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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쥐의 해 (下)-먹이 대신 탐험 즐기는 쥐
오피니언 이탈 (2019-11-29 09:50)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뺨을 꼬집혀라, 귀여운 생쥐라고 부르게 하라”는 문장으로써 귀여운 여인을 생쥐에 비유했다. 생쥐는 보기에도 자그마하고 귀엽다. 그런데 같은 쥐과에 속하는 곰쥐와 시궁쥐는 겉모습부터가 우락부락하고 덩치가 크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이들 쥐들이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동시에 죽음, 부패, 혼란, 파괴, 지하 세계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실제로 곰쥐와 시궁쥐의 학명에 담긴 단어 ‘rat’은 비겁자, 배신자, 이탈자를 뜻했다. 

반면에 쥐를 영웅으로 그린 사람들도 많다. 작지만 언젠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열의를 갖춘 존재가 쥐이기도 하다. 과거 월트 디즈니는 차가운 다락방에서 절망에 빠져있었다. 가난했으며 친구도 없었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친구란 다락방을 넘나드는 작은 생쥐뿐이었다. 이후 전 세계를 열광시킨 미키마우스가 탄생하였다. 

쥐는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생쥐와 인간』에도 나온다. 작품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의 시골 젊은이들이 겪는 좌절과 절망을 그렸다. 농장에서 일하던 주인공 레니는 멸시와 소외의 상징인 쥐로부터 위안을 찾으면서 미국을 횡단했다. 쥐를 자기 자신과 다름없는 존재로 보며 동시에 친구로 여긴 덕이었다.

 

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의 소설 『생쥐와 인간』 는 쥐를 보며 희망과 위안을 얻는 내용을 그렸다. 2020년 과연 우리는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할까.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지구상에 널리 퍼진 작은 거인

쥐는 분류체계에 따라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류강 ▶쥐목(설치목)으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다람쥐나 외래종으로 분류된 뉴트리아 역시 쥐목에 해당한다. 쥐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그리고 한국에 3아과(subfamily)가 있다고 알려졌다. 쥐과(family)에는 비단털쥐과, 소경쥐과, 대나무쥐과, 쥐과, 겨울잠쥐과, 가시겨울잠쥐과, 사막겨울쥐과, 긴꼬리쥐과, 날쥐과 등이 있으며, 모두 위턱과 아래턱에 각각 6개의 어금니를 지녔다. 4개의 앞니는 평생 자라기에 항상 무언가를 갉아야 한다.  

쥐는 약 3,600만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20속 1,800여종을 포함해 지금껏 알려진 포유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여 억 마리를 치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번식력도 엄청난데 1년에 여러 차례 새끼를 낳을 수 있었고, 한 번에 최대 9마리까지 낳았다. 어떠한 생태적 압력도 가해지지 않으면, 쥐 한 쌍이 1년 동안 불어나는 수는 무려 2,400마리나 된다. 종을 유지하는 방법이 거의 곤충과 맞먹는 것이다.

쥐는 별다른 무기 없이도 지금껏 생태계를 유지하고 순환시키는 강력한 존재로서 군림하고 있다. 지진이나 풍랑 등의 재난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과 함께 다산성과 적응력이 매우 큰 이유이지 않을까싶다. 쥐는 다른 포유동물들에 비해 크기가 작다. 또한 부피에 비해 몸의 표면이 더 크기 때문에 외부로 방출되는 열이 많다. 수명도 짧다. 

대신 세대교체가 빠르기에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기회는 많다. 자연선택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덕분인지 섬을 포함해 북극(남극은 제외)과 툰드라 지대, 사막, 도시에까지 온 곳에 퍼질 수 있었다. 현재 생쥐(Mus musculus), 곰쥐(Rattus rattus), 시궁쥐(또는 집쥐, Rattus norvegicus Berkenhout)는 인간을 제외하고 세계 각 곳에 퍼져 사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쥐는 널리 퍼져있는 만큼 여러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성질을 지녔다. 이마에 뿔 하나가 있고, 머리 뒷부분에 뼈로 된 볏을 지녔던 종도 있었지만 현재는 멸종한 상태다. 털이 가시로 변한 종도 있다. 동물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덩치 큰 포큐파인이 그러한 예 중 하나다. 포큐파인은 맹수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한다. 2014년 남아프리카의 한 지역에서 17마리의 사자들이 포큐파인을 노렸다가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외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를 기어 다니는 종, 다리가 길고 가늘게 발달하여 멀리 뛸 수 있는 종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화를 한 상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겉모습은 하나같이 ‘쥐’로서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최초의 포유류로 알려진 아데로바시레우스는 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최초의 포유류로 알려진 아데로바시레우스는 쥐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쥐는 작고 민첩해 생존 능력이 강했다. 공룡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던 포유류는 쥐를 닮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생존에 최적화된 ‘쥐’로서의 모습

