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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진짜과학 or 가짜과학: 손가락 길이가 성격과 건강을 나타낸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9-06-10 09:36)

손가락 길이가 성격과 건강을 나타낸다?
매닝의 「검지약지 비율」 이론

만약 지난 6개월간 발표된 논문들이 사실이라면, 하나의 숫자만 알면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를 겪을 것인지', '출판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알코올 중독자가 될 것인지', '배둘레햄이 축적될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매직넘버는 바로 「2D:4D 비율(2D:4D ratio)」, 즉 '검지 길이와 약지 길이의 비율'을 말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검지약지 비율」이 낮은 경향(즉, 약지가 검지보다 긴 경향)이 있는데, 「검지약지 비율」의 예측력을 믿는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검지약지 비율」은 태아가 테스토스테론과 (기관의 발육을 촉진하는) 다른 호르몬에 노출된 정도를 반영하며, 뇌(腦)도 그런 호르몬의 영향권에 있다." 인간의 손가락 길이가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진화생물학자 존 매닝(現, 영국 스완지 대학교)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영감을 받은 연구분야는, 그의 당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까지 애드벌룬을 탔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20여 년 동안 1,400편 이상의 논문들이 「검지약지 비율」을 질병위험(심혈관질환, 암, 루게릭병 등)은 물론 각종 형질(성격, 인지능력, 성적 지향 등)과 연관시켰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심지어 동굴벽에 스텐실된 손자국에서 얻은 비율을 이용하여, '고대의 그림을 그린 예술가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까지 결정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런 관념은 수많은 비평가들의 심기를 거슬렸다. 그들은 「검지약지 비율」에 의존하는 연구자들을 손가락질하며 "지나치게 단순하고 결함있는 지표에 중독되었다"고 몰아세웠다. 어떤 회의론자들은 "「검지약지 비율」의 성차(性差)는, 남성의 손이 크다는 사실이나 지표 자체의 통계적 문제에서 비롯된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검지약지 비율」과 관련된 발견들을 모두 의심한다"라고 국립유대의료센터(National Jewish Health)의 더글러스 큐란-에버렛(생리학, 생물통계학)은 말했다.

다른 비판자들은 손가락비율 분야를 가리켜 "재현불가능한 발견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지의 토대에 기반한 카드집(house of cards)이다"라고 오스트리아 빈(Wien) 대학교의 마틴 보라체크(심리학)는 말했다. 그는 「검지약지 비율」에 관한 연구를 골상학(phrenology)이나 인상학(physiognomy에 비유한다. 골상학과 인상학은 한물 간 아이디어로, 사람의 머리모양이나 안면특징이 각각 인품과 성격, 지능을 나타낸다는 생각이다.

요컨대, 삶의 감춰진 시기(초기 태아발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간단하고 측정하기 쉬운 정량적 지표로서, 「검지약지 비율」은 한 세대의 연구자들을 매혹한 한편, 다른 연구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회의론자 중 한 명인 에모리 대학교의 행동신경내분비학자 킴 월렌의 견지에서 보면, 「검지약지 비율」과 그 유의미성에 대한 논쟁은 '증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근본적 이슈를 제공했다.

손가락으로 예측하기

1870년대에 독일의 한 해부학자는 "남녀의 손가락비율이 전형적으로 다르다"고 보고했지만, 1998년 매닝이 그 비율을 부각시킬 때까지 관찰은 단지 호기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매닝은 리버풀의 임신클리닉에서 동료들과 함께 신체비율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중 일부 연구자들이 신체비율을 호르몬 수준과 연관시켰다. "나는 동료들에게 성차(性差)라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는데, 그들은 성차가 특정한 성호르몬의 역할을 시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매닝은 말했다. 매닝과 동료들이 환자들의 손가락비율을 측정해본 결과, 남성의 오른손의 낮은 「검지약지 비율」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버풀 지역의 어린이들과 젊은 성인들을 연구해본 결과, 연구자들은 손가락비율의 차이가 두 살짜리 어린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은 "손가락비율의 성차는 출생 전에 발생하며, 자궁 내의 호르몬 수준을 반영한다"는 가설로 이어졌다: "손가락비율은 초기 발달과정 동안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준을 나타낸다"고 매닝은 설명했다.

매닝은 손가락비율에 대한 책 두 권과 논문 60여 편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발견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지표는 대박을 쳤다. "'하나의 숫자로 많은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라고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에반스(통계유전학)는 지적했다. 에반스는 손가락길이의 유전적 기반을 연구해 왔다. "손가락비율에 대해 강연을 할 때, 강연자가 말문을 열기가 무섭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손을 쳐다보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스캐너, 사진, 캘리퍼스, 자, 심지어 엑스선촬영기를 이용하여 손가락 길이를 평가했다. 어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손가락 길이를 직접 측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과학자들은 신속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BBC에서 후원한 「성차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무려 24만 명 이상에 대한 '셀프측정 손가락비율'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성인들에게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생체지표 중에, 산전 안드로겐(prenatal androgen)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라고 이스트랜싱 소재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마크 브리들러브(신경과학)는 말했다.

