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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로 읽는 과학자 이야기 6 『The second Novel prize, The second love』
종합 과학작가 박재용 (2019-09-09)

The second Novel prize, The second love

1

멍청이들, 머리에 똥만 든 멍청이들. 
퀴리는 방금 받은 편지를 손에 움켜쥐고는 분노에 떨었다. 기분대로라면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변기에 넣어버리고도 싶었고, 편지를 쓴 작자들이 눈앞에 있으면 침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우선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자리에 앉았다. 

퀴리에게 이 상황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길을 가다보면 자신을 흘깃 보는 눈초리가 달라졌다. 이전 눈길에서도 비난의 기운을 읽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때는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남편을 잡아먹은 마녀, 감히 대학 강단에 선 여자, 비천한 폴란드 여자. 그런 비난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그러나 요사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천하의 몹쓸 년, 다른 여자의 남편을 가로챈 부도덕한 여자, 그러고도 과학자라고 하느냐는 눈빛이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퀴리는 태연했다. 아니 태연한 척 해야 했다.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면 그냥 낭떠러지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노벨상이라도 받지 않았다면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지일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구했고, 더 열심히 발표했다. 그리고 이제 남편과 같이 받았던 노벨상을 혼자 다시 받게 된 것이다. 여성으로서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 이어,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화학상까지 두 번의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 노벨위원회에서 편지가 왔다. 노벨상을 거절하라는 것. 아마 시상식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화냥년이라고 소리라도 치면 어쩌나 싶겠지? 내 꼭 참석해주마. 이미 수천 번은 더 들은 소리인데 뭐. 퀴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답신을 적는다. 

‘상은 과학자의 사생활이 아니라 업적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편지를 쓰며 그는 생각했다. 아 노벨상위원회가 아니라 랑주뱅에게 편지를 써야하는데, 아니 편지가 아니라 직접 만나야 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2

호명이 되었고, 그는 단상으로 올랐다. 마이크 앞에 서서 원고를 내려놓고 안경을 꼈다. 

저는 가장 먼저 전 남편 피에르 퀴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는 낯선 파리에서의 생활에서 처음으로 제게 가슴을 열고 사랑을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파리에서의 생활을 지속하기 대단히 힘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피에르 퀴리가 아니었다면 저는 결혼 후에 연구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피에르는 항상 제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문자 그대로 저를 파트너로써 존중하며 제 의견에 귀 기울였으며, 모든 활동을 항상 상의했습니다. 또한 지난 번 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기까지 피에르가 보인 남다른 노력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와 공동으로 수상하는 것이 아니면 노벨상을 거절하겠다고까지 한 그의 선언으로 겨우 저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한 날들은 모두 행복으로만 기억됩니다. 이 자리에 그가 없다는 것이 제게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기도 합니다. 

저는 다시 프랑스의 시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들이 프랑스 대혁명과 인권선언 보여준 고귀한 용기가 아니었으면 저는 없었습니다. 고국 폴란드에선 여성인 저는 대학에 갈 수 없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제 열정은 저를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저는 처음으로 대학에서 진정한 학문을 연구할 수 있었으며, 선배 과학자들의 참된 결과물들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여성인 제가, 외국인인 제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고, 과학을 연구하는 지극히 당연한, 그러나 지금 현 시대에선 또한 지극히 희귀한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날 프랑스 시민들의 용기있는 봉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물론 최초로 두 번의 노벨상을 받은 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프랑스 시민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프랑스 아카데미가 시민들이 이미 이루어낸 빛나는 성과를 하루바삐 받아들이길 희망하며, 꼭 그리 될 것으로 여깁니다. 

저는 다시 저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피에르가 황망하게 떠난 이후에도 계속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피에르를 이어 제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대학에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지지해준 동료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해 저와의 공동 연구에 임했습니다. 그들로부터 받은 동료애와 그들의 헌신으로 저는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렌과 이브 퀴리 둘은 제가 연구에 전념하는 동안 스스로 대견할만큼 훌륭하게 성장하였고, 남편 피에르 퀴리의 사망 후 제게 좌절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 둘이 아니었으면 저는 결코 피에르의 사고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제게 노벨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게 노벨상 수상을 거절하라는 편지를 보내긴 했지만 ‘상은 과학자의 사생활이 아니라 업적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라는 제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준 용기는 대단히 대단했습니다. 앞으로도 한림원이 과학자의 성별, 인종, 사생활에 관계없이 과학자의 업적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는 일을 계속 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랑주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자리에 그가 없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는 제 삶의 한 부분입니다.  

박수와 환호와 야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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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마리 퀴리 Marie Curie 1867년 ~ 1934년 
폴란드 출신 프랑스 과학자.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인물이다.  

폴 랑주뱅 Paul Langevin 1872년 ~ 1946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랑주뱅 방정식으로 유명하다. 피에르 퀴리가 지도교수였다. 피에르 퀴리 사망후 마리 퀴리와 연인 관계가 되었다. 당시 랑주뱅은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노벨상 수상 소감문은 전적으로 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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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오래된 공부 못하는 학생, 과학 작가, 사단법인 ESC 회원 )
글쓴이의 아주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시선으로 과학의 역사 곳곳에 드러난 혹은 숨은 여러 사건을 바라보고 이를 엽편소설 형식으로 씁니다. 소설이니 당연히 팩트가 아닌 점도 있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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