분을 더 책을 읽고 일어나 불을 껐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그렇지 이 폭풍우가 그치면 남들보다 빨리 절벽으로 가야니까, 이쁜 메리 어여 자자.

네 어머니도 안녕히 주무세요.

다음 날 새벽이 되자 아버지 리차드는 일층을 치우는 사이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한다. 애초에 일층에 둔 세간이 얼마 없으니 치울 일도 별로 없었다. 네 가족은 검은 빵과 야채 스프를 앞에 두고 간단한 아침 기도를 한다. 기도 말미에 어머니가 덧붙인다.

오늘 아침에는 큐리오Curio를 많이 발견하게 해주시고 우리 가족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아버지 하느님께 바라옵나이다.

조셉이 웃으며 덧붙인다.

뱀돌과 악마의 손가락을 발견하기를 천사들에게 기원하나이다.

애닝도 한 마디 거든다.

등뼈돌도 부탁드려요.

해뜨기 전에 서둘러 아침을 먹은 리처드는 요셉과 애닝을 데리고 절벽으로 향했다. 잔소리는 오늘도 어김이 없었다.

이렇게 폭풍우가 분 다음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조셉 특히 너는 요사이 너무 위험해. 절벽에 다가설 땐 항상 위를 살펴야 하는 거야. 작은 돌멩이라도 굴러오면 즉시 몸을 피해야 해.

아이 아빠 어디 그게 되나요? 큐리오는 발 아래에 있는데 그걸 살피다보면 위를 언제 보겠어요. 그래도 전 한 번도 위험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메리가 몇 번 위험했지. 그리고 아빠가 더 조심해야 해요. 요새 기침이 너무 심하시던데 여긴 제게 맡기고 메리랑 아빤 좀 쉬세요.

헐 이 녀석 아빠를 우습게 보는 군. 내가 기침을 좀 해서 그렇지 아직 너보다 한 참 위다.

 

화면이 바뀌고 화면 속 메리 애닝은 옷깃을 여미고 있었다.

그게 아빠와의 마지막이었죠. 언젠가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빠의 기침도, 절벽의 돌사태도 모두 예정된 것이었죠.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렇지 않아도 빠듯하던 살림이 더 힘들어진 것도 마찬가지로 이미 예정된 일이었죠. 단지 그 사고가 그 결핵이 언제 현실이 될 지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언제 현실이 될지 모른다고 마치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우리 가족 모두 외면하고 있었던 거죠. 아마 아빠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그 절벽을 다니는 한, 폭풍우가 지나간 직후 그 절별 아래를 훑고 다니는 한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는데 아빠는 자신만 예외일 거라고 스스로를 속인거죠. 교회에서 나오는 구호 식품으로 간신히 연명 했어요. 사실 쉽지 않은 시절이었어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으로 영국 전체가 식량이 부족할 때였으니까요.

흰빵과 치즈를 먹을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단 두 번뿐이었죠.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어머닌 그 두 날에는 어떻게든 흰 빵을 사고 치즈를 샀어요. 이웃 그랜던 부인이 어머니께는 아마 조금 싸게 주셨는지도 몰라요. 그 집은 그래도 젓소가 서너 마리 있었거든요.

어머니는 강인한 분이셨죠. 아버지 대신 절벽에 가서 화석을 모았답니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던 어머니는 오로지 화석을 팔아야만 살 수 있었죠. 오빠와 저도 아버지를 쓰러트린 그 절벽을 매일 돌아다니며 화석을 모았지요.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니 그나마 오빠가 가구 장식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어요. 오빠가 번 돈으로 일단 호구지책은 되었죠. 그래도 어머니와 전 계속 절벽을 다녔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저희가 모은 화석을 정기적으로 사주시는 분들이 몇 분 생겼어요. 오빠의 수입과 합치니 한결 나아지더군요. 저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어요. 제가 모은 화석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걸 사는 분들이 무슨 이유로 사는 지도 알고 싶었죠. 어머닌 그런 게 무에 필요하냐셨지만 저로선 그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십대 후반이 되어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할 때 오히려 저는 평생 화석과 살기로 결심했죠.

어쩌면 저는 이것이 신이 저에게 내린 운명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라임 리지스의 그 절벽 아래 태어난, 아버지의 손에 끌려 어려서부터 화석과 같이 놀고, 살았던 저의 운명이지요. 거기에 신은 제게 필요한 탈렌트도 주셨다고 생각해요. 돌을 보면 화석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어요. 오빠 조셉도 어머니 몰리도 저만큼은 아니었어요. 거기에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노력은 필요했지만 불가능하지 않았죠. 어려서 교회에서 글을 배운 후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책을 읽었고 그 내용을 오롯이 제 것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라임 리지스에서 화석을 줍는 아버지를 둔 제게 주어진 행운은 거기까지였어요. 생계를 위해 화석을 줍는 노동계급의 딸인 제게 학계는 아주 먼 곳이었고, 해자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성이었습니다. 성공회 신자도 아닌데다 노동자계급이었고 결정적으로 여성인 제게 학회는 애초에 바라질 않았어야 할 곳인 것처럼 보였죠.

제가 죽은 뒤 영국 지질학회 회장 헨리 드라베시는 학회 모임에서 저에 대해 말했습니다.

