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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비 이야기] 실험실용 저울의 태동과 변천사
Bio통신원(분석장비 탐험가)
“아브라함은 헷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에브론이 말한 은 사백 세겔을 장사하는 사람들이 계산방식에 따라 달아 주었다.” _창세기 23장 16절
성경의 창세기 23장 16절에 나오는 ‘달아 주었다’란 표현은 인류가 아주 오랜 전부터 무게를 측정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긴 우리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집 떠나가듯이 울면서 얼른 밥 달라는 일, 밥 먹고 배부르면 이것저것 주변에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입에도 넣어보고, 던져도 보고 한 일이다.
그리고 우린 이런 일을 거듭하면서 무게란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게를 측정했다는 것이 아주 오랜 전부터 해왔고, 많은 관심을 가졌을 거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손 무게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발명된 저울은 인류의 역사상 정말 훌륭한 발명품 중에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자급자족의 시대에서 물물교환으로 전환되는 그 먼 기원전 시대(2400~1800 B.C)부터 저울은 변하지 않는 지구의 중력을 진리로 삼아, 항상 공정한 심사관이란 칭송을 받으며 인류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Figure 1. 저울이 묘사된 고대 이집트 벽화
자료출처: Ko.wikipedia.org
이번 글에는 역사와 함께한 수많은 종류의 저울 중에 밀리그램(milligram)이하 무게를 측정 할 수 있게 고안된 실험실용 저울 (Lab Balance or analytical Balance)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오늘날 실험용 저울(Lab Balance)는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제조사에서만 60년 넘게 지속적으로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 중에 하나 입니다.
저울의 그 오래된 역사와 넓은 활용 성을 고려해볼 때 왜? 몇 개의 제조사만 만드는 것에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명품 시계 제조사도 그리 많지 않느냐? 란 자문자답으로 제 자신을 설득해봅니다.
아무래도 규격 선점, 높은 기술의 장벽, 폐쇄적인 노하우의 전수 등은 명품시계뿐만 아니라 실험실용 저울에도 반영되었나 봅니다.
실험실용 저울의 혁신과 개선들을 살펴보면 ‘Analytical balance’란 이름에 걸맞게 실험실용 저울은 아주 작은 양일지라도 높은 신뢰성을 가지고 정확하게 무게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류가 마치 돋보기로 겨우 분간할 수 있는 답답함을 현미경이란 것으로 해소한 것과 비슷합니다.
현대 실험용 분석 저울(analytical lab balance)는 1800년대 후반 Sartorius사의 짧은 기둥 저울 (short-beam analytical assay balance)에서부터 시작됩니다.
Figure 2. Sartorius short beam analytical balance (1870)
자료출처: sartorius.co.uk
Figure 3. 짧은 기둥 실험용 저울 구조도
자료출처: https://glossary.periodni.com
이 저울의 명칭이 short-beam 이라고 칭해진 것은
아무래도 한 개의 짧은 기둥(short-beam)이 저울 전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기둥을 중심으로 한 쪽 접시(Pan)에는 무게 측정을 하려는 시료가 놓이고,
다른 쪽 접시에는 무게를 알고 있는 기준무게분동이 놓여져 무게를 측정합니다.
참고로 Sartorius사는 1870년 독일인 Florenz Sartorius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Figure 4. Florenz Sartorius
자료출처: sartorius.co.uk
괴팅겐(Goettingen)대학교에서 기술자로 있었던 시절 그는 저울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Feinmechanische Wekstatt F. Sartorius”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연도에 따라 실험용 저울은 어떻게 변천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45년
Mettler Todedo 사에 의해 한 접시형 분석 저울(single-pan analytical balance)이 개발되었다.
Figure 5. Single Pan analytical balance, Mettler Todeo
자료출처 Mettler Todeo
Figure 6. Single Pan analytical balance 구조도
자료출처 Mettler Todeo
한 접시(Pan)형 분석저울은 기존의 2개의 접시(pan)가 한 개로 된 것이 특징이며,
무게 기준을 담당해야 할 표준 무게 분동을 측정 접시(pan) 위쪽으로 올리고
조절자(Knob)를 이용하여 표준 무게 분동의 위치를 조절하여 무게를 측정한다.
이때 이동한 조절자의 위치이동거리는 무게와 연관된다.
