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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팩트체크: 톡소포자충(T. gondii)이 정말로 사람을 미치게 할까?
의학약학 양병찬 (2019-02-18 09:28)

톡소포자충의 생활주기
톡소포자충의 생활주기 / @ ResearchGate

"조심하라! 고양이가 문자 그대로 당신을 미치게 할 수 있다."(참고 1) "아니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정신병을 초래하지 않는다."(참고 2) 이 두 가지 헤드라인 뉴스는 상반되는 것만큼이나 엽기적인데, 둘 다 우리의 친구 고양이가 옮기는 뇌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에 관한 이야기다. T. goodii는 세 명 중 한 명의 사람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T. gondii가 정신병(조현병 포함)의 발병에 기여한다는 가설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100건 이상의 연구가 상관관계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참고 3), T. gondii가 실제로 정신병을 초래한다는 증거를 제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진실은 뭘까?
영국의 사이언스 라이터 캐서린 카버가 최근 출간된 『면역의 과학: 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데이어(참고 4), 지난주 《Science》에도 그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1. 인간은 어떻게 T. gondii에 감염될까?

T. gondii는 세균도 바이러스도 아니지만, 말라리아병원충과 먼 친척뻘로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는 단세포 미생물이다. 고양이는 감염된 설치류, 새 등의 동물을 먹음으로써 T. gondii에 감염되어 톡소포자중증(toxoplasmosis)에 걸린다. 미국의 고양이들은 약 40%가 T. gondii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T. gondii가 간이나 신경계로 퍼질 경우 황달이나 실명으로 발전할 수 있고 성격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감염 직후 몇 주 동안 매일 수백만 개의 난포낭(oocyst: 알이 들어있는 딱딱한 꼬투리)를 애완동물용 변기에 배출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나 고양이 똥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톡소포자충증에 걸릴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가 토양이나 물에 배출한 난포낭을 통해 감염된다. (토양이나 물속의 난포낭은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약 11%의 사람들이 T. gondii에 감염되어 있지만, 날고기를 먹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지역의 사람들은 유병률이 훨씬 더 높다. 예컨대, 유럽과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감염률이 90%를 초과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톡소포자충증은 종종 인플루엔자 유사증상을 초래하거나 아무런 증상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계가 약화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간혹 위험하거나 심지어 치명적일 수 있다.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할 수 있지만, 약물이 기생충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T. gondii가 공포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뇌영역에 물혹(cyst)을 형성함으로써 뇌기능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물혹은 (보상과 위험부담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수준을 상승시킴으로써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 gondii가 뇌의 배선을 영구적으로 다시 깖으로써, 기생충이 사라진 지 한참 후에도 고양이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증거도 제시된 바 있다(참고 5).

2. 과학자들이 '톡소포자충증이 정신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증거는 설치류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설치류는 T. gondii에 감염될 때 이상행동(bizarre behavior)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고양이 오줌 냄새에 대한 겁을 상실하고, 어떤 경우에는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의 턱 속으로 기어 들어가기 때문이다.

T. gondii는 인간의 뉴런에도 물혹을 형성할 수 있다. HIV나 기타 면역약화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물혹이 증식하고 복제됨으로써 치명적인 뇌염, 치매, 정신병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건강한 사람의 경우 물혹은 양성이다"라고 가정해 왔지만, "T. gondii 감염이 성격을 변화시키고 조현병이나 기타 정신질환의 발병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시사 하는 증거가 차츰 누적되고 있다. 심지어 직접적으로 뇌를 감염시키지 않는 경우에도, T. gondii에 만성적으로 감염될 경우 염증이 증가할 수 있는데, 염증은 조현병, 자폐증,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정신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그런 일이 인간에게 일어난다는 증거는 얼마나 강력할까?

"이 부분은 좀 까다롭다. '톡소포자충증이 정신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매우 높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다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듀크 대학교의 카렌 서그든(유전학)은 말했다.

