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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노란색 본다면 로드킬 없을까
오피니언 이탈 (2019-11-01 10:34)

최근에 목이 잘린 고양이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국도를 자주 이동하는데, 도로 위에 고양이 사체가 자주 발견된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니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모양이다. 

바스러진 고양이 사체는 손 쓸 새도 없이 뒤이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공포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고양이의 내장 기관들은 도로 위에 흐트러지고 녹아든다. 고양이 로드킬은 안타까움을 전한다. 고양이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헤드라이트가 가득한 도로 위에 오게 된 것일까? 고양이들은 무엇을 볼 수 있는 것일까?

10월 25일, 대전에서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어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어린 고양이는 머리가 뜯겼다. 주택가 한 빌라의 계단에서 새끼 고양이가 머리 없이 발견된 것이다. 고양이 사체를 신고한 동네 주민이나 동물 구조 전문가는 누군가 일부러 목을 비틀어 잡아당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있기 일주일 전 근처에선 머리가 짓이겨진 고양이 사체가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건이다.

 

날이 추워지면서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1. 날이 추워지면서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개나 고양이는 반려견과 반려묘로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진 = https://roadkill.at/en/about/profiles/item/100-cat

 

빨간색, 녹색보다 노란색이 많은 이유

그런데 도로 중앙선이 노란 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운전자에겐 까만색 아스팔트 위의 노란색 중앙선은 명시도가 높아 매우 잘 보인다. 흰색은 중앙선이 아니지만 역시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도로에서 차선으로 이용된다. 빨간색이나 파란색 등은 밤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로 위 표시 색으론 활용되지 않는다. 

가로수나 저 먼 산 등 녹색은 자연환경에 많다. 그래서 녹색은 주변과 잘 섞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노란색은 조명이 없어도 밤에 잘 보인다. 노란색은 빛을 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비교하면 주변 시야에서 노란색이 1.24배 정도 더 잘 눈에 띈다. 주변에 있는 노란색이 좀 더 잘 보이는 셈이다. 

동물들도 노란 색을 잘 보는 것일까? 인간을 포함 모든 동물은 시각 세포를 통해 사물을 본다. ‘원뿔체 광수용체 세포(cone photoreceptors)’는 빛에 의한 자극을 신경 자극으로 만들어 우리의 뇌가 이미지(像)를 만들도록 한다. 개나 고양이는 파란색과 녹색에 민감한 수용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 눈은 밤에 반짝 거린다

2. 고양이 눈은 밤에 반짝 거린다. 고양이 눈에 있는 휘막(반사체. tapetum lucidum) 때문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이다. 한편, 고양이 눈에는 막대 세포가 많아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사진 = https://www.pets4homes.co.uk/pet-advice/why-do-cats-eyes-glow-in-the-dark.html 

 

고양이 로드킬은 왜 그리 많나

고양이는 인간보다 6∼8배나 더 많은 막대세포를 갖고 있어 어두운 밤에 더 잘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환한 대낮이나 헤드라이트가 눈부신 밤에 고양이는 빠르게 달리는 차를 제대로 못 볼 수 있다. 더욱이 상향등을 켜면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은 잠시 동안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특히 도로 위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개나 고양이를 종종 본 적이 있다. 중앙선 부근에서 왔던 곳이나 반대편으로 가기 힘들어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 고속도로는 1588-2504, 일반 국도는 각 지역번호+120, 혹은 근처 파출소 등으로 말이다. 

인간은 180도의 시야를 갖는다. 반면 고양이는 200도의 시야를 가져 더 넓은 곳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고양이는 주변을 살피는 주변시(peripheral vision)가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뻗어 있다. 그래서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쥐나 장난감을 금방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속 60∼100km의 (고속)도로 위에서 넓은 시야는 소용이 없다. 차가 보이는 순간, 차는 나를 순식간에 덮치기 때문이다.  

인간은 밝은 빛에서 가장 잘 작용하는 빛 수용체, 즉 추상체(cones. 원뿔 모양)가 고양이나 개에 비해 10배나 많다. 색깔을 구별하는 것 역시 사람은 3가지의 추상체로 빨강, 초록, 파랑에 민감하다. 실험에 따르면, 고양이는 다양한 범위의 색깔 구분을 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고양이는 자세히 보기 위해 6m 정도는 근접해야 한다. 만약 차가 그 사이에 있다면 고양이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그 어떤 동물이라도 그 가까운 거리라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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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쿨버스나 학원버스가 노란색인 이유는 명시도 때문이다. 점자 유도 블록이 노란색인 것도 마찬가지다. 사진 = 픽사베이.

 

주변을 잘 살피는 고양이, 하지만

도로 중앙선이 노란색인 이유와 마찬가지로 인도의 보도블록 중 노란색은 의미가 있다. 노란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정지와 방향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점자 유도 블록인 것이다. 노란색은 시각장애인들이 그래도 좀 더 잘 볼 수 있는 색깔이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들 중 대다수는 완전 맹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택시나 스쿨버스, 학원 버스 등이 노란색인 이유도 비슷하다. 바로 안전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단체로 타는 스쿨버스엔 유광 노란색을 많이 쓴다.

『눈의 탄생』을 쓴 앤드루 파커는 “빛이 진화의 추진력이자 엄청난 생물다양성의 촉진제”(253쪽)라고 적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핵심에 눈이 있었던 것이다. 눈의 진화는 빛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반응하면서 시작되었다. 눈을 갖게 되면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생존하기 위한 여러 전략들이 생물의 세계에 펼쳐진 것이다. 

만약 진화의 관점에서 도시 고양이들의 눈이 헤드라이트에 적응하면 어떨까? 아주 멀리서 비추는 헤드라이트를 훨씬 전에 감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새벽 깊은 한적한 곳에서만 도로를 건너게 될 터이니 말이다. 민감함 고양이가 그런 투시력을 갖게 되면 말이다. 또한 노란색을 구별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노란색 차들과 도로의 중앙 분리선만이라도 감지할 수 있다면 로드킬은 줄어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82011
2. https://www.livescience.com/40459-what-do-cats-see.html 
3. https://news.joins.com/article/3037196
4. <인권 :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이야기>(국가인권위원회, 통권 108호, 2017.1·2)
5. https://www.youtube.com/watch?v=XhSTlo9wxJs
6. https://www.youtube.com/watch?v=IeDjwOra8R4
7. 『눈의 탄생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끼를 풀다)』(앤드루 파커, 오숙은 역, 뿌리와이파리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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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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