1989년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동물 머리뼈 일부가 발견되었다. 뼈로 추정된 몸길이는 10cm 정도였다. 뼈의 주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2억 2,5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이스 후기에 살았던 최초의 포유류 아데로바시레우스(Adelobasileus cromptoni)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포유류다. 아데로바시레우스는 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설치류는 여전히 피식자(被食者)다. 개과, 고양이과, 족제비과, 독수리, 올빼미와 같은 중, 소형의 육식성 동물들은 도처에 돌아다니는 쥐를 잡아 쉽게 배를 채우곤 했다. 수많은 포식자를 피해 쥐가 선택한 다음 생존법은 인간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야생 포식자들이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거주지에는 안전한 숨을 장소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음식물이 넘쳐났다.  

인간과 쥐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농업의 발전은 쥐를 인간 세계로 끌어들이는 큰 역할을 했다. 약 2만 3,000년 전 카스피 해 부근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던 인간들은 음식물을 주변으로 버렸고 은연중에 쥐를 끌어들였을 것이다. 고대 유럽에는 자그마한 생쥐만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인도 지방에서 유럽의 지중해를 거쳐 거대 쥐가 유럽으로 들어왔다. 이때 급성전염병인 페스트도 유럽으로 함께 들어왔다. 1347년~1350년에 걸쳐 페스트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이집트, 북아프리카, 터키, 그리스를 습격했고 다시 유럽 대륙에 되돌아와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지를 습격했다. 그렇게 2,500만 명을 사망케 했다. 이는 당시 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했다. 

이후 15세기에 이르러서는 유럽 도시마다 곰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궁쥐는 곰쥐보다 뒤늦게 유럽으로 합류했다. 과학자들은 시궁쥐가 1720년대 말 유럽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궁쥐의 유입 경로를 보자면 이렇다. 1727년 11월 강한 지진으로 중앙아시아의 도시들이 사라지면서 시궁쥐들은 1차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1727년 여름 카스피 해 북쪽을 지나 볼가강에 도착했다. 헤엄쳐 강을 건너고서 1740년 러시아 전역을 파고들었다. 이후 1753년에는 파리로 1803년에는 스위스로 침입했으며 마침내 1850년쯤 전 유럽을 차지했다.

18세기에 들어 도시 구조에 큰 변화가 일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하수도 시설이 새로이 건설되었다. 하수로에 숨었다가 밤이 깊어질 때면 쥐들은 거리로 나와 길에 버려진 채소 줄기, 치즈 껍질, 곰팡이, 빵 등을 먹었다. 실제로 1964년의 이탈리아 도시에는 600만 톤의 고체 쓰레기가 배출되었다. 그 양은 매년 늘었는데 1974년에는 1100만 톤, 1984년에는 1400만 톤에 이르렀다. 쓰레기는 쥐떼를 도시로 몰려오게 했다. 사람들은 쓰레기로 인한 쥐떼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오늘날 서구 대도시에서도 시궁쥐들은 활보 중이다. 월 스트리트 옆의 로어 맨헤튼의 수천 블록에서는 들끓는 쥐를 항상 볼 수 있다. 심지어 쥐들은 백악관까지 침범한다고 한다.  

실험동물로 쥐가 많이 선택되는 이유는 그만큼 예민하고 명민하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로 쥐가 많이 선택되는 이유는 그만큼 예민하고 명민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쥐의 호기심 놀이터인 단편화된 도시 

인간의 노화나 질병 치료, 신약 개발에 쥐 실험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쥐는 인간만큼이나 예민하고 또 적극적인 동물이다. 고등 포유류처럼 동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고, 이타심도 있다. 과학자들은 쥐를 연구해나가는 도중 인간사, 나아가서는 동물 진화의 역사까지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겉보기에는 주먹만 한 털 뭉치지만 그들이 지닌 생리적인 힘은 상상이상이다. 수많은 희생과 스스로를 자연의 실험체로 여겼던 쥐의 선조들로 인해 지금의 수많은 포유동물들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두 마리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먹이와 물, 탐험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쥐들을 놓은 뒤 관찰을 했다. 그 결과 주변 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지면 두드러질수록 쥐들의 탐색시간은 길어졌는데 상대적으로 소비한 음식의 양은 줄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먹이와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 찬 미궁 속에 쥐를 놓아두었다. 처음에 쥐들은 먹이를 향해 가는 듯 했지만 잠시 뒤에는 미궁을 탐색하기 위해 먹기를 포기했다. 