2016년 서그든은 "T. gondii에 감염된 200여 명의 뉴질랜드인들은 조현병이나 기타 정신병의 유병률이 유의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참고 6).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연구가 T. gondii와 정신병 간의 관계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조현병은 10대 후반이나 20대까지 발병하지 않는 게 상례다.

"톡소포자충증이 조현병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알고 싶으면, (정신병에 걸리기 전인) 유아기나 10대에 T. gondii에 노출되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나 내 연구에서는 38세 때 감염 여부를 검사했기 때문에, 기생충감염과 조현병의 선후관계를 알 수 없었다. 내 연구를 포함하여, 많은 상관관계 연구들은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또한 서그든의 연구는 -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 참가자의 수가 적었다. 조현병은 희귀한 질병으로, 전형적으로 약 1%의 유병률을 보인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으려면, 수만 명 내지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하며, 주기적으로 T. gondii와 정신병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4. 'T. gondii 감염'과 '정신병 발병'의 타이밍을 비교한 연구는 없었나?

있다. 지난달에 8만 명의 덴마크 헌혈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되었다(참고 7). (그러나 그런 대규모 연구에서도,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151명에 불과했다.) 그 연구에 따르면, T. gondii에 노출된 사람은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비율이 47% 높았다고 한다. 타이밍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 T. gondii에 노출된 후 처음으로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28명)으로 범위를 좁혀봤더니, 그런 사람들은 조현병 진단 비율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5배라는 수치는 다른 대규모 상관관계 연구들과 대체로 부합한다. 그 연구들은 톡소포자충증 환자의 조현병 유병률이 약 2.5배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라고 덴마크인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로버트 욜켄(바이러스학)은 말했다. "그러나 조현병 진단비율이 전반적으로 매우 낮다 보니, T. gondii 감염으로 인한 조현병 진단 증가는 미미하다."라고 욜켄은 말했다.

욜켄과 다른 연구자들은 "T. gondii가 단독으로 정신병을 초래하지 않으며, 조현병의 감수성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와 상호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T. gondii는 「조현병 위험을 '작지만 주목할 만하게' 증가시키는 환경요인 목록」에 추가되었다"라고 욜켄은 말했다.

5. 그렇다면 T. gondii의 실질적 위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모두(冒頭)에서 말한 바와 같이, T. gondii에 잠복 감염된 사람은 세 명 중 한 명이다. 설사 당신이 운 나쁘게 거기에 속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그 직접적인 결과로 조현병에 걸릴 위험은 매우 낮다.

T. gondii의 위험이 도대체 어느 정도냐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당신이 대단찮게 여기는 조현병 위험요인(risk factor, 예: 도시거주)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톡소포자충증을 피하라는 충고는 이미 오랫동안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라고 서그든은 말했다. 그런 충고 중에는 '고양이를 (감염된 동물을 사냥할 수 없는) 실내에서 길러라', '고양이 똥을 매일 치워라', '음식을 충분히 익혀라'가 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 권고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참고 8).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욜켄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지나치게 기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고양이용 톡소포자충증 백신을 개발하거나, 고양이와 사람의 톡소포자충증 치료법을 향상시키는 데 신경 쓰는 게 더 현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T. gondii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기생충의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게 된 후에 판가름 날 것이다. 특히 T. gondii 감염률이 매우 높은 곳의 경우, 톡소포자충증의 예방 및 치료가 시급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재 톡소포자충증의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노력하면 더욱 낮출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techtimes.com/articles/58616/20150608/cats-can-literally-make-you-crazy-what-to-know-about-the-cat-parasite-toxoplasma-gondii.htm
2. https://www.nbcnews.com/health/health-news/cats-don-t-cause-mental-illness-study-finds-n723866
3. http://www.stanleyresearch.org/patient-and-provider-resources/toxoplasmosis-schizophrenia-research/
4.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20777441
5. http://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phenomena/2013/04/26/mind-bending-parasite-permanently-quells-cat-fear-in-mice/
6.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48435
7.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89159118306998?via%3Dihubhttp://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89159118306998
8. https://www.cdc.gov/parasites/toxoplasmosis/prevent.html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2/reality-check-can-cat-poop-cause-mental-il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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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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