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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과학읽기]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저, 이창신 역/ 김영사)
오피니언 LabSooniMom (2019-11-04 09:18)

팩트풀니스

“나의 마지막 메시지를 기억하세요.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2007년 TED 강연에서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극도의 빈곤 국가가 그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그는 셔츠를 벗고 마치 서커스를 하는 사람처럼 자신의 철검을 높이 들었다. 족히 1미터는 넘어 보이는 철검을 망치로 두들긴 후, 단단한 철검이 자신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청중들에게 보여주었다. [1]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그의 책에서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왜곡해서 바라보는지에 대한 비판과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그의 생애의 마지막을 이 책으로 마무리했다. 우리말로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되는 ‘팩트 풀니스’는 한스 로슬링이 만든 신조어로, 의견을 말하거나 받아들일 때 현실에서 확인한 팩트 (Fact, 사실)을 견지하는 자세를 뜻하며, 그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10가지 본능으로 구체화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먼저 우리에게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제시한다. ‘현재 인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최근 20년간 극빈층의 비율은? 등등의 질문은 직관적으로 우리가 여러 매체와 사회를 통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사실과 다른 ‘무지’에 의한 왜곡된 세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는 그가 초청돼서 가는 강연장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각 나라마다의 큰 차이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왜곡되어 보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세계를 나누는 기준을 다시 살펴보자.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여러 미디어, 교육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세계를 둘로 나눈다. “선진국” 과 “개발도상국”.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 세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는 세계를 소득 수준을 반영하여 네 단계로 나눈다. 하루 1달러 소득이 있는 1 단계 국가 (빈곤국), 4달러 소득의 2 단계, 16 달러를 버는 3 단계 국가, 그리고 36달러의 소득이 있는 4 단계 국가로 나누며, 오늘날에는 절대다수가 중간층인 2단계와 3단계에 분산되어있다. 실제 보건연구분야에서도 예전의 선진국, 개발도상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신, 최근 들어서 High Income Countries (HIC, 고소득 국가), Low-Medium Income Contries (LMIC, 중 저소득 국가) 등의 소득으로 분류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두 돌 사이가 둘로 딱 갈라져 그 간극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간극 본능’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는 그 사이의 다양하고 훨씬 더 많은 국가들이 다수를 채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팩트풀니스


과학자의 입장에서 사실을 왜곡해서 판단하는 본능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 자신의 연구를 포장하는데 익숙하다. 생명과학을 하는 이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연구를 통해 암을 정복하고, 전염병을 박멸시키고, 노화를 막고, 여러 만성질병들을 치료함으로 인간의 ‘생명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그렇게 포장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인간의 생명연장까지 실현되는 것을 그들의 생애 동안 보기는 거의 불가능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들의 연구비만을 목적으로 한 서사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종종 망치만을 들고 있을 때가 있다.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망치만이 아닌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때로는 드라이버나 스패너가 혹은 줄자가 필요하듯이 ‘생명연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단일 관점 본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정보와 사람들로 채워진 ‘연장통’이 필요하다.

팩트풀니스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와 더불어 보건 과학계에서 가짜 정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백신 반대운동](Anti-Vaxxers Movement)이다. 1998년 앤드류 워커 필드 박사는 란셋 (Lancet) 학술지에 Royal Free Hospital에 입원한 발달장에 가 있는 12명의 어린아이 중 8명이 MMR 백신을 맞은 후 증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이 자폐증과 백신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연구해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논문 한 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는 1994년부터 MMR백신 피해를 주장하는 집단소송을 하는 단체로부터 55,000파운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주장하는 홍역 단독백신 특허를 주장하고자 혼합백신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에 맞지 않는 케이스는 의도적으로 제외시켰으며, 2001년 자폐증 아이에게서 홍역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밝힌 논문은 거짓으로 결과를 조작한 것이었다. 2004년에 그의 논문은 부분 철회되고 2010년에서야 그의 논문은 완전 철회되었다. 논문 한편은 백신에 대한 [공포 본능]을 일으켰고, 홍역 청정국이라 불리던 미국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만 1,249건의 홍역 발병이 보고되었으며 [2], 유럽은 반년 동안 90,000건 이상의 홍역 발병이 보고되었다 [3]. 과학자들의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연구와 그 연구를 사회에 반영함에 있어서의 객관성을 갖는 ‘사실 충실성’의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저자는 ‘사실 충실성’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능동적인 자세와 호기심을 교육을 통해 발전시켜야 하고, 세계의 다양한 소비자, 생산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들과 함께 일하는 업계가 되어야 하며,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들도 정기적인 세계관의 점검과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각자가 속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파악하고, 묻고 분석하고 알아갈 때에 무지에서 벗어난 사실충실성을 지향하는 개인과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커스에서나 보는 철검을 입에 넣는 기술은 사실은 ‘어떤 자세로 넣는가’와 ‘무엇을 넣는가’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기술이다. 한스 로슬링은 고개를 위로 들었을 때 입과 식도가 통로처럼 장애물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실제 이 묘기를 하는 이에게 낚싯대가 아닌 납작한 식도에 딱 맞는 납작한 물건만이 식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1805년 스웨덴 군용 칼을 그의 묘기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있는가? 세상을 무엇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가? 비판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겸손함과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실충실성’을 추구하는 삶, 한스 로슬링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이다.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다”


[1] https://www.ted.com/talks/hans_rosling_shows_the_best_stats_you_ve_ever_seen?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2] https://www.cdc.gov/mmwr/volumes/68/wr/mm6840e2.htm

[3] https://www.who.int/immunization/newsroom/new-measles-data-august-2019/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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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Sooni Mom (필명)
바이러스 연구와 백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논문 보느라, 실험하느라 책장 한번 넘기지 못했던 시절을 지나고 이제서야 논문 밖 과학책을 읽고 소소한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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