“나는 한 명의 죽음이 우리에게 준 손실을 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학회의 편안한 자리에 있지 않았고 매일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 그녀의 재능과 연구가 없었다면 우리는 라임 리지스 인근의 거대 고생 파충류를 비롯한 다른 화석 생물에 대한 지식을 조금도 갖추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헨리 드라베시는 제게 호의를 베푼 많은 이들 중 하나였어요. 좋은 친구였죠. 제가 유방암에 걸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지질학회에서 기금을 모아 준 것도 모두 헨리 덕분이었습니다. 월리엄 버클랜드도 종종 찾아왔고 로데릭 머치슨씨도 그의 부인 샤로테 머치슨씨도 제게 아주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찰스 라이엘과는 지질학에 관한 서신을 자주 교환했었죠. 전 유럽의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 중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저와 서신을 주고받거나 제 화석을 사거나 아니면 저와 만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냥 좋은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지질학회 회장이 제 친구였어도, 제가 새로운 화석을 발견하고,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였던 그 수많은 일들 중 단 하나에 해당되는 일만 한 성공회 출신 젠틀맨 계급의 남자도 쉽게 들어가는 지질학회에 저는 영원히 들어갈 수 없었죠.

아리스타르코스님의 배려로 이 곳 마젤란에 잠시 머물렀지만, 글쎄요. 저는 이곳에서 영생을 사는 것에 별 의미를 느낄 수가 없더군요. 절벽도, 화석도 없는 곳에서 무슨 낙으로 살아야할까요? 지구를 보는 건, 지구의 사람들을 보는 건 한두 번이면 족하더군요. 아무래도 저는 그저 사라지는 쪽을 택하고 싶어요. 그래도 훗날 다른 지구인이 와서 저라는 사람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걸 아는 건 나쁘지 않겠지요. 아리스타르코스님의 배려에 대한 작은 보답이기도 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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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애닝

메리 애닝(Mary Anning , 1799년 5월 21일 - 1847년 3월 9일)은 영국의 화석 수집가이자 고생물학자이다. 잉글랜드 남부 도싯주의 라임 리지스에 있는 영국 해협을 마주한 절벽에서 쥐라기 해양 생물의 화석을 발견하였다. 애닝의 발견은 당시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고생물과 지질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애닝은 블루 라이어스 절벽에서 화석을 채집하였다. 특히 겨울철 절벽에서 사태가 나면 새롭게 화석이 드러났는데, 애닝은 화석이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기 전에 재빨리 수집하였다. 1833년에는 절벽이 무너지면서 그녀의 애견 트레이를 덮쳤고 애닝 스스로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녀는 최초로 어룡의 골격을 발견하고 정립하였으며, 거의 완벽한 두 개의 수장룡 골격도 발견하였다. 독일로 가서 진행한 조사에서 애닝은 익룡 화석과 중요한 어류 화석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당시 위석으로 잘못알려져 있던 분석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애닝은 또한 오징어와 같이 먹물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두족류인 벨렘나이트 화석을 발견하였고, 지질학자인 헨리 드라베시는 최초의 고생물 복원도인 《두리아 안티퀴오르》(Duria Antiquior, 도싯의 고생물)를 그리면서 애닝의 화석 수집품을 기초로 삼았다. 드라베시는 그림 판매 수익을 애닝과 나누었다.

거의 대부분 성공회를 신봉하는 젠틀맨이었던 19세기 영국 과학계는 애닝을 그들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구 장인이었던 아버지가 11살 때 사망한 이후 애닝은 가난한 가족들과 함께 돈벌이에 나서야만 했다. 화석 수집가로서 애닝은 영국과 유럽, 미국에 까지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런던 지질학회에 가입할 수 없었고 그녀가 이룬 업적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였다. 사실, 그녀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세상은 제게 너무나 불친절합니다. 저는 그때문에 모두에게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여져지고 있어요." 메리 애닝이 생전에 과학 저술에서 언급 된 것은 단 한 차례였는데, 1839년 《저널 오브 네츄럴 히스토리》는 자신들이 출간한 논문에 의문을 제기한 애닝의 서신을 실었다.

1847년 애닝이 사망한 후 그녀의 범상치 않은 생애는 급작스레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찰스 디킨스는 1865년 문학 잡지 《그 해 내내》(All The Year Round)에 기고한 글에서 "목수의 딸은 스스로 명성을 쌓았고 그 명성에 걸맞았다"고 추도하였다. 1908년 테리 설리번은 "그녀는 해변가의 조개껍질을 팔았지."(She sells seashells on the seashore)라는 잰말 놀이를 내놓았다. 2010년 왕립학회는 애닝의 사망 163년 만에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녀를 꼽았다.

 

헨리 토마스 드 라 베시(Sir Henry Thomas De la Beche KCB, FRS (10 February 1796 – 13 April 1855)는 영국의 지질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이다. 영국 지질조사국의 초대 국장으로 고생물학회의 초대 의장이기도 했다.

 

큐리오(curio) 작은 보석이나 골동품을 일컫는 말

뱀돌 : 암모나이트

악마의 손가락 : 벨럼나이트

등뼈돌 : 척추뼈화석 

** 인물에 대한 소개는 위키 백과와 영문 위키에서 인용했습니다.

 


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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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오래된 공부 못하는 학생, 과학 작가, 사단법인 ESC 회원 )
글쓴이의 아주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시선으로 과학의 역사 곳곳에 드러난 혹은 숨은 여러 사건을 바라보고 이를 엽편소설 형식으로 씁니다. 소설이니 당연히 팩트가 아닌 점도 있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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