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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 생명과학자의 세상 읽고 쓰기] 원전, 라돈, 그리고 방사선 검사와 치료 – 안전한 방사선 피폭은 없다.
오피니언 주영이 아빠 (2019-05-09 09:56)

원전, 라돈, 그리고 방사선 검사와 치료 – 안전한 방사선 피폭은 없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국민학교 다니던 (초등학교가 아니라 이런 이름으로 불리던 ) 시절 책받침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연식이 드러나는 부분이라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공책에 연필로 글을 쓸 때 꾹꾹 눌러쓰게 되면 다음 쪽에 자국이 남게 되고, 그 당시에는 학교의 책상이나 탁자의 질이 좋지 않아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그 위에 공책을 놓고 글씨를 쓸 때 잘 써지지 않고 오히려 종이가 잘 찢어지기도 해서, 이런 불편과 문제를 막기 위해 책받침을 사용했었다. 지금은 좋은 필기구들이 많고 종이의 질도 좋으니 굳이 책받침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터다. 아니, 요새는 모두 디지털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예 공책이 아닌 전자기기에 직접 내용을 타이핑하거나 터치기능이 있는 태블릿에 전용 펜을 사용해 기록하는 추세다. 어쨌든 이제는 추억의 아이템이 되었지만, 그 책받침에는 여러 가지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 주인공, 로봇 캐릭터, 혹은 당시에 유명했던 연예인 사진도 있었다. 그 수많은 책받침 중에서도 아직까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원전이다.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홍보 문구와 사진이 실려 있는 책받침이었다. 한창 원전 개발에 공을 들일 시기였기 때문에 책받침에도 그 사진과 문구가 들어간 모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은 경상남도 양산군 고리에 설치되었다. 물론, 지금은 행정구역 이름이 변경되어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속해 있다. (1) 그 시절에는 모두들 원자력이 미래의 에너지이고 안전하며, 천연자원이 풍부했던 북한과 달리 아무런 자원 없는 이 나라에 무한정의 에너지를 공급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과연 그러한가?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소 (출처: 위키백과)

대학에 들어와서 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보면서 방사선의 문제점에 절감했다. 우선, 관리하기가 어렵다. 특별히 필자의 관심 분야인 생물/의학 쪽의 경우를 살펴보면, 방사성 동위 원소를 이용한 많은 실험 기술들이,  점차 방사성 동위원소 사용이 필요 없는 다른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사용 후에 남아 쌓이게 되는 여러 방사성 폐기 물질의 처리가 골치를 썩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을 사용/취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훈련 과정을 마쳐야 하고, 또 관련 서류의 정리와 보고 절차, 처리 방법, 안전 사고 발생 시에 대처 방법 등을 숙지해야 한다.  과거 DNA 서열 분석에 쓰이던 S-35 (황의  동위원소), RNA 와 DNA를 확인하는 실험기법인 Northern blotting/ Southern blotting 같은 데 사용되었던 P-32 (인의 동위원소), 기타 다른 생물학 실험기법에 쓰였던 Cr-51 (크롬), C-14(탄소), H-3(수소)  등이 주된 방사성 동위원소다.  또, 암치료나 멸균식품 제조에 쓰이는 Co-60, (코발트),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요오드의 동위원소 I-125, I-131도 있다. 방사선 검사의 일종인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의 경우는 C-11, N-13, O-15, F-18 등이 쓰인다. 각각 탄소, 질소, 산소, 불소의 동위원소다. (2) 각각 방사능이 줄어드는 반감기나 방출되는 방사선의 종류와 강도도 다르며, 따라서 처리하는 방법과 절차도 다양하며 각각의 동위원소에 맞춰 개별적으로 관리 및 처리해야 되는 것이라서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래서, 가능한 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 없는 실험기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실험실 연구 기법이나 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2014년 말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알파선 방출 핵종 농도가 1g당 4000베크렐 미만인 폐기물, 관리기관은 표층처분장 300년, 동굴처분장은 100년) 처분장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 (알파선 방출 핵종 농도가 1g당 4000베크렐(Bq) 이상, 관리기간 1만년 이상) 처분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임시저장 중인 상태며 2024년이면 포화될 예정이 다. (3) 고작 살아야 100년을 살면 최장수라고 하는 우리에게 100년 이 넘는 아니, 1만년이나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또 우리가 아닌 우리의 수십대 수백대 후손에게 폐기물을 떠넘긴다는 게 말이나 되기나 한가? 고장이 나서 쓰지 못해 당장 처분해야 하는 쓰레기가 산더미 같은 집에 또 새로운 가구와 전자제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런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원전을 짓겠다는 시도는 과학이나 경제를 논하기 이전에 이미 지극히 비상식적이라고 보겠다.

