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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72회> 실행과학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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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I(National Cancer Institute;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2021년 예산요구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실행과학(Implementation science)이다. 그 핵심내용인즉슨, 암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Research discoveries)을 암 예방 및 관리 중재(Interventions)를 통해 암환자나 일반인에게 적용함으로써, 이행(Translating)하고 실행(Practice)하여 보다 나은 성과(Outcomes)를 창출하는, 과학적인 접근법 모색이다.
실행과학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들을 연구단계에만 머무르게 하지 말고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히(Optimally) 전달하는 것이다. ‘적절히’라 함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일부 사람들에게만 전달하는 것(Underuse)이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혜택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전달하는 것(Overuse)을 유의해야하기 때문이다. NCI가 이와 관련하여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례로는, 수검율이 낮은 지역에서 직장암검진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시행, 금연치료 강화, 유전성 암 진단 및 진료 방법 개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암 불평등을 해소(Reducing the cancer disparities)하고 건강 형평성도 증진(Improving health equity)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NCI는 지속적으로 실행과학 지식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급함으로써 스마트 헬스케어시스템(A rapid-learning health care system)을 구축하여, 궁극적으로는 암에 대처하는 ‘정밀 실행(Precision Implementation)’을 목표로 하고 있다.1)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폐암검진이 새로 도입되었는데, 실행과학 차원의 근거 기반 암 관리 중재 국내 사례로 볼 수 있다. 폐암은 전체 암종 중 사망자수가 1위인데다가 생존률이나 조기발견율이 다른 암종에 비해 현저히 낮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의 필요성이 절실했던 암이다. 그러던 차에 정부는 약 2년간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통한 폐암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조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3배 수준으로 높게 나와 그 효과성을 확인하고, 본 사업에 전격 도입하게 된 것이다.2) 비록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3) 정책 결정자들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실행하기로, 나름 용기 있게 결정한 것이다.
“임금은 충고하는 신하가 없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충고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충고하는 것은 말로써 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은 실천으로서 하는 것인데, 실천하기는 어렵고 말하기는 쉽다.”4)
“무릇 행(行)이라 하는 것은 다만 착실히 그 일을 하는 것이니, 만일 착실히 학(學), 문(問), 사(思), 변(辨)의 공부를 한다면, 학·문·사·변이 곧 행이다.”5)
삼성 권오현 회장도 리더의 외적 덕목 중 하나로 ‘실행력’을 꼽았다.6) 알고 행하지 않으면 진실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 참된 앎은 반드시 실행을 동반해야한다는 것은 동양고전에서부터 강조해왔던 내용이다. 미국 내 실행과학의 대두는 그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학교에 가서 놀기만 할지언정,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꾸준히 가는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실행력을 지닌 칭찬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 학교 가기 싫어 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지각이나 결석하는 자녀들을 키워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실행과학이 있다면 실행육아도 있다. 부모의 정성이 담긴 음식만큼 자녀에게 좋은 것은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실행을 작정하고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봤다. 고구마 한 박스를 찌고 껍질을 벗기고,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밤새 건조기에 말려야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고구마를 앞에 놓고 아내와 번갈아가며 한숨을 쉬었다.
실행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검증 안 된 것을 실행하는 무모한 용기여서도 안 되지만, 사랑이 담긴 유익한 것이라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실행해 보아야 한다. 학교에 가든 말든, 맛없다고 불평해도, 엄마, 아빠를 보고 고마워요 라고 웃으며 말해주지 않아도, 마음을 굳게 지키며 실행해 나가야 한다.
언젠가는 한숨이 웃음으로 바뀌는 날이 올 테니....
7)
※ 참고
1) https://www.cancer.gov/about-nci/budget/plan/2021-annual-plan-budget-proposal.pdf, 39~43페이지
2)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47064
3) https://www.yakup.com/pharmplus/index.html?mode=view&cat=25&cat2=463&nid=3000132213
4) 성호사설, 이익, ㈜동서문화사, 2015년, p443~444 (쟁신칠인 중에서)
5) 성호사설, 이익, ㈜동서문화사, 2015년, p573 (지행합일 중에서)
6) 초격차, 권오현, ㈜쌤앤파커스, 2018년, p32
7)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글쓴이가 아내와 함께 집에서 만든 고구마 말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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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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