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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전자편집, 『CRISPR 베이비』의 수명을 단축시켰을 수도
의학약학 양병찬 (2019-06-05 10:54)

약 50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연구 결과, 'HIV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변이'가 조기사망(earlier death)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편집, 『CRISPR 베이비』의 수명을 단축시켰을 수도

HIV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쌍둥이 소녀들의 유전체를 편집한 과학자는, 부주의로 그 아이들의 수명을 단축시켰는지도 모른다. 6월 3일 《Nature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참고 1), "두 개의 불능화된 CCR5 유전자(disabled copy)를 가진 사람들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기능적 CCR5 유전자(working copy)를 보유한 사람에 비해 76세 이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21% 높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유전자편집, 『CRISPR 베이비』의 수명을 단축시켰을 수도
@ Nature Medicine

이번 분석은 「UK 바이오뱅크(UK Biobank)」라는 연구 프로젝트에 등록된, 약 41만 명 영국인의 유전 및 건강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중국 선전(深圳) 소재 남방과학기술대학(南方科技大学)의 생물물리학자 허 지안쿠이(贺建奎)는 지난해 11월 "CRISPR를 이용하여 최초의 유전체편집 아기를 탄생시켰다"(참고 2)고 발표한 후 광범위한 비난에 직면했다(참고 3).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사람의 유전자를 미래세대에 대물림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하는 것'의 시사점을 알아내느라 애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Chinese scientist Jiankui He posted this video on Nov. 25, 2018, explaining how and why he created the first genetically engineered embryos.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은 贺의 '유전자 선택'에 의문을 제기했다(참고 4). CCR5가 코딩하는 단백질은, HIV로 하여금 면역세포에 침투하도록 허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 유전자의 일부를 제거하면, 해당 단백질을 불능화하여 CCR5-Δ32라는 천연변이(naturally occurring mutation)를 모방하게 되는데, 이 변이는 HIV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CCR5-Δ32라는 변이가, 사람들을 인플루엔자(참고 5)와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참고 6)의 감염효과에 취약하게 만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HIV에 대항하기 위한 유전자 불능화'의 어리석음에 대한 우려를 심화할 것이다"라고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의 필립 머피(분자면역학)는 말했다. "만약 당신이 세 번째 생일을 맞을 가능성이 낮은데,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세 살을 넘길 수 있다면, 그 유전자편집은 모험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HIV 치료법은 많은 보균자들로 하여금 노년(老年)에 도달하도록 허용한다. 그런데 왜 굳이..."

불가사의한 변이

贺가 엉뚱한 발표를 할 즈음, UC 버클리의 에이프릴 웨이(진화생물학)는 UK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유전적 변이와 수명 간의 관련성」을 측정하는 계산도구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녀와 버클리의 동료 라스무스 닐슨(유전학)은 CCR5를 이용하여 그 도구를 테스트하기로 결정했다. "CCR5는 그 자체로서 흥미로운 유전자다"라고 웨이는 말했다.

모든 포유동물은 CCR5 유전자의 한 가지 버전을 갖고 있는데, 이는 CCR5가 동물의 생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부 인간집단에서는 CCR5-Δ32 변이가 흔하다. 예컨대 영국인의 경우에는 약 11%가 두 개의 CCR5 유전자에 변이를 갖고 있으며, 스칸디나비아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기능적 유전자(functional gene)의 일부를 삭제하는 변이가 그렇게 광범위한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CCR5-Δ32가 유행한다는 것은, 최소한 어떤 경우에 CCR5를 불능화하는 게 진화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머피는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 이점(利點)이 뭔지 모르고 있다.

"「CCR5-Δ32 변이와 수명 간의 외견상 관련성」은 흥미롭지만 놀랍지는 않다"라고 영국 엑세터 대학교의 데이비드 멜저(역학)는 말했다. 그는 UK 바이오뱅크를 이용하여 수명을 연구하고 있다. "웨이와 닐슨이 CCR5 변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전적 표지(genetic marker) 중 하나는,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CCR5 삭제와 수명 간의 관련성'에 대한 증거의 강력함은 '다른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번 연구의 한계는, 데이터가 41세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수집되었으며, 일찍 사망했거나 (UK 바이오뱅크에 등록하지 않은) 환자들이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가용정보(information available)를 이용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라고 머피는 말했다.

미지(未知)의 위험

웨이의 경우,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인간배아의 유전자를 불능화한다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다'라는 생각이 강화되었다. "하나의 유전자가 무조건 유익하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 생각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설사 기술적 어려움과 윤리적 이슈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있을 악영향을 모른다면 유전자를 함부로 편집하지 말아야 한다."

UCLA의 알치노 실바(신경과학)도 웨이의 의견에 동의한다. "현 시점에서, 무작정 밀고나가 인간의 유전자를 편집하기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유전적 조작을 설계하는 것은 난센스다." 실바는 기능적 CCR5 유전자가 결핍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후속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수명과 관련된 이유가 밝혀지기를 바라면서.

실바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참고 7), CCR5를 차단하면 뇌졸중으로부터의 회복이 빨라지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CCR5를 불능화하는 것은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브레이크가 제거된 자동차는 매우 빨리 달릴 것이다. 그러나 그 폐해의 위험은 훨씬 더 높아진다"라고 실바는 말했다. "우리가 보유한 유전자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진화는 우리에게 필요한 유전자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 참고문헌
1. Wei, X. & Nielsen, R. Nature Med. (2019); https://doi.org/10.1038/s41591-019-0459-6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607-3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0160&SOURCE=6)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545-0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9978&SOURCE=6)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713-2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0473&SOURCE=6)
5. https://doi.org/10.1099%2Fvir.0.000165
6. http://jem.rupress.org/content/203/1/35.short
7. Joy, M. T. et al. Cell. 176, 1143-1157 (2019); https://doi.org/10.1016%2Fj.cell.2019.01.044

※ 출처: Nature 570, 16-17 (201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73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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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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