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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협주곡 2-34] 엉터리 학술대회가 문제일까?
오피니언 김우재 (2019-03-20 11:34)

이번에는 비트그룹이다
며칠 전 한국일보가 와셋/오믹스 사태 이후 다시 중국의 엉터리 학술대회와 학술지를 찾은 한국인 연구자들의 실태를 공개했다다1. 여기에는 서울대 38명이 참가했고, 471명이 이름을 올렸다. 뉴스타파가 이 문제를 처음 공개했을 때에도 그랬지만, 이 기사의 말미에도 해외학회 실적을 중시하는 학계 풍토를 근본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이공계열의 연구는 해외 학계에서의 발표와 해외 학술지 발표가 필수적이다. 그런 당위성을 부정한다면, 한국 학계는 고립된 생태계로 고사하고 만다.

이미 작년부터 연구재단은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 예방 가이드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2. 문제는 그런 예방가이드나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를 리스트해두고 있는 벨리스트3가 무용지물이라는 데 있다. 이를 두고 해당 기사는 연구자의 모럴 해저드를 지적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연구자로 제대로 훈련 받은 사람이, 약탈적 학술지와 권위 있는 학술지를 구분할 수 없다면 그건 단순히 모럴 해저드를 넘어 능력 부족으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그런 연구자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나아가 이런 엉터리 학술 행사에 국민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연구재단과 유관기관은 더 근본적인 대책과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학문의 상업화와 오픈액세스 역설
나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게재를 안한다고 해서, 학계가 건강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엉터리 혹은 약탈적 predatory 학술지를 둘러싼 문제가, 지난 수십년간 학계에서 벌어진 급격한 '학문의 상업화 academic capitalism'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문의 상업화 현상은 대학이 가장 많은 북미를 중심으로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벌어지던 현상이다4. 대학이 영리를 추구하게 되면서, 대학이 다루는 학문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돈이 되는 학문을 우선 지원하고, 학자들에게 더 높은 영향력 지수의 논문을 내고, 연구비를 타오라고 종용하게 된 대학의 문화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대학이 급격히 늘어나고, 박사학위자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학술시장에서, 엘스비어, 스프링어, 네이처출판그룹 등의 거대 독점 학술지 기업들은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보다 더 높은 마진율을 보이며 고공 성장했다. 내가 이미 다른 곳에서 말했듯이, 대학, 정부, 학술지 기업이라는 삼각동맹이 학문 생태계를 기업 간의 경쟁이 일어나는 학술시장으로 변화시켰다5.

거대 학술지 기업의 횡포에 저항해서 과학의 공공도서관 PLoS 등이 만들어지고, 오픈액세스 운동, 즉 시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연구를 시민 모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운동이 21세기를 수놓았다. 오픈액세스 운동에 유럽와 미국정부 등이 동참하면서, 이 운동은 학술지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거대학술지들조차 앞다투어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내놓으며, 이제 학술지 시장은 바야흐로 오픈액세스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액세스 운동은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 즉, 논문 구독료에서 오픈액세스는 성공을 거두었는지 모르지만6, 논문 게재료에서 오픈액세스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 위해 게재료라는 걸 내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원고를 제공하면 저자가 돈을 받는데 비해, 학술지는 게재료를 받아야만 논문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런 게재료 문화는 오픈액세스 학술지에서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7. 거대학술지들이 구독료를 포기하고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만드는 이유도, 여전히 게재료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액세스 운동은 단지 게재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약탈적 학술지를 운영하는 사기꾼들에게 학술지 시장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현재 약탈적 학술지로 알려진 모든 기업은 오픈액세스를 표방한다. 게다가 논문 심사과정이 폐쇄적으로 진행되어온 학계의 관행으로 인해, 해당 학술지는 논문 심사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해적 학술지는 게재료를 받고 별다른 심사 없이 신속하게 논문을 게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구비를 관리하는 연구재단 등은 이런 학술지를 구분할 책임이 없거나, 능력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연구자와 사기꾼의 동업에 맥을 못 추고 당해온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약탈적 학술지의 바이러스 같은 전파 속도에, 이제 오픈액세스라는, 적어도 넓은 의미로 올바른 방향이었던 운동이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몇몇 거대 학술지들은 사설을 통해 과연 오픈액세스 운동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표한다. 이런 거대 학술지들은 연구자들에게 사주해 가짜 논문을 투고하는 방식으로 오픈액세스 운동의 허술함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난 20여년 겨우겨우 학술 생태계를 진보 시켜온 사람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나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온코타겟 Oncotarget을 아는가?
문제가 여기서 끝난다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약탈적 학술지와 정상적 학술지를 구분하는 명확한 잣대라는 것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학술지검색색인에서 제외된 온코타켓 Oncotarget의 경우, 처음에는 분명히 정상적인 학술지로 출발을 했지만, 학술지가 어느정도 인정받고 영향력지수가 올라가자, 곧 정체를 드러내고 영리를 위해 논문 숫자를 대폭 늘이고 게재료를 올려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적의 물 박사로 알려진 김현원 연세대 교수를 조사하다 알게 된 응용미약에너지학회의 경우8, 분명히 정상적인 학회로 1996년 출발했지만, 현재는 사이비 과학자들의 놀이터로 변질되어 버렸다9.

