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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한국의 노벨상 프로젝트, 1년간 난항을 겪고 표류중
정책 양병찬 (2019-09-11 09:18)

연구자들은 비행(非行)과 상당한 예산삭감에 직면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President of the Institute for Basic Science Kim Doochul. His term ends this month

President of the Institute for Basic Science Kim Doochul. His term ends this month. Credit: IBS / Nature

한국의 명망 높은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에게, 지난 1년은 격동의 연속이었다. 2011년 설립된 IBS는 최초의 노벨 과학상을 획득하기 위해 설계된 연구센터의 집합체로,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일본의 리켄(RIKEN)을 모델로 삼았으며, "전통적으로 응용과학에 집중했던 나라에서 기초과학을 발전시킨다"는 청운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IBS는 지난 12개월 동안 상당한 예산삭감은 물론 족벌주의와 그릇된 재정관리로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정부의 조사와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현 원장인 김두철의 임기가 이 달 말에 종료됨에 따라, IBS는 새로운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IBS의 연구자들 중 상당수는 "후임자가 누가 됐든, 조직의 전망을 호전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조직에 대한 혐의 제기와 언론의 반응이 잔뜩 부풀려져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난 한 해 동안의 사건들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조직의 적절한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IBS의 기본 철학은, 연구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었다"라고 IBS의 RNA 연구단장 김빛내리는 말했다. IBS의 출범을 위해 한국과 해외의 선도적 과학자들이 충원되었고, 매년 100억 원(미화 840만 달러)의 예산을 갖고서 연구단을 운영한다는 자율권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일부 단장들은 격동의 와중에서 제기된 개혁 요구가 자신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그것이 조직의 본래 임무를 약화시킬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에 따르면, IBS는 한국의 연구가 글로벌화 하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IBS의 규모와 자원은 전 세계 연구자들과의 협동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필립 킴(응집물질물리학)은 말했다. "그것은 IBS가 한국의 연구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다."

격동의 해

IBS의 최근 어려움은 작년 10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연례 의원청문회에서 김두철 원장을 추궁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예산 초과' 및 '스케줄 지연'을 지적하며, 대전에 중이온가속기(heavy ion particle accelerator)를 설치하려는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중이온가속기로 상징되는 RISP(Rare Isotope Science Project)는 IBS 예산의 약 1/3을 소비한다. 김두철 원장은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의 이온원(ion source) 중 하나가 1년 늦어졌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그 정도의 차질은 미미한 문제"라고 말했다.

청문회가 있은 후, 한국 정부는 11월에 "IBS의 30개 연구단 중 4개를 감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정부에서는 "IBS의 연구예산을 2,540억 원에서 2,363억 원으로 7% 삭감한다"고 확정했다. "올해에 발효된 삭감 조치로 인해, IBS의 연구단들은 평균 60여 억원의 연구비를 할당받았다"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지난 6월 많은 언론사들이 "감사결과에 의하면, 최소한 두 개의 연구단이 연구기금을 잘못 사용했다"고 보도함에 따라, IBS는 추가 조사를 받았다. 또한 언론들은 여러 연구단들의 의심스러운 고용절차를 성토했는데, 그중에는 족벌주의에 기반한 연구진 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언론보도 후에 또 다른 정부감사가 실시되었는데, 이번에는 30개 연구단 중 24개가 대상이었다. 그 조사는 지난달 말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IBS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는 계속되어 왔다.

김 원장은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보도된 IBS의 혐의 중 대부분은 비도덕적 행동보다는 행정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감사를 일컬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며, 일부 예비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방식을 비판했다.

