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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협주곡 2-10] 어떤 과학대중화
오피니언 한빈 (2018-08-27)
성별 간의 차이가 진화적 기원을 갖는다는 주장이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David Buss가 1989년에 출판한 “Sex differences in human mate preferences”가 자주 인용된다. 해당 연구는 37개의 문화권을 조사했을 때 성별에 따른 성적 취향의 차이가 동일한 방향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1]. 이 연구는 구글 스콜라를 기준으로 약 4,500회 인용되었으며 2018년 현재까지 꾸준히 인용되는 연구다. 예를 들어, 해당 연구의 저자인 Buss는 “Evolved Gender differences in jealousy prove robust and replicable” 에서 1989년의 연구를 선행연구로 인용하고 있다[2].

Buss의 1989년 연구는 한국어로 된 문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대익, 전중환 등의 과학저술가들이 집필한 과학대중서들은 이 연구를 아주 즐겨 인용한다. 2017년에 출판된 “다윈의 정원”은 “포르노그래피의 자연사”라는 책을 인용하고 있고, “포르노그래피의 자연사”는 다시 Buss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3,4].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해당 연구가 대단히 널리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는 대체 어느 정도로 유효한 연구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스의 1989년도 연구는 아주 부실하고 허술한 연구 디자인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아주 높은 1종 오류의 확률을 갖고 있다. 보편적인 기준을 채택해 37개 문화권에서 각각 5%의 1종 오류를 허용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85%의 1종 오류 확률을 갖는다. 두 번째, 두 성별을 비교할 때 교란요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태로 가설검정을 시행한다. 단순하게 t-검정을 시행할 수 있는 상황은 실험이나 임상연구에 국한된다. 무작위 배정이 불가능한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의 경우에는 회귀분석같이 교란요인을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Mendelian Randomization은 예외적인 경우). 이러한 심각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Buss 본인을 포함한 여러 연구자와 과학저술가들은 지금까지도 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인용하고 있으며 한국인 저술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과학대중화의 심각한 결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과학 대중서들은 그것이 참고하는 연구의 완성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그 연구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관심이 있다. 성별 간의 차이에 진화적 원인이 있다는 결론은 과학에 관심이 없는 대중이 보기에도 몹시 흥미롭다. 그리고 과학 대중서들은 그런 ‘팔릴만한’ 주장을 소개하여 판매부수를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연구 설계가 아무리 허술하더라도 그저 흥미롭기만 하면 과학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부분에 있어 과학에 위배된다.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칠 때는 항상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답만 맞추는 것보다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과학대중화라고 불러왔던 활동은 가장 비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과정에 해당하는 연구 방법론이나 디자인은 무시하고 결론에만 집중해왔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과학 대중화가 불가능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엄밀함과 엄격함만을 강조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 있고 사실적인 내용을 전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항상 난이도가 증가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통속적인 내용에 호소하지 않더라도 과학에는 흥미로운 주제와 일화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많은 대안이 있다. 과학자 개인의 삶,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논쟁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과학과 사회주의>는 1900년대 초반,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운동에 투신했던 유명한 과학자들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5]. 또, 유전학 저널 <GENETICS>는 세상을 떠난 훌륭한 과학자들의 삶을 과학자가 아닌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6].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은 대개 그 과학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또 다른 과학자들이다. 예를 들어, 94년에 작고한 M. Kimura의 회고는 그의 지도교수였던 J. F. Crow가 작성했다. 거장들의 삶을 다룬 이 글들을 읽으면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다뤄졌던 쟁점과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이를테면, 피셔(R. A. Fisher)와 라이트(Sewall Wright)라는 두 집단유전학의 거장이 진화에서 자연선택과 유전적 부동의 중요성을 두고 벌였던 치열한 논쟁이 있겠다.

과학 대중화는 단지 흥미롭고 재밌는 것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과학이 어떤 활동이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흥미롭고 재밌는 것으로 규정된 것에만 집착한다면 그것은 과학 대중화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오락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또, 불과 얼마 전까지 대부분의 과학을 교양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던 학부생으로서 대중과학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낀다.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처음으로 진화생물학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 책이 대단히 편향되었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은 실망감을 느꼈다. 내가 지금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많은 선배 과학자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이기적 유전자>가 설파한 그릇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는 알고 기무라 무토는 모르는 과학대중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명하다고 정확한 것이 아니다. 과학의 다양하고 깊은 면모를 보여줄 방법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 Buss, D. M. (1989). Sex differences in human mate preferences: Evolutionary hypotheses tested in 37 culture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12(01), 1. doi:10.1017/s0140525x00023992
2. Buss, D. M. (2018). Sexual and Emotional Infidelity: Evolved Gender Differences in Jealousy Prove Robust and Replicabl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13(2), 155-160. doi:10.1177/1745691617698225
3. <다윈의 정원>, 장대익, 바다출판사
4. <포르노그래피의 자연사: 진화, 신경학적 접근>, 비평과 이론 제 17권 1호(2012a), 261~284쪽.
5. <과학과 사회주의>, 게리 워스키 저, 송진웅 역, 한국문화사
6. Perspectives. (n.d.). Retrieved from http://www.genetics.org/category/perspec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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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빈 – 수학과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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