이렇게 관리도 어려운 데다가, 피해는 엄청나다. 굳이 거창하게 히로시마 원폭이나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떠올리지 않아도, 당장 이 연구의 선구자격으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퀴리 부인도 자신이 발견하고 연구했던 금속 원소 라듐에 의한 장기간  방사선 노출로 재생불량성 빈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와 함께 연구했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Marie Curie

Marie Curie (출처: 위키백과)

또, 이 라듐은 붓을 이용해 시계에 덧칠해서 형광 효과를 내는 데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 작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바로 “라듐 걸즈” 로 불린 여성노동자들이었다.  1917년 전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라듐 제품 제조 공장에서 시계 야광판을 색칠하던 중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피폭을 당했고, 재생불량성 빈혈, 골절, 턱의 괴사 등의 증세를 보였다. (4) 그 외에도, 암치료를 위해 사용했던 방사선이 2차적으로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화학적인 암치료도 2차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5) 최근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라돈 침대의 그 라돈이 바로 이 방사성 원소 라듐의 붕괴로 생기는데 이것 역시 폐암의 원인이 되는 해로운 물질이다. 라돈은 자연 상태에서도 흔히 발견되며 필자가 거주하는 미국의 매사추세츠에서도 집을 사고 팔 때 라돈 수치를 조사해서 필요시 라돈 배출장치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6,7,8,9)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할 때 극히 미미해 보이는 양의 방사선인, 이런 라돈이나 실험실의 방사성 동위원소, 의학적 진단에 쓰이는 방사선에도 우리는 민감하게 대응하며 최소한 피폭을 줄이려 노력한다. 방사선에서 안전한 수치는 없다. 가능한 한 노출되지 않는 게 좋지만,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라돈의 경우에서 보듯이 피폭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은 전혀 없다. 가능한 한 낮추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라돈침대 보도가 나왔을 때,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그런데,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안전보다 다른 것들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한다. 이념의 문제로 몰아가는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친원전 학자들이나 관련 신문이 애를 써서 방향을 돌리려 해도 탈원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더 늦기 전에 원전 건설 및 운용을 멈춰야 하고 처리 문제 및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 문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법이나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성을 고려해서 원전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으며 상식적이지도 않다. 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계획은 너무나 장기적이고 단계적이라서 친원전 학자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에서 과장되는 바와 달리, 총 발전량 중 원전비율은 현재 39.0% 에서 2024년까지는 48.5%로 원전비율이 오히려 실질적으로 증가한다. (10) 현재 가동 중이거나 이미 건설하기로 확정된 원전을 제외한, 장래 새로 세워지는 원전만 대상으로 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당연한 결과다. 

이런 원전 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시민 단체나 학자들을 비전공자라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무시하거나 무작정 경제성만 언급하기보다는, 그렇게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깨끗하다는 원전에서 왜 사고나 고장 발생이 자주 일어나는지, 왜 이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그저 사고나 관리 실수를 은폐하는 데에 급급하고 있는지 답해 주기 바란다. (11,12,13)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어떤 친원전 학자는 비행기 사고가 나도 또 타고 다니는데 왜 사고나 고장이 난다고 원전을 포기해야 하는가 하는 주장까지 한다. (14) 정말 실소를 금치 못할 주장이다. 이런 수준의 글이 자신의 블로그도 아닌 신문에 버젓이 실리고 있으니, 원전과 원자핵공학과, 그리고 언론의 커넥션, 돈거래 의혹이 공공연히 떠도는 게 무리가 아닐 것이다. 비행기 사고는 비행사, 승무원을 비롯한 탑승자만 피해를 보고 끝난다. 기체 결함은 고치면 해결된다. 원전도 그런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그 원전 종사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 더 나아가 온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과연 이게 고칠 수 있는 문제인가? 아직도 후쿠시마에서는 오염수가 배출되고 있다. 체르노빌 지역은 사고 발생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출입금지 지역이다. 우라늄 반감기는 45억년이고 방사선 폐기물의 주종을 이루는 코발트(Co-60)는 5년, 세슘은 30년이다. 오랜 시간, 그리고 자신만이 아닌 후대에까지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게 방사선 피폭이다. 이런 걸 비행기 사고와 억지로 단순 비교하다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어떤 분을 떠올리게 하는 괴상한 비유다. 사고 발생 시에 입게 되는 막대한 피해, 복구 및 보상비용 그리고 사용 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져 더욱 안전해 진다고 해도 여전히 그 위험성은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되는 바보 같은 선택이다.  제발 안전의 문제를 진보나 보수의 이념 문제 혹은 경제성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현재 우리들과 후대를 생각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 참고
1.  http://theme.archives.go.kr/next/photo/nuclearEnergy02List.do
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579910/
3.  https://www.kaeri.re.kr/board?menuId=MENU00464
4.  https://en.wikipedia.org/wiki/Radium_Girls
5.  https://www.texasoncology.com/cancer-treatment/side-effects-of-cancer-treatment/long-term-side-effects/secondary-malignancies
6.  https://ko.wikipedia.org/wiki/라돈
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0089.html
8.  https://www.mass.gov/service-details/radon-get-the-facts
9.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4548.html    
10.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9
11.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4/199908/
12.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7/03/213785/
13.  http://nsic.nssc.go.kr/dta/accidentList.do#
14.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50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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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 아빠 (필명) (바이오텍 회사)
연구를 하다 보면 늘 만나는 사람들과 실험실, 집이라는 공간에만 제한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기 연구가 아닌 다른 분야, 또 연구실의 일상만이 아닌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비록 제한된 정보와 시간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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