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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65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Martin Inderbitzin, 생애 첫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하여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모습
이미지 출처: 유튜브1)
2012년 서른두 살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자기만의 독특한 생존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1) 처음 ‘암입니다(You have cancer)’ 진단을 받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자신과 같은 경우 평균 생존율이 3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온갖 부정적인 정보 속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도 너무 두려웠다. 암은 의학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기도 하지만, 어떤 질병 못지않게 정신적인 도전을 받게 되는 질병이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도움을 얻기는 힘들었다. 어느 날 항암제 주사를 맞느라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맞은편 환자에게서 뜻밖의 얘기를 듣는다.
“내 소원(My deepest wish)이 뭔 줄 아슈?”
“글쎄요....”
“바로 평화롭게 죽는 거(To die in peace)요...”
그때 그는 결심했다. 자기도 평화롭게 죽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많은 암환자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듯이 나도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곧바로 트라이애슬론(Triathlon) 경기 참가신청을 한다. 1.5km 수영, 40km 사이클, 10km 달리기. 일반인도 완주(3시간 30분이내)하기 힘들다는 종목이다. 항암치료 중이었지만 운동을 시작했고, 항암치료를 마친 후 더욱 힘들어진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본격적인 훈련을 했다. 드디어 본 대회. 사이클을 타는 도중 다리가 너무 아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이것을 극복해야만 나만의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2시간 12분이라는 뛰어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년에는 마라톤 완주까지 해냈다. 신경과학자(Neuroscientist)인 그는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마음(Mind)이 신체(Body)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암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숫자나 부정적인 정보가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주고 치료에 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감동적인 생존 스토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나의 생존 이야기(My survival story)’라는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 다양한 암환자들의 사례를 모으고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2) 암환자들은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암 진단의 충격에서 속히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분명 있다.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의식하며 사는 것, 그런 의미 있는 인생을 오랫동안 사는 것 등....
국내에도 암을 이겨낸 사람들(암생존자, 암경험자, Cancer survivors)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있어 다행이다.3) 이제는 암생존자 2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니 앞으로도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리라 기대해본다.4)
얼마 전 친했던 고교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폐의 암세포는 한쪽 팔로도 전이되었다니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초등학생 둘, 유치원생 하나, 무려 세 아이의 엄마다. 착실했던 선배는 더 착실한 아내를 만나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었는데, 청천병력과 같은 소식에 많이 당황해했다. 선배는 아이 셋을 동생네 집에 맡기고, 직장에도 양해를 구하며, 전적으로 아내의 병수발에 매달리고 있다.
아내는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잘 먹지도 않더니, 며칠 전에 종이쪽지 하나를 선배에게 건네더란다. 음식 이름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나, 이제 이런 것 들 좀 먹어야겠어. 사다줘. 아 참 아이스크림을 빠뜨렸네. 그거 하나 더 추가!”
부디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또 하나의 감동 생존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시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 참고
1) Martin Inderbitzin, https://www.youtube.com/watch?v=M5QBH3wDrQY&t=75s
2) https://www.mysurvivalstory.org/
3) http://www.segye.com/newsView/20190704515135?OutUrl=naver
4)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7452&code=141300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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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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