손가락비율은 과학적 수요도 만족시키는 것 같았다. 1950년대 말, 연구자들은 (그 당시로 보면)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 내용인즉, "테스토스테론과 자궁 속의 성호르몬들이 뇌의 발달을 조종함으로써, 성인의 행동을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산전 호르몬 노출'과 성격(공격성, 성적 지향성, 공간능력)은 물론 질병(예: 자폐증, 탐닉) 간의 관련성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초기 태아의 호르몬을 샘플링하는 것은 임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그러니 연구자들이 손가락비율을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의 간단한 측정치로 간주하게 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그러나 연구들은 미묘한 차이에 기반했다. 남성의 손가락비율이 통상적으로 여성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는 매우 작다. BBC의 인터넷 연구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균적인 오른손 손가락비율은 각각 0.984와 0.994였다. 더욱이 성별 분포는 중첩되었으며, 참가자의 지리적·인종적 배경에 따라 평균비율이 크게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은 「검지약지 비율」이 신뢰할 만한 지표라고 확신했다. "손가락비율이 산전 안드로겐 노출을 반영한다는 가설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브리들러브는 말했다. 또 한명의 옹호자인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베른하르트 핑크(생물인류학)는 이렇게 거든다. "지금껏 수백 건의 연구에서, (산전 안드로겐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다양한 행동과 능력이 손가락비율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도 '손가락비율은 모든 형질의 작은 부분만을 설명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주제 중 하나는, 여성의 성적 지향성과 손가락비율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발달초기의 호르몬 수준이 '어떤 성(性)을 매력적으로 여기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안드로겐이 여성 태아의 주변을 순환할 때 레즈비언의 탄생 확률이 증가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가설은 논쟁의 여기가 많으며 검증하기도 어렵다. 브리들러브와 동료들은 "손가락비율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200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SFBA: San Francisco Bay Area)에서 열린 거리박람회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손바닥을 복사했다."

비록 게이와 양성애자의 손가락비율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기술한 여성들은 손가락비율이 낮았으며, 양성애 여성들보다 더 남성적인 손가락비율(masculine finger ratio)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브리들러브는 이렇게 말했다. "SFBA 연구의 확고한 결론과 사후추적 조사결과로 미루어 볼 때, 테스토스테론은 출생 전에 인간의 성적 지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손가락비율의 옹호자들 가운데서도, 그 동안의 연구결과로 인해 산전 호르몬과 성적 지향성에 대한 논란이 진정되지 않았다. 예컨대, 매닝은 이렇게 주장한다. "BBC의 연구에서는 정반대 관계가 증명되었다. 즉, 초기 테스토스테론 노출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성적 지향성에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닝에 따르면, 손가락비율은 사람의 미래를 일별하게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예컨대, 손가락비율은 전립선암 치료(테스토스테론을 차단함)와 유방암 치료(에스트로겐을 차단함)의 효과를 예측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초기가설에 불과하며, 후속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뭐라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매닝에 따르면, 손가락비율은 스포츠에서 특히 강력한 진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검지약지 비율」과 다양한 스포츠(축구, 장거리달리기, 럭비, 스키, 조정, 야구) 수행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보고했다. 그 효과는 충부히 크므로, 스포츠 팀들은 스포츠 과학자들의 동의를 얻어, 손가락비율을 선수선발의 기준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매닝은 말했다.

남성의 손이 커서 그럴 뿐

그러나 손가락비율은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의구심에 직면했다. 초기태아의 혈액샘플을 안전하게 채취할 수 없으므로, 연구자들은 손가락비율의 기본적 가정("손가락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임신초기 동안, 핵심 손가락이 태아의 혈중 호르몬 수준 차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연구자들은 간접적인 증거에 눈을 돌렸다. 매닝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간접증거는 (동물이 임신한 동안 호르몬환경을 조작한) 동물연구에서 나왔다.

