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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like] 'Cell cycle' 우리, 각자의 속도로 걸어요
오피니언 쏘르빈 (2019-11-26 13:20)

 우리, 각자의 속도로 걸어요


 옛날 옛적에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나눠 준 죄로 몇 천 년 동안 쉼 없이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벌을 받았다. 독수리가 파먹은 간은 하루 내 다시 재생했고, 프로메테우스의 간의 뛰어난 재생력 덕분에 독수리는 말 그대로 ‘무한리필’의 간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바로 이 재생력의 지표인 세포주기는 한 세포가 태어나서 성장한 후 분열을 통해 다시 딸 세포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간은 해독작용, 단백질 생산 등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며 그만큼 세포주기가 짧고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위장 내벽에 있는 세포는 산성 환경에 노출된 만큼 손상되기가 쉬우므로 세포분열을 빠르게 진행시켜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게 된다.
허나 야속하게도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가 이렇게 재생력이 좋지는 않다. 적혈구의 세포주기는 3개월로 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모세포가 죽어 사라지고 새로운 딸 세포로 교체된다. 한층 더 나아가 어떤 신경세포와 근육세포는 세포주기가 특정 시기에 멈춰있다. 즉, 더 이상 분열을 진행하지 않는 세포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각 세포는 처한 환경에 따라서, 맡은 역할에 따라서 서로 각기 다른 바이오리듬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각자의 속도로 걸어요


 바쁜 세포주기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간세포의 입장에선 세포분열을 느리게 하거나 더 이상 하지 않는 세포들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재생력이 빠른 세포가 느린 세포에게 “세포주기를 변화시켜봐”라는 조언을 해주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CASE 1. 피부세포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이 세포분열을 멈춰있다고 들었어요. 피부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어서 교체될 필요가 있을 때만 다시 세포분열을 진행한다죠? 그러지 말고, 좀 더 정기적으로 자주 분열을 해서 재생력을 길러보는 건 어떨까요?”
 이 말을 들은 피부는 앞으로 과도한 각질과 홍반이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인 ‘건선’ 증상을 겪게 될 것이다. 피부세포의 정상적인 세포 주기는 약 311시간이다. ‘건선’은 이 피부세포의 주기가 약 36시간으로 8배가량 짧아졌을 때 일어난다. 주로 소장의 기능이 저하됐을 때, 영양소 분해 과정에서 과도한 독소가 발생하게 되고 체내로 유입되면서 불안정한 피부 면역의 과잉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면역반응을 위해 세포주기가 대폭 짧아지게 되고 각질세포의 증식을 일으키게 된다.
과도한 세포주기의 단축으로 피부세포는 각질세포의 증식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건선’ 질환 증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반대로 멈춰있는 세포가 바쁘게 분열하는 세포에게 “좀 더 천천히 살아봐라”라고 조언한다고 생각해보자.

 CASE 2. 위장 내벽 세포에게

 “안녕하세요, 당신은 끊임없이 세포 복제 분열을 반복한다면서요? 모든 시간을 분열에 쏟기보단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위장 내벽 세포는 앞서 말했듯이 산성의 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마치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의 최전선에 나와있는 세포들에게 잠시 총과 칼을 내려놓고 일광욕을 즐기란 조언과 같다. 이 조언을 듣고 세포주기를 늦추는 순간 손상된 세포들을 빠르게 대체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위장 내벽은 점점 위산에 잠식당해 헐고 상처가 나 궤양이 올 것이며 각종 합병증을 불러올 것이다.

 각 세포에게는 주어진 환경과 역할이 있고, 여기에 맞춰서 적절한 바이오리듬과 세포주기가 설계되어 있다. 이를 간과하고 과도한 세포주기의 변동을 겪게 되면 이는 재생력의 증가나 효율성의 증대가 아닌 심각한 질환을 가져오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세포주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무작정 바꾸려고 했다간 이 세포들은 세포주기를 통제할 수 없는 암세포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각자의 속도로 걸어요

사람들에게도 똑같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과 목표가 있을 테고 이를 위한 삶의 속도와 방향 또한 서로 다를 것이다. 누군가의 속도는 정답이고 누군가는 틀린 것이 아니다. 삶의 속도에 있어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모두가 자신에게 있어선 정답이니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서 가기보단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서 걸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너무 빠르게 달리다가 지쳐버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느리게 가보려다 어느새 심연에 빠져버릴 것이다. 
나의 삶의 속도를 찾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찾아 나가는 게 필요하다.

또한, 이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본인의 기준과 가치판단에 맞춰서 상대방에게 조언하고 바꾸려 한다면 도움이 아닌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하고 도와주고 싶다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고 나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
 

 허나 우리 사회에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삶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절대적인 나이가 암묵적으로 있는 듯하다.
스무 살이 되면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아직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충분한 고민을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고, 이십 대 후반 혹은 서른 초반이 되면 결혼을 정해야 한다. 이때도 물론 나의 준비 여부, 마음 상태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이 시기에 그렇게 하니깐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시기에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놓쳐버린다면 "뒤처진 사람”, “무언가 부족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결국 나의 속도가 아닌 사람들의 전반적인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맞지 않는 속도는 마치 세포가 질환을 가져오는 것처럼 우리에게 마음의 병을 가져올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해가 갈수록 남들을 따라가기보단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개선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이 잘 이어져서 사람들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

홍윤경, et al. "Widdrol 의 인간 폐암 세포주에 대한 세포주기 정지 및 MCM 발현 억제 효과." Cancer Prevention Research 14.3 (2009): 265-273.

정수진, et al. "세포주기 변화에 따른 방사선 유도 암세포 사망의 조절기전." 대한방사선종양학회지 21.4 (2003): 306-314.

장소영, 김미숙, and 이찬희. "인체거대세포바이러스에 의한 인체 단핵구세포의 세포주기 저해." 미생물학회지 44.4 (2008): 299-304.

김선희. "영양과 성장 발달-기관별 세포의 성장 발달." 교육논총 8 (1989): 149-169.

대한건선협회 http://www.gunsun.org/02_sub/2c_sub03.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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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르빈
과학을 현상을 넘어선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누군가가 삶 속에서 과학을 발견한다면, 저는 과학 속에서 삶을 발견하며 이것을 글로 기록합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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