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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당(糖)으로 코팅된 RNA 발견
생명과학 양병찬 (2019-10-07 09:38)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가 아는 생화학의 면모를 완전히 바꿀 듯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당(糖)으로 코팅된 RNA 발견
glycoRNA / @ 라이언 플린의 트위터(참고 1)

당(糖)은 달달한 먹거리에만 첨가되는 게 아니다. 세포 속에서 단백질과 지방에 달라붙은 당은 분자들로 하여금 서로를 인식하도록 도와주며, 세포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제 연구자들은 사상 최초로 "당이 일부 RNA 분자에도 결합하는 듯하다"고 보고했다. RNA는 세포의 견인차(cellular workhorse)로, 'DNA를 단백질로 번역하기'에서부터 '화학반응 촉매하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할을 척척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으로 코팅된 RNA가 수행하는 역할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만약 이번 연구결과가 확고하다면 RNA의 면모를 일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월요일 출판전 서버 《bioRxiv》에 포스팅된 논문은(참고 2), 순식간에 "새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과장된 트위터 반응을 이끌어냈다(참고 3). 다른 과학자는 "협동연구가 우리가 아는 생화학의 면모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눈부신 사례"라고 했고(참고 4), 또 다른 과학자는 "너무나 신나는 결과"라고 했다(참고 5). 그러나 《Science》로부터 논평을 요청받은 과학자들은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댈러스 소재 텍사스 대학교(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마크 레먼(약학)은 "이것은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심오한 관찰이다"라고 논평했고, 다른 전문가들은 기본적 발견을 아직 납득하지 않고 있다.

'RNA가 다른 분자들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는 개념은 새롭지 않다. 시카고 대학교 일리노이 캠퍼스의 촨 허(RNA 화학)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RNA에서 약 170개의 화학적 변형—메틸기 또는 아세틸기—을 관찰했는데, 그 주요 기능은 RNA로 하여금 세포구획(cellular compartment) 속에 잘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잡한 당이 RNA를 변형한 것을 본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bioRxiv》에 포스팅된 논문에서, 스탠퍼드 대학교(팔로알토)의 당화학자 캐럴린 베르토지와 포스닥 연구원 라이언 플린은 광범위한 화학분석을 이용하여 생쥐, 햄스터, 인간의 세포주(cell line) 속 깊숙이 존재하는 RNA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들은 「N-연결 글리칸(N-linked glycan)」이라는 당그룹이 구아노신(guanosine)이라는 화학문자(chemical letter)들 중 하나를 통해 특정한 'RNA 부분집합'에 결합한 것을 발견했다. glycoRNA(당과 결합한 RNA)를 구성하는 RNA 부분집합은 'Y RNA'라고 불리는 소 RNA(small RNA)로,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지만 DNA 복제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glycoRNA는 심지어 살아있는 생쥐에서 분리된 세포에서도 관찰되었다.

"나는 논문에 첨부된 데이터를 통해, 그들이 본 것이 '변형된 RNA'임을 충분히 납득한다"라고 MIT의 로라 키슬링(당화학)은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많은 의문이 남아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는 아직 커다란 미스터리다."

"RNA는 특정 효소로부터 당을 획득할 수 있는데, 그 효소는 세포가 단백질에 당을 첨가하는 데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라고 베르토지와 동료들은 말했다. 그들이 지목한 효소 중 하나는 OST(Oligosaccharyltransferase)인데, OST는 먼저 지질(lipid)에서 「N-연결 글리칸」을 잘라낸 후, 그것을 단백질에 첨가한다. 베르토지와 동료들은, RNA가 전적으로 「N-연결 글리칸」에 의해서만 변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OST의 작용을 차단했을 때 'RNA-당 복합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을 지질에서 RNA로 전달하는 장본인은 OST임이 틀림없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OST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글리칸을 지질에서 떼어내기만 할 뿐 RNA에 전달하지는 않는데, '자유로이 떠다니는 당'이 '인근에서 떠다니는 RNA'와 단순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효소에 의해 제어되는 반응이 글리칸을 RNA에 부착한다면, 그건 세포가 특이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키슬링은 말했다. "그러나 만약 그게 부반응(side reaction)에 불과하다면, 흥미가 반감된다."

익명을 요구하는 과학자의 우려사항은, RNA가 전혀 변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RNA는 '당에 의해 변형된 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스탠퍼드 그룹은 그런 복합체들을 제거하기 위해 시약을 첨가했지만, 복합체들 중 일부가 저항했을 수 있다. 베르토지는 그 과학자의 지적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인즉 "동료심사 저널에 원고를 제출했는데, 그 저널에서 출판 전에는 논평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세포가 효소를 이용하여 RNA에 당을 결합한다면, 중요한 의문은 "왜?"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당이 'RNA와 특정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거나, 특정한 RNA에 '제거 표시(mark for removal)'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UT 사우스웨스턴의 니콜라스 콘래드(RNA 생물학)는 말했다. "만약 우리 연구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흥분할 것이다. 그건 전혀 새로운 탐구영역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s://twitter.com/raflynn5/status/1178659356260229120?s=20
2.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787614v1
3. https://twitter.com/EstevezJoseM/status/1178681581948538880
4. https://twitter.com/EScottScience/status/1179103715229392897
5. https://twitter.com/Nambit_Saria/status/117868887019766579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10/sugar-coated-rnas-could-alter-face-biochemistry-we-know-it-if-they-re-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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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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