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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지방산이 핵심 연료
Bio통신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이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연구진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림프절 : 각종 림프구와 백혈구가 포함되어 있는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동그란 형태의 조직
** 대사: 생물체가 생명 유지를 위해 진행하는 합성, 분해, 조절 등 일련의 모든 과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는 이번 연구 성과가 사이언스(Science, IF 41.058) 誌 온라인 판에 2월 8일 새벽 4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폐나 간 등 장기로의 전이에 집중하던 기존의 암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하여, 향후 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의문으로 암세포가 어떻게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림프절에서 생존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연구진은 RNA 분석과 동물실험을 통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는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어 전이가 진행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는 암세포에서 YAP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발견하여, YAP 전사인자가 암세포의 지방산 산화를 조절하는 인자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암세포 내 YAP 전사인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암의 림프절 전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관찰했다.
* YAP 전사인자 : 조직 항상성, 장기 크기와 재생 그리고 종양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진 전사인자
고규영 단장과 논문의 제1저자인 이충근 박사(종양내과 전문의)은 “이번 연구는 암 전이의 첫 관문인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대사를 변화시켜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현상과 그 기전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밝혔다.
□ 논문명, 저자정보
- 논문명 : Tumor metastasis to lymph node requires YAP-dependent metabolic adaptation
- 저 자 : 이충근 (제 1저자, KAIST), 정승환(IBS, KAIST), 장철순(Princeton Univ.), 배호성(IBS, KAIST), 김유형(IBS, KAIST), 박인태(IBS), 김상겸(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고규영(교신저자, IBS, KAIST)
□ 논문의 주요 내용
1. 연구의 필요성
○ 림프관을 통해 주변의 림프절로 암세포가 옮겨가는 림프절로의 암 전이 여부는 암 환자의 예후 결정에 중요한 인자일 뿐만 아니라 이후 치료 방향 설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암의 림프절 전이 기전은 상당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면역세포가 많은 림프절 내에 도달한 암세포가 그 내부에서 어떻게 자랄 수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2. 연구 내용
○ 먼저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을 중심으로 종양이 최초로 시작되는 원발 종양(primary tumor)과 림프절 전이 종양을 단계별로 살펴보는 연구를 설계했다. 전사체 분석을 통해 종양세포가 림프절 전이를 위해 지방산 산화(fatty acid oxidation)로의 대사 변화에 의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 이 과정에서 전사인자인 YAP이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에서 선택적으로 활성화되어 지방산 산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밝혔다.
○ 또한 연구진은 대사체 분석을 통해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에 담즙산이 축적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담즙산이 암세포 핵 속 비타민 D 수용체(VDR)를 통해 YAP 신호를 유발함을 규명했다.
○ 연구진은 흑색종 환자의 전이 림프절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림프절에 전이된 흑색종에 YAP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3. 연구 성과
○ 이번 연구는 기존에 폐나 간 등 장기로의 전이를 주제로 삼던 연구들과 달리 림프절 전이의 기전에만 집중해 암세포의 미세환경 적응 전략을 규명했다. 암세포가 림프절에 도달하면 지방산을 연료로 활용하게끔 대사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는데 성공했다.
○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에는 담즙산이 축적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추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 담즙산이 신호물질로 작용해 전사인자 YAP을 활성화시켜 지방산 산화를 유도함을 확인했다.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한 것이다.
○ 이번 연구를 통해 지방산 산화 또는 전사인자 YAP 발현을 억제하면 림프절 전이가 억제됨을 밝혔다. 림프절 전이 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표적형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이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항암 치료제 개발 등 후속연구가 이뤄진다면 암환자의 예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연구 이야기 ★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암환자는 폐나 간 등으로의 전이로 인해 사망에 이른다. 암 전이에 관한 근본적인 치료법과 기전 연구를 고민하던 중 암 전이 기전에 대한 연구가 원격 장기에 집중되어 있고 림프절 전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는 데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초반 면역기관인 림프절 내 면역세포들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해 분석하고 실험을 수행했으나 지방산 대사(metabolism)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됨을 예상치 못하게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혈관 연구단은 혈관 및 림프관과 관련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어 연구실 내 있던 다양한 종양 동물실험 모델들 중 림프절 전이 모델을 추가로 구성해 연구를 전개했다. 연구 대상은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있어 림프절의 전이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되는 두 암인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을 선정했다.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들을 대상으로 지방산 산화를 약물로 억제하자 림프절 전이만 특이적으로 막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사체분석(metabolomics)이나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지방산 산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 등 연구단이 보유하지 않은 장비가 필요한 실험들도 있었다. 도움을 준 모든 연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이번 연구의 핵심 분야인 대사(metabolism)에 대한 연구 경험이 본 연구단에 부족하여 연구 초반에는 깊은 연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KAIST 내외의 다양한 연구실의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동료 연구자들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특히 3저자로 참여한 프린스턴대학의 장철순 박사가 큰 도움을 주었다. 주변의 많은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이 있어 처음 수행해 보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임에도 빠른 시간 내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번 연구로 동료 연구자들과의 협력과 토론이 어려운 문제를 손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에도 암세포가 특정 환경에서 대사가 변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주로 암세포는 포도당 대사에 의지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번 연구는 원발 종양 상태에서는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림프절 전이 과정에서는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게끔 변화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그동안 밝혀져 있지 않던 림프절 전이의 기전 연구에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의 변화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이자 이를 표적으로 치료에 적용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담즙산이 신호 물질로 작용하여 세포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매우 흥미로워 암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에서도 연구해 볼 계획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주로 실험동물에서 이루어졌기에 실제 암환자에 있어서도 림프절 전이에 지방산 산화 및 담즙산이 중요한지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밝혀내고 싶다. 가능하다면 이를 표적으로 삼아 암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는 등 암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림 1]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과정 모식도
암세포는 암이 처음 시작된 원발 종양(primary tumor)에서 혈관 또는 림프관을 통해 전이를 시작한다. 그 중 림프관으로 나온 암세포는 첫 번째 만나는 림프절(종양배수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나기 시작한다. 림프절은 지방이 많은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연구진은 담즙산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 핵의 비타민D 수용체(VDR)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그 결과 전사인자 YAP이 활성화되어 지방산 산화를 증가시키고 림프절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성공적인 림프절로의 전이를 위해 지방산을 연료로 삼는 것이다.
[그림 2] 림프절 전이의 단계 및 지방산 산화 억제제에 의한 림프절 전이 억제 효과
그림 A는 일반 림프절에서 흑생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형광현미경 사진이다. 연구진은 미세전이 림프절과 거대전이 림프절에서 각각 암세포를 분리해 처음 종양이 시작된 원발종양 암세포와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가 전이된 림프절에서 더욱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방산 산화 억제제(Etomoxir)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이미지 속 검은 부분이 암세포(흑색종))가 획기적으로 감소함을 확인했다(그림B).
[그림 3]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에 있어서의 전사인자 YAP의 역할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A)과 유방암(그림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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