모양은 좀 다르지만 예전 우리나라에서 재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저울의 원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저울추를 손으로 움직이는 것을 조절자로 좀더 세밀히 움직이게 한 것이 차이라
면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Figure 7. 옛날 저울
자료출처: 네이버 블로그 tkwls8890
참고로 이 회사는 1945년 스위스 엔지니어 Erhard. Mettler에 의해 설립되었다.
Figure 8. Erhard Mettler (1917~2000)
자료출처: Wikipedia
1971년
Sartorius사에서 최초의 나노그램(10-9g) 측정 가능한 실험실용 저울을 개발한다.
이 저울은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돌아와 달에서 채취한 돌의 무게를 측정하는데 사용되었다.
찾지는 못했지만, 과연 달에서 채취한 돌의 무게는 얼마였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은 달에서 가벼웠지만, 지구에선 무거워진 그 돌을 보며 마냥 즐거워 하지 않았을는지..,
Figure 9. First Nano gram Balance
자료출처: sartorius.co.uk
1973년
Mettler사에서 PT1200 scale 란 모델을 출시한다.
이 제품은 최초의 전자 저울(Fully electronic precision balance)로서 0~1,200g까지 0.01g 간격을 측정이 가능하였다.
Figure 10. PT1200
자료출처: Mettler Todeo
참고로 전자 저울은 크게 Electromagnetic Type과 Load cell Type로 나뉜다.
Electromagnetic Type은 전자기 균형방법이라고 하여, 이 저울 방식은 빔이 균형을 잡기 위해 중량을 배치하는 대신 전기력(전자기력)이 적용됩니다. 빔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전기량은 배치된 시료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며, 빔이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때 전류의 양이 감지되고 그 감지된 값에서 질량이 구해집니다.
Figure 11. Electromagnetic type
자료출처: Shimadzu
Load cell Type 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고 아래 그림에 표시된 모양의 물체 (탄성체)의 한 쪽 끝이 제자리에 고정되고 시료의 다른 쪽 끝에 놓입니다. 시료의 무게로 인해 탄성체가 구부러집니다. 플렉스의 양은 탄성체에 부착된 스트레인 게이지가 팽창 및 수축하여 출력되는 전기량(엄밀히 말하면 저항 값)을 변경시킵니다. 그런 다음 그 양의 전기에서 질량을 얻습니다.
Figure 12. Load cell type
자료출처: Shimadzu
1982년
Sartorius 사에서 세계 최초로 방폭형 전자저울(explosion-protected version of electronic precision balance)을 출시합니다.
방폭형 저울은 뜨거운 표면, 불꽃, 고온 가스, 기계적인 스파크 발생 등 산업현장에서 존재하는 여러 폭발물의 위험요소 기준을 충족하는 저울입니다.
1989년
실험용 저울은 무게 측정이 끝나면 복원력(Force restoration)에 기반하여 아주 정밀하게 원점위치(offset position)로 복원되어야 합니다.
측정할 때 마다 원점 위치 크게 다르면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원력을 정밀하게 못하게 하는 주 원인으로는 주변온도변화에 의한 변형과 장시간 사용에 의한 변형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변형은 수많은 여러 부속품의 조합, 다른 재질의 금속 사용, 제조자 마다 다른 조임힘(torque fasten)과 부품 정렬(alignment) 등에 기인됩니다.
1989년 시마즈사(Shimadzu) 엔지니어들은 ‘Single piece force-restoration balance mechanism’ 이란 기술을 특허 출원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하였습니다.
이 기술의 특징은 컴퓨터 수치제어선반 (CNC, Computer numerical control)과 전기 방전기 (EDM, electric discharge machining) 을 이용하여
기존 70개이상 되었던 복원력 부품들을 한 금속 합금 몸통으로 제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기존보다 주변온도에 덜 변형되고, 장시간 사용에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저울 제조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간단해진 생산공정을 바탕으로 제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으며
제품간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제조 기술은 현재 시마즈사의 UniBloc, Sartorius사 Monolithic, Mettler사의 Monobloc 제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Figure 13. Single piece force-restoration balance mechanism
자료출처: Shimadzu
몇 년 전 일본 교토에 위치한 Shimadzu사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1880경부터 만들어진 제품과 서적을 잘 모아 전시한 것과 회사의 박물관이 일반인을 위해 교토 시내에 꾸며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서도 학교 교구용으로 제작된 저울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때부터 Shimadzu사 는 저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분석용 저울로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니,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게 좀 아쉬웠습니다.
