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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딴 다리 긁는 항암제들, CRISPR로 바로잡는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9-09-16 09:55)

CRISPR로 분석한 결과, 상당수 항암제의 작용 메커니즘이 오해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지

유전자편집 기술인 CRISPR를 이용한 「항암제의 작용 메커니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상당수의 실험적 항암제들은 의도치 않은 방법으로 성공하는지도 모른다"고 제안했다.

9월 11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참고 1), 연구자들이 10개의 항암제—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7개 포함—를 분석해본 결과, 그것들이 겨냥하는 단백질은 암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많은 항암제들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윌리엄 켈린은 논평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이번 연구결과는 예견되었던 것이므로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항암제들이 '괜한 헛발질만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간혹 유탄(流彈)에 맞아 사망하는 암세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항암제들은 초기 임상시험에서 성공의 징후를 보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미지의 표적'을 겨냥하기 때문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제이슨 셸처(암유전학)는 말했다.

"그러나 항암제의 진정한 작용 메커니즘을 모른다면, 그 전망이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셸처는 덧붙였다. "어떤 경우, 연구자들은 특정한 사람에게 투여한 실험적 항암제에서 분자표적을 추정한 다음, 그 표적을 이용하여 (항암제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임상시험 참가자를 선별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항암제의 표적이 불확실하다면, 그런 접근방법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표적이 알려지지 않은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까지도 손상시키므로, 독성 부작용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라고 셸처는 말했다.

"설사 작용 메커니즘을 알더라도,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켈린은 말했다. "그러나 작용 메커니즘을 모르는 상태에서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조준(誤照準)

셸처가 이끄는 연구진은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들은 한 실험의 양성대조군(positive control)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유방암세포의 분열에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잘 연구된 단백질'을 선택했다. 그러나 CRISPR–Cas9을 이용하여 그 단백질의 생성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변이시켜본 결과(참고 2), 암세포의 증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3). "우리는 그게 단발성 해프닝(one-off occurrence)인지, 아니면 임상시험들 중에서 그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라고 셸처는 말했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평가를 위해, 총 6개의 단백질을 겨냥하는 10개의 다른 항암제들을 선정했다. 그 항암제들은 29건의 임상시험(참가자 목표 1,000여 명)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항암제들이 겨냥하는 단백질들은 180여 편의 논문에서 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관여하는 것으로 제안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증거 중 상당수는 RNA 간섭(RNAi: RNA-interference)에서 도출된 것인데, RNAi는 특정 유전자를 침묵시킬 수 있지만 간혹 다른 유전자의 활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몇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항암제의 효능과 표적 간의 관련성을 평가했는데, 그들이 사용한 방법 중에는 CRISPR–Cas9도 포함되어 있다. CRISPR는 RNAi와 달리, 유전자편집을 통해 변이를 만듦으로써 유전자를 불능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 "CRISPR는 RNAi보다 정밀하다"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CRISPR도 간혹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조준(正照準)

평가 결과, 10개 항암제의 표적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암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구진이 CRISPR를 이용하여 표적단백질의 발현을 제거한 결과, 항암제는 여전히 암세포를 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암제의 궁극적인 효능이 '당초 의도했던 표적단백질'과 무관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OTS964라는 항암제를 더욱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그 약물은 하나의 단백질을 겨냥하도록 개발되었지만, 또 하나의 단백질(CDK11: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앤 린은 말했다. "우리의 실험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를 이용하여 수행되었다. 우리가 분석한 약물표적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분리된 세포에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켈린에 따르면, 연구진이 사용한 약물과 표적에 대한 선행 유전학 데이터가 별로 없어, 생쥐나 인간에 대한 가치를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한다. "유전학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는, 강력한 증거를 지닌 표적을 연구했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셸처의 바람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이용되는 다른 단백질(예: CDK11)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항암제의 표적에는 미개척지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CRISPR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항암제의 효능을 검토함으로써, 새로운 약물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stm.sciencemag.org/content/11/509/eaaw8412
2. https://doi.org/10.7554%2FeLife.24179
3. https://www.nature.com/news/crispr-studies-muddy-results-of-older-gene-research-1.21763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2178&SOURCE=6)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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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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