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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홍역의 놀라운 후유증: 다른 질병에 대한 면역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려
의학약학 양병찬 (2019-11-01)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은, 전 세계에서 홍역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미접종 어린이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홍역의 놀라운 후유증

Viral cycle: After the initial infection, measles-packed cells spread widely throughout the body before the symptoms, including a red, bumpy rash, appear. In the aftermath, the body has fewer memory immune cells. / @ ScienceNews(참고 1)

"어린이를 감염시킨 홍역은 다른 질병(예: 인플루엔자; 참고 2)에 대한 면역계의 기억을 포맷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참고 3, 참고 4). 그렇다면, 홍역에서 회복된 어린이들은, 그 이전에 면역력을 획득했던 다른 병원체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10월 31일 《Science》와 《Science Immunology》에 실린 이번 연구결과는, 전 세계에서 홍역 사례(참고 5)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2019년 상반기에 발생한 홍역감염 사례는 2006년 이후의 어떤 해보다도 많았다고 한다.

"이번 연구들은 홍역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라고 《Science》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마이클 미나(감염병 면역학)는 말했다.

"홍역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매우 높으며, 폐렴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선행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홍역 바이러스가 면역계에서 일종의 건망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라고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병원의 두에인 웨즈먼(면역학)은 말했다. 사람들이 감염증에 걸렸을 때, 그들의 면역계는 병원체를 물리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한다(참고 6). 그리하여 인체가 감염을 격퇴하고 나면, 특별한 면역세포가 그 병원체를 기억함으로써 나중에 동일한 병원체에 다시 감염되었을 때 더욱 신속한 방어체계를 가동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Science》의 논문은, 홍역이 면역기억(immune memory)을 파괴할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한 최초의 논문이다"라고 미나는 말했다.
 

기억상실증 유도

@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기억상실증 유도

미나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3개 학교*에서 77명의 백신 미접종 어린이들로부터—2013년 홍역 집단발병이 일어나기 전후에—채취한 혈액 심플을 분석했다. 또한 그들은 33명의 어린이들로부터—MMR 백신(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의 3종 혼합백신)을 최초로 접종받기 전후에—혈액샘플을 채취하여, '수천 가지 바이러스 및 세균 물질에 대한 항체의 양(amount)과 힘(strength)을 측정하는 검사'를 이용해 어린이들의 항체를 분석했다.

* a well-known cohort of children from an Orthodox Protestant community in the Netherlands whose parents had opted out of all vaccines for their children for religious reasons.

분석 결과,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어린이들이 홍역에서 회복된 지 두 달 후, 홍역 바이러스는 다른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의 11-73%를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MMR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은 기존의 항체가 전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감소의 정도가 매우 다양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홍역 바이러스가 기존에 획득한 면역기억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미나는 말했다.

한편, 미나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카크원숭이를 홍역에 감염시킨 후, 5개월 동안 다른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기존에 만났던 병원체에 대한 항체의 40-60%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B 세포

홍역이 면역기억을 포맷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의 벨리스라바 페트로바(면역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덜란드 어린이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다른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들은 항체의 원천인 B 세포를 면밀히 검토했는데, 그 이유는 홍역 바이러스가 B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검토 결과, 홍역에 감염되면 기억 B 세포(memory B cell)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 B 세포는 통상적으로, 과거의 감염을 기억하여 재감염에 신속히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홍역 바이러스는 '다른 병원체에 특이적인 B 세포'들을 살해함으로써, 새로운 「홍역 특이적 기억 B세포(measles-specific memory B cell)」로 하여금 그들을 대체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홍역은 다른 범주에 속하는 B 세포의 다양성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름은 골수에 존재하는 비특이적인(nonspecific) 미접촉 B 세포(naïve B cell)로, '익숙하지 않은 감염'과 싸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홍역에 걸리면, 미접촉 B 세포의 레퍼토리가 (태아와 비슷한) 미성숙 상태에 머무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본적으로, 홍역은 면역기억을 삭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면역계가 장차 새로운 병원체에 반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페트로바는 말했다.

뜻밖의 혜택

"이번 연구들은 MMR 백신이 홍역 이외의 질병들까지도 예방해주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혔다"라고 페트로바는 말했다. "MMR 백신은 면역계의 장기적인 손상을 막아, 다른 질병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해 준다."

"어린이를 특정 세균과 바이러스에 다시 노출시킴으로써, 그 병원체들에 대한 항체 세트(suite of antibodies)를 재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Science》 논문의 공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스티븐 엘리지(유전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건 무모한 짓이다. 그 결과, 일부 어린이들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 백신반대운동(참고 7)과 인프라 부족 때문에 백신접종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들은 더욱 효율적인 백신접종 전략을 제시한다"라고 예일 대학교의 이와사키 아키코(면역학)는 말했다. "나는 공립학교 어린이들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상의들은 홍역 환자들에게 (종전에 접종받은,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의) 보강접종(booster shot)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홍역의 집단발병이 흔한 지역(예: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라고 미나는 말했다.

"홍역 백신의 혜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많은 정부들이 백신접종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높은 백신접종률을 유지함으로써 홍역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홍역을 퇴치목록에 올려놓고, 늘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미나는 강조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measles-immune-system-memory-infection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524-9
3. Mina, M. et al. Science 366, 599–606 (2019);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6/6465/599
4. Petrova, V. N. et al. Sci. Immunol. 4, eaay6125 (2019); https://immunology.sciencemag.org/content/4/41/eaay6125
5. https://www.nature.com/news/measles-by-the-numbers-a-race-to-eradication-1.16897
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710-5
7.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19-0515-2

※ 출처:
1.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324-7
2.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10/how-measles-causes-body-forget-past-infections-other-microbes
3. Harvard Medical School https://hms.harvard.edu/news/inside-immune-am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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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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