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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75회> 희망, 그 시간의 함수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 ‘인생 희망 함수’; 인생의 어느 시기에라도 플러스 희망 값을 가졌으면.... >
올 봄, 지인은 팔 근육에 전이된 폐암 진단을 받고 1차 화학항암제, 2차 면역항암제, 3차 화학항암제까지 열심히 치료를 받았으나 별 차도가 없자, 최근 미국에서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구하여 복용했다.
“두 달 먹었는데 역시 효과가 없네. 그래도 가만있을 수 있나. 또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지. 암환자가 나중에는 귀가 얇아져서 죽는가봐. 허허”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지인은 손에 든 비닐봉투에서 사람 구충제인 알벤다졸 약 상자를 보여줬다. 펜벤다졸과 알벤다졸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 방법도 써 보려고 근처 약국에서 구입했단다.
귀가 얇은 나 또한 인터넷을 검색하여 보니, 이번에는 메벤다졸의 암 치료 가능성을 알아보는 몇몇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우선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암센터(Sidney Kimmel Comprehensive Cancer Center at Johns Hopkins) 소속 의사 연구자 세 명이 눈에 띈다. 미국 내 한인 의사가 유튜브1)로 소개한 미국 정부(국립암연구소) 주도 메벤다졸 임상시험은 코헨(Kenneth J Cohen) 박사가 현재 소아 뇌교종(Glioma)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임상1상2) 시험이다(2022년 종료 예정). 이에 앞서 갈리아(Gary Gallia) 박사는 성인 악성 뇌교종(High-grade Glioma)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상3)을 진행한 바 있다(2020년 9월 종료 예정). 이러한 임상1상 시험들에서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리긴스(Gregory Riggins) 박사는 재발성 교모세포종(Recurrent Glioblastoma)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4)
그 밖에 이집트에서 대장암(Colorectal cancer) 보조치료제로서 메벤다졸 임상3상 시험(2028년 종료 예정)5)을, 스웨덴에서 위장관암(Gastrointestinal tract cancer) 대상 임상1상 시험6)을 진행 중(2020년 6월 종료 예정)이다.
당장 치료방법이 없는 암환자들은 애가 타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임상시험은 초기 단계일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아직 완료되지 않아 그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자본의 논리를 버리고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임상시험이라면 정부가 적극 나서 주기를 암환자들은 탄원하고 있는 것이다.7)
생명이 꺼져간다. 그런데 시간은 매정하게도 변함없이 흘러가고 주위 일상은 바삐 돌아간다. 이에 서운할 겨를도 없이 암환자는 그 틈에 끼여 아픈 몸을 이끌고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기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희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은 시간의 함수다. 시간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순 있지만 분명히 값을 가진다. 그런데 이 함수 문제는 타인이 대신 풀어 줄 수 없고 반드시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러니 어설픈 조언은 삼가자. 이번엔 메벤다졸이라고, 전이되고 상황이 많이 안 좋으니 이제는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 인생의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아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인생의 후반을 함께 일구기로 약속한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돌봐야할 아이들이 있다. 생명은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가기 싫어 또 결석을 했다. 아내도 나도 서서히 지쳐간다. 핸드폰도 뺏어보고 윽박질러도 보고 좋아하는 것 해주며 달래도 보지만 소용이 없다. 포기해야 하나 절망적인 생각도 든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도, 눈물을 훔치며 애쓰는 아내에게도 ‘포기’는 도리가 아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가운데서도 희망을 품고 끝까지 노력하는 암환자 앞에서도 그런 나약한 포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건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 그 시간의 함수에 기댄 우린8), 멈추지 않고, 이 상황에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야한다. 가급적이면 사랑을 담아...
“사랑은 인생을 실현하고, 사랑이 아닌 것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아브라함 매슬로, <존재의 심리학> 중에서
※ 참고자료
1) https://youtu.be/9TLLTdNxWKY
2)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study/NCT02644291#contacts
3)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1729260
4) https://abc2.org/research/projects/repurposing-antiparasite-drug-fight-glioblastoma
5)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925662?term=mebendazole&draw=2&rank=4
6)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628079?term=mebendazole&draw=2&rank=9
7)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414
8) 고성현, 시간에 기대어, https://youtu.be/Vvku4AVxRRk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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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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