이런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학문의 상업화는 학자들의 화폐가 되어버린 학술지 시장을 왜곡하고, 이상한 정량적 지표와 영향력 지수 등을 도입해 학문에 값을 매기게 된다. 학술지 업체들은 그런 학자들의 경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목표는 오간데 없이, 누가 임팩트 팩터 얼마에 논문을 냈는지, 누가 네이처에 몇 편의 논문을 냈는지나 따지는 학자들의 무지하고 처연하며 천박한 학문 자본주의가 학계에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것이다. 즉, 거대 학술지가 비틀어버린 학문 생태계에, 약탈적 학술지는 마치 황소개구리처럼 잠식해 들어왔을 뿐이다. 황소개구리를 없앤다고 해서, 이미 생태적 건강함을 잃은 환경이 제자리를 찾지 않는다. 환경은 끊임 없이 후손을 위해 관리해야 할 뿐이다.

천박한 학술시장에서, 그래도 학문에 정진해야 하는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가 전공하는 학문, 그가 연구한 논문이 그런 썩은 시스템을 바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학문 생태계는 이미 오염되었고, 자정작용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고 있다. 도서관이 전자저널 구독료 때문에 대부분의 예산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몇 십년이 넘었고, 한국에서는 논문 한 편 제대로 읽기 어려운 상태가 수십년째 지속되고 있어도, 학계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학계가 이런 엉터리 학술대회 참가에 발을 담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순진하다.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나 많은 학자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학문의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학술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가? 분명한 건, 현재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서는 정답을 듣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주석
1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3071590730838
2 https://www.bioin.or.kr/InnoDS/data/upload/system/2ac7b3579a714ad2b2d43be2c0fea04c.pdf
3 https://beallslist.weebly.com/
4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914
5 http://www.hani.co.kr/arti/PRINT/854519.html
6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874533.html
7 http://hellodd.com/?md=news&mt=view&pid=55406
8 http://soase.org/
9 예를 들어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 예방 가이드'에서 제공되는 약탈적 학술지 특징을 읽고, 엘스비어 같은 거대 학술지의 행태와 비교해보기 바란다. 나는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1. 비록 그런 척을 하지만 신뢰할 만한 학자, 학계 또는 기술 단체나 협회에서 운영되지 않고 연관성이 없다.2. (그들은) 공공 기금이나 연구비를 받지 않는다.3. 스팸메일을 보낸다.4. 학술지의 높은 질을 자랑한다.(학술지 매트릭스와 어디에 색인되어 있는지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5. 다양한 학문 분야에 수많은 여러 학술지를 편집하는 편집장이 있다. 6. 학술지가 색인되어 있는 곳(예: PUBMED)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한다.7. 빠른 게재를 보장한다.8. 쉬운 동료심사 및 절차를 보장한다.9. 존경받는 정당한 학술지의 제목과 유사한 제목을 쓴다.10. 제목에 ‘International’, ‘World’, ‘Global’, 또는 ‘Universal’이라는 단어를 포함한다.11. 다른 지역에서 게시되었으면서도 주요 도시(예: 런던 또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12. 누가 이 학술지를 운영하는지 찾기 어렵다.

 

김우재

 김우재 – 급진적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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