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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협주곡 2-27] 가짜뉴스, 가짜과학
Bio통신원(한빈)
최근 가짜뉴스가 논란이 됨에 따라 가짜뉴스가 가져오는 결과, 가짜뉴스가 전파되는 이유, 대응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짜과학이 가져오는 결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배고픈 유전자 가설'(Thrifty Gene Hypothesis)는 현대인에게서 비만과 당뇨병이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것은 과거 생활습관의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는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에 고열량 식품에 대한 선호가 진화적으로 유리했으며 이 유산이 지금까지 내려와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1962년 James V. Neel에 의해 최초로 제기된 후 진화심리학, 고인류학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99년에 캐나다에서 온타리오 주의 인디언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는 배고픈 유전자 가설을 실증하는 최초의 연구 중 하나였다[1]. 이 연구는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머지 않아 캐나다의 공중보건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2].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설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설을 최초로 제시했던 Neel 본인 역시 90년대에 자신의 가설을 기각하였으며 캐나다의 연구자들도 2010년에 이르러 자신들의 연구가 틀렸음을 인정했다[2]. 이 외에도 배고픈 유전자 가설이 틀렸다는 증거는 굉장히 많다.
2014년, 미국인간유전학회지(AJHG)에서는 2형 당뇨병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 좌위들의 자연선택을 측정했다. 복수의 방법론(Site frequency spectrum, Wright's F-statistic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그 어떤 자연선택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5].
또, 2016년 Cell Metabolism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2형 당뇨병과 연관된 좌위들에서 자연선택이 거의 발견되지 않을뿐더러 발견되는 경우에도 당뇨위험을 낮추는 변이들이 선택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했다[6]. 이 외에도 아시안 인구에서 이뤄진 연구 역시 배고픈 유전자 가설을 부정하고 있다[7]. 종합하면, 우리 유전체 전체를 훑었을 때도 배고픈 유전자 가설이 주장하는 자연선택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캐나다 인디언들이 당뇨에 특별히 더 취약하며 이것이 유전적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주장은 2018년 현재에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인디언 건강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3,4].
잘 알려져 있다시피 캐나다 인디언들은 소수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과학은 소외계층을 위해 배당된 예산이 잘못 사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적 약자들이 예산의 오남용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비판적 설명이 수반되지 않을 때 이러한 주장들이 인종주의적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8].
재미있는 점은 '배고픈 유전자 가설'은 한국에서도 마치 사실인 것 마냥 얘기된다는 사실이다. 올해 1월에 출판된 유명 진화심리학자의 책은 챕터 전체를 '배고픈 유전자 가설'에 할애하고 있으며 현재 주간 판매량 TOP10 에 올라가 있다[9].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다수의 교양수업에서도 이러한 사실들이 어떠한 비판적 평가 없이 전달되는 중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흥미로운 과학적 주장은 쉽게 전파되고, 인기를 얻으며 때때로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따라서 과학적 주장은 그 어느 주장보다 더 비판적이고 꼼꼼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중적으로 과학적 주장을 평가함에 있어 엄격함 보다는 재미와 흥미가 더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업 과학자가 이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야말로 가짜과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https://www.ncbi.nlm.nih.gov/pubmed/10084598
2.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116094
3. https://www.canada.ca/en/public-health/services/chronic-diseases/reports-publications/diabetes/diabetes-canada-facts-figures-a-public-health-perspective.html
4. http://www.unlockfood.ca/en/Articles/Aboriginal-Health/Preventing-diabetes-in-Aboriginal-People.aspx#.U7rdjI1dVAs
5.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02929713005806?via%3Dihub
6.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16)30430-2?fbclid=IwAR3XnYNOUdhi6qcEFu0f5apwPapBNI0POEsEUldhSYSCvZ1RbkMV005WhWA
7.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723682/
8.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277953605006702?via%3Dihub
9.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60801880&orderClick=LAG&Kc=
한빈 – 수학과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학부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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