시마즈 옵틱 제작소를 들어가보니, 아주 옛날에 만들어 놓은 옵틱 가공기구들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선반에 잘 정리 정돈되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장인 정신이 분석장비 속에도 깊숙이 자리매김을 했으니, 다나카 고이치 같은 노벨 수상자를 이 회사에서 배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Figure 14. 시마즈 공개 과학카달로그
자료출처: shimadzu
저울에서 개발된 ‘Single piece force-restoration balance mechanism’ 이란 제조 기술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애플이 iPhone과 MacBook Air에 적용한 ‘유니보디’ 제조공법이 떠오릅니다.
참고로 ‘유니보디 제조공법’은 여러 금속판을 겹쳐 쌓는 대신에 아예 두툼한 금속 블록으로 출발해, 자재를 덧붙이는 기존의 공정과는 반대로 정밀가공장비(CNC선반 등)을 이용해 자재를 제거해 나가면서 골격을 제작하는 공법입니다.
몸체를 이루는 여러 부품을 단 하나의 부품으로 대신하는 것이 골자였으며, 그래서 이름이 ‘유니보디’였다고 합니다.
Figure 15. 애플 유니바디 결과물
자료출처: Wikipedia
한 금속블록을 정밀기계로 세부 가공하여 조금씩 재질을 제거하여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게 정말 비슷한 컨셉입니다.
혹시 유니보디 제조공법을 창안한 애플 수석디자이너 조너던 아이브가 ‘Single piece force-restoration balance mechanism’ 기술에서 유니보디 영감을 받지는 않았을까? 하고 잠시 의심 해봅니다.
이 두 기술 모두 CNC와 EDM 과 같은 정밀 가공기계들의 발달 없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며, 이 가공기술 없이는 더욱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실험실용 저울과 유려한 아이폰 디자인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1992년
Mettler Toledo 사에서 최초로 51만 해상도를 가진 마이크로 전자 저울(Electronic microbalance)를 출시합니다.
Figure 16. Electronic microbalance
자료출처 Mettler Todeo
1993년
Mettler Toledo 사에서 Monobloc weighing cell를 개발함.
이 모듈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더 작고, 내구성 강한 제품들을 출시합니다.
Figure 17. Monobloc weighing cell
자료출처 Mettler Todeo
1994년
Sartorius 사에서 기존 150개의 저울부품들을 한 개로 대체 가능한 Monolithic weigh cell 기술을 선보입니다.
이 모듈은 Sartorius사의 여러 제품 군들에 사용됩니다.
자동차 회사가 엔지를 여러 모델의 차에 사용하여 제조단가를 절감하듯이 Sartorius사도 저울의 핵심 부품인 Monolithic weigh cell을 여러 모델에 사용하여 제조단가를 낮추려고 하지 않았나? 란 생각이 듭니다.
잘 만들어진 한 개의 핵심 플랫폼은 정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Figure 18. Monolithic weigh cell
자료출처: sartorius.co.uk
1996년
Sartorius사에서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그램(ug)이하 측정이 가능한 저울을 출시합니다. 이 저울의 정확도는 0.1ug나 됩니다.
2000년
대부분 실험실용 저울은 컴퓨터와 연동되어 사용자에게 무게 기록과 연산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능제공으로 다른 분석장비와 무게 데이터를 연계 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시마즈사는 저울의 측정데이터와 윈도우기반 프로그램의 연동을 쉽게 할 수 있는 ‘Windows Direct Communication Function’ 을 개발하여 ISWM* 2000 전시회에서 올해 기술진보상을 수상하였습니다.
ISWM: International Society of Weighing and Measurement
Figure 19. Windows Direct Communication Function
자료출처: Shimadzu
2005년
Mettler Toledo 사에서 안정성과 정확도가 향상되고 컬러터치 스크린,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New XP series 저울 제품 군을 출시합니다.
Figure 20. New XP series
자료출처 Mettler Todeo
2009년
Sartorius사에서 Cubis 제품군 출시합니다.
이 제품은 최초로 모터를 사용하여 자동으로 수평 유지 조절기능(Automatic motorized leveling)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또한 최초로 시료가 정 중앙에 점적 이 안되어도 무게보정이 되는 Q-Pan off center load compensation 기능이 있어 넓은 작업공간 확보를 가능하게 합니다.
Figure 21. Sartorius Cubis Lab balance
자료출처: sartorius.co.uk
지금까지 웬만한 실험실에 한 개씩은 가지고 있는 분석용 저울의 태동과 변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저울 제조 회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울 제조회사들도 실험실에 사용되는 분석용 저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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