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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왜 유독 나한테만 달려드는 것일까
Bio통신원(이탈)
가을 모기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장마와 태풍이 휘몰아치던 때 필자는 산과 들 모기들로 고생을 좀 해야 했다. 어지간해선 잘 물리지 않는 나이지만 죽자고 덤벼드는 모기에 밤잠을 설쳤다. 어제는 지하철에서 모기를 만나기도 했다. 희한한 건 정말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름이면 모기 때문에 늘 비명을 지른다. 모기는 특정인들만 골라서 무는 것일까? 팔을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욱 달라붙는 모기의 비밀은 무엇일까?
당연히 모기는 후각수용체를 통해 피 냄새를 맡을 것이다. 피가 있다는 걸 아니까 사람이나 동물에게 다가간다. 때론 땀을 많이 흘린 날 혹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식은땀을 흘리면 모기가 더욱 잘 달라붙는 것 같다. 땀은 냄새가 없으니 땀에 스며든 특정 세균 때문에 모기가 들러붙는다. 로션이나 향수 때문에 모기가 더 달라붙는다고 가정하기도 한다. 심지어 운동을 하며 날숨을 많이 내뱉으면 모기가 귓가에까지 ‘웽웽웽’거린다.
각각의 모기마다 선호하는 냄새와 세균이 달라 어떤 이유 때문에 모기가 잘 달라붙는지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전염병과 모기의 전문가인 앤드루 스필먼과 저널리스트 마이클 디 안토니오가 쓴 『인류최대의 적 모기』에 따르면, 모기는 열도 감지한다. 모기는 자신의 피부로 외부 정보들을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며 비행하고 때론 안착한다. 국내에서 많이 발견되는 모기는 빨간집모기(Culex pipiens)로서 음습한 하수구나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모기는 몸집이 작고 유연하다. 집모기속 암컷은 주둥이와 날개가 활처럼 휠 수 있어서 자유자재로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모기가 피를 빠는 건 아니다. 일부 종만이 사람의 피를 먹는다. 특히 암컷 모기만 산란을 위해 피를 빤다. 핏속의 단백질이 모기 알들에게 필요하다. 모기는 새끼를 위해 인간한테 죽을 위험을 각오하고 흡혈을 하는 셈이다. 2주의 전 생에서 모기는 어떻게든 번식을 해야 한다.
모기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태어났다. 그만큼 진화의 과정을 오래 겪은 모기는 인류보다 더 오래 살지 모른다. 사진 = <네이처>.
새끼 위해 목숨 걸고 사람 피 빠는 모기
모기 중에는 꿀이나 곤충의 배설물, 개미의 토사물을 먹는 종도 있다. 물론 피를 먹지 않고 산란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의 모기 중에는 지하집모기(Culex pipiens molestus)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건 아주 예외적으로 암수 두 성징이 함께 있는 모기 역시 자신이 암컷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 피를 빠는 것이다.
모기가 내 몸에 자주 달려든다면 손발을 휘저으면 오히려 낭패다. 그렇게 움직이며 내뱉어지는 이산화탄소와 젖산이 거꾸로 모기를 더 불러온다. 모기는 화학물질에 반응한다. 사람의 냄새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낮게 가라앉고, 모기는 땅에 최대한 낮게 날아다니며 냄새를 포착한다. 냄새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수백 개의 낱눈(Ommatidia)이 사방을 향해 있는 모기를 오히려 자극할 뿐이다. 움직임에 따른 열 역시 모기를 흥분시킨다. 그러니 모기가 죽자고 덤벼들 때 머리나 손발을 휘젓지 말자. 차라리 숨을 참고, 조용히 이동하는 게 낫다.
모기는 인간 피부에 앉자마자 흡혈하는 게 아니다. 천천히 피를 시음하면서 자신한테 맞는 피인지 확인한다. 그때 모기가 좋아하는 피라고 생각하는 경우, 수십 초 후에 흡혈 파티를 연다. 그러니 모기를 잡고자 하는 순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한편,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모기는 10∼13km를 이동할 수 있다.
Y자 모양의 튜브를 통해 과연 특정 사람에게 모기가 더 잘 들러붙는지 알아봤다.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유전자가 모기 민감도를 결정하는 듯하다. 사진 = 유튜브 <Veritasium>.
콘텐츠 크리에이터 <Veritasium>은 특정 사람에게만 모기가 달려드는지 알아봤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적으로 엄밀한 건 아니지만 특정 유전자 때문에 모기가 특정 인물에게 더 많이 들러붙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8쌍의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여성과 19쌍의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은 혹은 이란성 쌍둥이 여성을 모집해 실험했다. 그 결과, A라는 여성이 모기에 민감하면 A의 쌍둥이 역시 모기가 잘 들러붙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강했다. 즉, 부분적으로 유전자가 모기의 민감도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드러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연구진은 자신이 모기에 민감하다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 밝힌 전 세계 1만6천명의 DNA를 분석했다. 모기 민감도는 단계별로 나눴다. 그 결과 DNA에서 7군데 특정한 곳을 찾아냈다.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다. DNA 염기를 이루는 4가지 문자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모기 민감도가 변했다. 즉,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의 배열로 모기가 누구에게 그렇게 집착하는지 파악한 것이다. 아직은 더욱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실제로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셈이다.
뉴멕시코 대학의 임모 헨슨(Immo Hansen) 교수는 "말라리아(모기)가 죽인 사람의 수는 사람이 죽인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다"면서 "모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고 말했다. 모기들은 현재까지 살았던 인류의 절반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몸속의 화학반응이 변해 좀 더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게 된다고 한다.
모기 민감도 관련 1만6천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DNA에서 7군데 특정한 곳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 유전자는 정말 모기 민감도를 결정하는 것일까. 사진 = 유튜브 <Veritasium>.
‘웽웽웽’ 모기 오면 숨 참고 천천히 이동
최근 <네이처>는 ‘모기와의 전쟁, 모기의 파급력(Mosquitoes, war and power)’을 다뤘다. 모기는 말라리아, 필라리아병, 황열병, 뎅기열, 지가바이러스, 웨스트나일열병 등을 전파한다. 2017년만 해도 말라리아로 43만5천 명이 사망했다.
모기는 군사학의 측면에서도 모기는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몰려오는 적국뿐만 아니라 습지대에서 질병을 옮기는 모기도 막아야 한다. 5세기 그리스에서 아테네인들과 스파르타인들의 연합 작전으로 페르시아 군대들은 습지대로 몰렸다. 군사들이 말라리아와 이질에 걸린 건 당연지사였고, 페르시아 군대의 전세는 기울었다. 페르시아로부터 해방된 그리스는 철학, 과학, 예술 분야에서 황금 시대를 열었다. 얼마나 과학적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전쟁 사가들이 모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인간은 모기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 잠을 설치게 하는 귀찮은 존재 모기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태어나 진화해왔다. 그러니 모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인류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하찮은 모기라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인류최대의 적 모기』(앤드루 스필먼 외 1명, 이동규 역, 해바라기, 2002.06.28.), 서문, 19쪽, 26쪽, 27-28쪽, 30-31쪽, 31-37쪽, 67쪽,
2. http://ecotopia.hani.co.kr/170342
3. https://www.youtube.com/watch?v=38gVZgE39K8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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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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