1964년에 실시된 실험에 따르면 자극이 가득한 환경에서 1달~2달을 보낸 쥐는 텅 빈 환경에서 사육된 쥐들에 비해 대뇌피질의 무게가 더 나갔다. 탐색한 정보가 기억정보 처리 시스템에 연결돼 두뇌의 조직이 발전하였고 이로 인해 주위 환경을 통제할 수준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경험욕구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연구원들은 쥐가 어느 장소에서도 살아남는 특이한 적응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도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드햄 대학교의 동물학자 제이슨 문시사우스(Jason Munshi-South)는 뉴욕 도심의 야생 쥐를 대상으로 계통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을 정확히 분석한 적이 있다. 도시 개발로 공원이 제각기 분리된 지 120여 년이 지난 상태였다. 분석 대상은 녹지나 공원 곳곳으로 분리된 쥐들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Prospect Park)은 흰발붉은쥐들의 가장 큰 서식지였다. 쥐들이 이러한 노출된 공간에서도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여우와 부엉이 등 포식자가 서식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원마다 흰발붉은쥐는 독립적인 집단을 이루고 있었으며 한정된 공간에 맞게 적응하고 있었다. 쥐들의 몸속에는 서식지마다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음식이 담겨 있었다. 이에 맞게 유전자 역시 제각기 발달한 상태였다. 노출된 오염을 대처하는데 필요한 유전자, 면역 기능 관련 유전자에 변화가 있었다. 공원마다 서식하는 흰발붉은쥐의 유전자에 각기 다른 특징이 생겨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종류로 나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런던 모기의 경우도 지하철 노선마다 각기 다른 집단이 살고 있었다. 마치 공원마다 각기 다르게 진화해가는 쥐와 비슷하다. 구획된 도시 특성은 유전적으로 단편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야기하지만 도시 동식물에게 꼭 재난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연구원들은 이러한 단편화된 차이에 대해 ‘각 서식지의 환경적인 요구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쥐는 먹이보다 탐험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쥐는 먹이보다 탐험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쥐의 생존능력은 바로 그 호기심에서 비롯하는 게 아닐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쥐 퇴치에 앞서 돌아보아야 할 인간의 모습

도시 설치류를 연구하던 바비 코리건 박사는 “쥐가 매우 영리하고 사납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퇴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관리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쥐 퇴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생 동물이 해를 입지 않는 것 역시 중요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는 새둥지 수백 개가 만들어져 있다. 새를 통해 쥐를 없애겠다는 기대가 담긴 결과물이었다. 안타깝게도 도시의 소음 가운데 쥐를 잡아먹는 부엉이 등의 새들이 청각과 시각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성 식물과 몇몇 종류의 곰팡이 그리고 콩과 식물도 쥐의 박멸에 이용되었다. 아울러, 유독가스, 초음파, 광물, 세균도 쥐 박멸에 사용했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쥐의 무작위 돌연변이가 도시 속 환경오염과 살충제로 기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쩌면 쥐의 외형은 포유류 생존의 가장 적합한 완성체일지도 모른다. ‘살아남겠다.’는 이들의 바람은 최소의 몸집과 빠른 번식, 강한 적응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 어느 종이 유독물질 속에서 살아남고, 강한 방사선을 견뎌내고, 220볼트에 이르는 전기 충격을 견디고, -40℃ ~ 60℃까지의 온도 범위에서 생활하고 번식할 수 있을까. 썩은 물과 짠 물로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다양한 전염병에 면역되고, 철과 같은 단단한 것을 갉아서 부서뜨리고, 쉬지 않고 1km를 헤엄치고 또 물속에서 사흘을 버틸 수 있을까. 
 
지난 1950년대 태평양 마셜 제도 북쪽의 에니웨톡 군도의 엔게비 섬에서 실험이 있었다. 4년 동안 원자 폭탄 14발과 수소폭탄 1발이 발사되었다. 관계자들은 원폭 실험에서 섬의 모든 것은 사라졌다고 여겼다. 그러나 쥐는 살아남았다. 쥐는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종이 사라진 미래에도 지구를 정복하는 포유류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공룡 인간을 디자인하다 (공룡 VS 포유류, 1억 5천만년의 진화 전쟁)』(NHK 공룡 프로젝트팀, 이근아 역, 북멘토, 2007)
2.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메노 스힐트하위전, 제효영 역, 현암사, 2019.01.30.)
3. 『쥐가 지구를 정복한다』(학생과학문고편찬회, 한국독서지도회, 2000)
4. 『쥐와 인간』(프란체스코 산토얀니, 이현경 역, 시유시, 1999)
5. 『쥐띠 (12띠의민속과상징 1)』(김의숙, 국학자료원, 1997)
6. https://mk.co.kr/news/it/view/2019/03/179612/
7. https://www.yna.co.kr/view/AKR20180928065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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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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