한 연구에서, 플로리다 대학교 게인스빌 캠퍼스의 마틴 콘(발생생물학)과 쩡구이 "패트릭" 쩡(당시 박사후연구원)은 호르몬에 반응하는 수용체의 활성을 변화시켰다. 예컨대, 두 사람은 임신한 생쥐에게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 체내에서 가장 흔한 테스토스테론 형태)을 투여함으로써 안드로겐 수용체를 자극하거나, 에스트로겐을 투여함으로써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자극했다. 그런 다음 그 생쥐들이 3주 후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의 뒷발을 측정함으로써 호르몬환경 조작의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성이 증가한 어미의 경우, 암컷새끼의 네 번째 발가락 성장이 촉진되어 「검지약지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대조적으로,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활성이 증가한 어미의 경우, 수컷새끼의 네 번째 발가락 성장이 억제되어 「검지약지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2011년 《미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콘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생쥐의 경우, 성호르몬은 뼈대의 성장을 제어하는 유전회로(genetic circuit)에 간섭한다. 그런데 사지발생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은 모든 척추동물에 매우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인간의 경우에도 성호르몬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동물연구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독일의 신경생물학자 자비네 후베르(현, 뮌스터 대학교)와 동료들은 「크론 & 쩡 연구」를 재현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와정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즉, 임신한 생쥐의 DHT 수준을 증가시킨 결과 수컷새끼의 뒷발에서 높은(암컷에 가까운) 「검지약지 비율」이 나왔고, 안드로겐 수용체를 차단한 결과 암컷새끼의 뒷발에서 낮은(수컷에 가까운) 「검지약지 비율」이 나온 것이다. 후베르는 이상의 연구결과를 2017년 《PLOS ONE》에 발표했다. 두 건의 연구결과가 상반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후베르는 실험에 사용한 생쥐의 계통이 다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 건의 대규모 연구에서 합치된 결과가 나오지 않자, 「검지약지 비율」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에반스와 호주 QIMR 버그호퍼 의학연구소(QIMR Berghofer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세라 메들랜드(통계유전학)는 「검지약지 비율」과 「테스토스테론 수준이나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반응성을 제어하는 분자경로의 변이」 간의 관련성을 도출하기 위해 수천 명의 테이터를 분석해 봤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우리는 두 번의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과 관련된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메들랜드는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검지약지 비율」을 가리켜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통계학자에 따르면, 비율(ratio)은 '두 변수 간의 관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비율에 기반한 결론은 논점을 이탈하거나 오도(誤導)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포트홀린스 소재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게리 패커드(생물학 명예교수)는 말했다. 그는 통계학의 함정에 관한 글을 많이 쓴 사람이다.

"비율을 사용하기에 앞서서, 연구자들은 그게 특정한 수학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큐란-에버렛은 말했다. 그가 말하는 '수학적 기준'이란 "두 개의 변수를 이용하여 작성한 그래프는, 원점을 통과하는 직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원점을 통과하는 직선'은 두 변수가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코 프라하 소재 찰스(카를로바) 대학교의 야로슬라프 플레그르(진화생물학)가 (수백 명의 손가락 길이에 관한) 두 건의 연구에서 수학적 기준을 검토해본 결과, 「검지약지 비율」은 기준을 충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정교한 수학적 접근방법을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검지약지 비율」의 성차는 단지 '남성의 큰 손'의 함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들은 검지가 긴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손가락들은 손이 커짐에 따라 동일한 비율로 자라지 않아, 그 결과 네 번째 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보다 길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플레그르는 2017년 영국 티스사이드 대학교의 연구진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에서 '손크기 차이'라는 요인을 재거해 봤다. 그랬더니 남녀의 손가락비율 차이는 뒤집어져, 남성의 「검지약지 비율」이 여성보다 높아지는 게 아닌가! "우리의 연구 결과, 널리 알려진 「검지약지 비율」의 성차는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손크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플레그르는 말했다.

플레그르의 발견은, 비평가들이 거론하는 「검지약지 비율」의 또 다른 문제(재현성 부족)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인간의 젠더발달을 연구하는 멜리사 하인스(심리학, 신경과학)는 한때 「검지약지 비율」의 타당성을 인정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가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일부 학부생들에게 학기말 과제물로 요구한 '출판된 연구의 결과재현'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제자들은 오리지널 연구의 절차를 그대로 따라했지만, 결과가 중구난방이었다고 한다.

"나는 '안드로겐이 인간의 행동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인스는 말했다. "안드로겐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손가락비율이 '초기 호르몬환경'에 대한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월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손가락비율이 호르몬 수준의 대용물(proxy)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너무 빈약하다. 그래서 나는 7년 전 《Hormones and Behavior》의 편집자로 임명되었을 때, 손가락비율을 그런 식으로 이용한 논문들을 모두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보라체크도 하인스와 마찬가지로 한때 손가락비율을 신뢰했었지만, 이제 이렇게 말한다. "「검지약지 비율」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과학분야에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재현성위기(reproducibility crisis)의 대표적 사례다. 과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나 메타분석을 실시함에 따라, 소규모 선행연구에서 보고되었던 흥미로운 발견들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고 있다."

보라체크는 이렇게 덧붙였다. "과학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권장되는 관행들을 실천하면, 과학자들의 유대감이 증가하고 「검지약지 비율」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의 갭이 좁혀질 것이다. 그런 관행들 중에는, 사전등록(preregistered study)과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이 있다. 사전등록이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와 방법을 공시(公示)하는 것이고, 적대적 협력이란 상충되는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자들이 팀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회의론자와 옹호론자들이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것 같다. 손가락비율에 의존하는 연구자들은 《Hormones and Behavior》에 논문을 출판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저널을 여전히 기웃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20여 편의 논문이 출판되었다.

※ 출처: Science www.sciencemag.org/news/2019/06/talk-hand-scientists-try-debunk-idea-finger-length-can-reveal-personality-and-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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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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