IBS는 시작부터 '국가의 기초연구 예산을 독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건 IBS의 원죄(原罪)다"라고 KAIST의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김소영은 말했다. 또한 IBS는, IBS를 설립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관련되어 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그들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라고 김소영은 말했다. "그건 매우 다른 철학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유세를 하던 중, 더불어민주당은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자주도적(researcher-led) 연구비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20년까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그가 IBS의 원장으로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정치 환경에 적응하지 않아, 좀 더 많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IBS의 비전을 뒷받침하도록 납득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정치적 분위기의 변화는 이미 IBS의 비전에 충격을 줬다"라고 김 원장은 한탄했다. IBS의 연구단들은 원래 10년의 기간을 부여받았으며, 8년차인 지금 연장 심사를 앞두고 있다. "창립그룹은 내년부터 심사를 받을 것이며, 그중 일부만이 기간을 연장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KAIST에 있는 IBS 액시온 및 극한 상호작용 연구단(CAPP: The Center for Axion and Precision Physics)의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예산 감소의 부분적 이유는, 내가 요청한 고온초전도자석(high-temperature superconducting magnet)의 구매가 보류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장비는 액시온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데, 액시온이란 암흑물질의 요소가 될 수 있는 이론적 입자(theorized particle)를 말한다. "고온초전도자석을 구비하면, 경쟁자인 워싱턴 대학교의 액시온 암흑물질 실험(Axion Dark Matter Experiment)에 대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IBS의 대변인에 따르면, "CAPP의 프로젝트는 두 기관의 독립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두 번 모두 '지속적인 실행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성장통

IBS의 한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빛내리는 "지난 7월 정부의 감사를 받았다"고 말하며, "지금껏 비난받아왔던 행동들은 '비도덕성'이 아니라 '규정에 대한 혼동' 때문이며, 이는 연구조직의 창의적 스타일을 감안할 때 예상되는 성장통이다"라고 지적했다. IBS는 다른 공공기관과 대학교들의 틀을 깨고 연구단장들에게 자율성와 대규모 기금을 제공함으로써, 노벨상 획득에 필요한 고위험 고보상 프로젝트(high-risk, high-reward projects)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은 지금껏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지 못했으며, IBS는 종종 '한국의 노벨상 프로젝트'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IBS의 유연성은 간혹 모호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라고 김빛내리는 말했다. 예컨대, 그녀가 이끄는 연구단을 포함하여 10개의 연구단은 호스트 대학교(host university)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대학과 IBS 모두의 규제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간혹 갈등이나 혼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김두철 원장은, "더 이상의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IBS의 특징 중 일부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다. "나는 IBS의 자율성이라는 핵심원리를 재규정함으로써, 단장들이 테뉴어-트랙(tenure-track) 연구원을 고용하는 데 직접적인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고 족벌주의의 비난을 회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IBS의 단장들은 그런 자율성을 허용 받고 있지만, 족벌주의의 기미가 조금이라고 보일 경우 대중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김 원장은 IBS의 행정구조 개편을 제안한 바 있다. 예컨대, 현재 모든 연구단에 행정스태프가 파견되어 있는데, 그는 KAIST에 있는 5개 연구단이 강력한 중앙행정실을 공유함으로써, 연구단장들의 행정적 부담(예: 각종 구매결정)이 감소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제안은 '연구단장에게 운영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IBS 본래의 목적을 약화시킨다"라고 세메르치디스는 말했다. "IBS의 경영진은 내부감사를 강화하여 실질적인 비행을 근절해야 하지만, 단장의 의사결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김 원장의 임기가 거의 끝남에 따라, 그의 제안을 마무리할 책임은 승계자에게 넘어갈 것이다. IBS 이사회가 구성한 한 위원회는 9월 5일, 3명의 한국 물리학자를 후보자로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 명을 지명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IBS의 한 가지 희소식은, 이번달 초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2020년 예산이 증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IBS의 관계자가 《Nature》에 밝힌 바에 따르면, 예산이 증액된 것은 연구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새로운 원장이 IBS의 향후방향을 구상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세메르치디스는 말했다. 그의 바람은, 새로운 원장이 IBS의 본래 목적을 옹호하고, 현행 IBS 운영진보다 돈독한 대정부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IBS의 본래 목적이 손상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 Nature 573, 174-175 (201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2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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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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