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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케타민, 「기억 다시쓰기」로 폭음가(暴飮家)의 음주량 줄여
의학약학 양병찬 (2019-11-27 09:33)

케타민, 「기억 다시쓰기」로 폭음가(暴飮家)의 음주량 줄여


▶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술 얘기 좀 하자. 뭔가에 대한 탐닉(addiction)과 싸운다는 것은 '기억의 지뢰밭 지나가기(참새 방앗간 지나가기)'를 의미한다. '승용차 몰고 단골 유흥업소 지나가기', '술친구와 마주치기', 'TV 상업광고 힐끗 보기'는 강력하고 긍정적인 연상작용을 일으켜 누군가를 흡연·음주·마약사용으로 다시 끌어들이니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자들은 마취제 케타민(ketamine)을 이용하여 그런 연상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폭음가로 하여금 최소한 9개월 동안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은 '뉴런망 간 연결'의 강도에 의존한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에 통합하는 것—이를테면, 이국(異國)에서 운전하기 위해, 교통법규에 대한 당신의 이해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뉴런 간의 연결지점—뉴런들끼리 화학신호를 전달하는 지점으로, 시냅스라고 한다—에서 잠깐 동안 격변을 일으킨다. 시냅스에서 그런 소동이 일어나는 동안, 신호의 접수와 해석을 돕는 단백질 중 일부가 파괴되고 재활용된다.

연구자들은 "기억의 편집과 재안정화(restabilization)를 위해서는, 단백질 수용체의 일종인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가 특별히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NMDA 수용체는 뉴런 내부에서 돌기(process)를 투사하여 새로운 시냅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단백질이 뉴런과 이웃 뉴런 간의 연결을 강화한다.

케타민이 등장하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여가용 약물(recreational drug)로 인기를 끄는 케타민은 오랫동안 마취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올해에는 미국에서 심각한 우울증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케타민의 추가적인 잠재력—다른 많은 질병들, 이를테면 탐닉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케타민의 메커니즘을 모두 이해한 건 아니지만, 핵심적인 메커니즘 중 하나는 탐닉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흥미롭다: 그 내용인즉, NMDA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뇌가 기억을 재안정화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방법이 절주(節酒)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라비 다스(정신약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90명의 폭음가(暴飮家)들을 모집했다. 지원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약 30파인트(야드파운드법에 따른 부피의 단위. 1파인트는 1갤런의 8분의 1로 영국에서는 0.57리터, 미국에서는 0.47리터에 해당함)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음주량 줄이기를 원하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받은 상태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연구실을 처음 방문한 30명의 지원자들을 한 잔의 맥주 앞에 앉히고, 스크린을 통해 네 장의 맥주 사진과 몇 장의 비알코올성음료 사진을 관람하며 '맥주를 마시고 싶은 충동'과 '그로 인한 만족감'을 평가하게 했다. 그런 다음, 스크린에서는 그들에게 '앞에 있는 맥주잔을 들어 마셔라'라고 재촉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연구팀은 지원자들에게 네 장의 맥주 사진을 다시 보여줬지만, 음주를 재촉한 후 스크린을 껐다. 그리고 그 날은 맥주가 없었다. 그로부터 몇 분 후, 연구팀은 지원자들에게 고용량의 케타민 1회분을 정맥에 투여했다.

본질적으로, 연구팀은 지원자들의 뇌(腦)에 충격을 주어 알코올과 관련된 기억 중 일부를 업데이트한 다음, 케타민을 이용하여 기억의 재안정화를 방해한 것이었다. 그들의 바람은, 그런 과정이 지원자의 뇌에서 음주와 (탐닉성을 추동하는) 보상 간의 연결고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 이처럼 맥주와 관련된 충격을 받는 시험군(「기억 인출 + 케타민」 그룹) 외에, 연구팀은 두 그룹(각각 30명)의 대조군을 모집했다. 한 팀(위약 그룹)은 맥주를 기대하게 만드는 과제를 수행한 다음 케타민 대신 위약을 주입받았고, 다른 팀(오렌지주스 그룹)은 상이한 과제(마실 수 있는 음료와, 스크린상의 사진이 맥주가 아니라 오렌지 주스임)를 수행한 다음 케타민을 주입받았다.

시험이 끝난 지 열흘 후, 눈앞에 놓인 맥주를 보고 마시고 싶은 충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보고한 팀은, 세 그룹 중에서 「기억 인출 + 케타민」 그룹 하나밖에 없었다. 또한 그 그룹은 "맥주를 덜 좋아하게 되었으며, 한 잔을 마신 후 더 마시고 싶은 충동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또 몇 달이 지난 후, 세 그룹 모두 어찌저찌 해서 음주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억 인출 + 케타민」 그룹(우연히도, 이들은 최초의 주량이 다른 그룹보다 약간 많았다)은 주량이 가장 극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열흘 후에는 '주당 음주량'이 시험 전에 비해 약 10파인트 줄었다고 보고했지만, 아홉 달 후에는 거의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11월 26일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참고 1). 그러나 이 효과가 100% 기억파괴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 두 개의 대조군도 9개월 후 약 35%의 주량 감소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험 후 집으로 돌아갔을 때 지원자의 행동이 실제로 변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뇌영상 자료가 전혀 없어, 지원자들의 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피츠버그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캠퍼스의 메리 토레그로사(신경과학)는 말했다. "맥주 한 잔과 몇 장의 사진이 '맥주의 성질'과 '맥주를 마신 느낌'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알코올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추동하는 잠재의식 과정(subconscious process)이 미세하게 바뀌었을 수는 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케타민이 다른 경로를 통해 뇌에 작용함으로써 알코올 섭취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라고 토레그로사는 말했다. "그러나 케타민은 양호한 안전성 기록에 기반하여 승인을 받은 만큼, 알코올 중독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오렌지 주스 그룹과의 비교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만약 케타민을 사용하기 전에 기억을 인출하여 파괴함으로써 효과가 증가했다면, '기억의 인출 및 파괴'를 알코올 중독 치료법에 추가하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다스는 말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험 기간 동안 수집한 뇌파검사(electroencephalography)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양호한 반응의 예측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articles/s41467-019-13162-w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1/ketamine-disrupts-memories-help-heavy-drinkers-cut-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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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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