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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에볼라의 수수께끼
의학약학 양병찬 (2014-11-03 10:03)

과학자들은 에볼라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에볼라의 수수께끼 중에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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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바이러스의 생활주기와 감염경로

(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Ebola_virus_disease)

 
최근 서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에볼라 창궐'의 이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세상 사람들은, "그 흉측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왔을까?"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교에 재직 중인 레슬리 로벨 교수(바이러스학)의 생각은 좀 다르다.

2012년, 로벨이 이끄는 연구진은 에볼라 및 관련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 우간다에 6개월 동안 머무른 적이 있다. 연구진이 우간다에 머무르는 동안,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최소한 4번의 에볼라 사태가 발생하여 1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로벨의 눈에는, 4건의 에볼라 발병사태가 그리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건 마치 '대지진에 선행하는 자잘한 진동(small tremors)'쯤으로 보였다. "당시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다가오고 있다. 뭔가 큰 일이 터질 것 같다'고 말이다"라고 로벨은 술회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로벨뿐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언젠가 큰일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고, 최근 약 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창궐이 그들의 예측이 옳았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에볼라바이러스(ebolaviruses)라고 통칭하는 바이러스군(群)에는 총 5종(種)의 친척뻘 바이러스들이 포함되는데, 이번 창궐사태의 주범인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Zaire ebolavirus)만을 특별히 떼내어 에볼라 바이러스(the Ebola virus)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마르부르그 바이러스(Marburg virus), 로비우 바이러스(Lloviu virus)와 함께 필로바이러스과(filoviruses)에 속하는데,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필로바이러스는 듣도 보도 못하던 과(科)였다. 모든 필로바이러스는 공통구조를 공유하며, 대부분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출혈열(haemorrhagic fevers)을 일으킨다.

한때 ‘듣보잡’에 불과했던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01년, 탄저병이 미국을 급습했을 때였다. 탄저병에 기겁한 미국인들은 ‘바이오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데 돈을 쏟아 부었고, 그러한 병원균들을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는 전문 연구소도 설립했다. 과학자들은 치명적 바이러스들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실험용 백신과 치료법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바이오테러에 대비한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자금은 어마어마했다”라고 텍사스 의과대학 갈베스톤 분교의 토머스 가이스버트 교수(미생물학)는 회고했다. 가이스버트 교수는 지난 26년간 에볼라바이러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필로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은 크게 진보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도 많다. 과학자들은 전세계에서 좀 더 많은 필로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필로바이러스의 자연숙주(natural host)로 작용하는 동물이 무엇이고, 필로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빈번히(지난 21년간 19번, 올해 들어서만 3번씩이나) 대규모 전염병을 초래하는 이유가 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의문에 답변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전염병 발병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실험실에서 필로바이러스를 연구하려면 고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 몇 개월 동안, 과학자들은 ‘에볼라 창궐 종식’의 최전선에서 밀려나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에볼라 창궐이 가속화되자 과학자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학계와 의료계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생리와 억제방법을 알아야만 에볼라 창궐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에볼라와 관련된 바이러스학 지식, 임상 소견, 역학 등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미네소타 대학교 산하 감염질환연구 및 정책센터(Center for Infectious Disease Research and Policy)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공중보건학)는 말했다. “현 상황에서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상(以上)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Nature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와 기타 필로바이러스에 대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문사항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러한 의문사항들을 해결해야만, 현재의 에볼라 창궐을 종식시킴을 물론 미래의 또 다른 재앙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문사항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필로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2007년 7월, 납과 금을 찾을 요량으로 우간다의 동굴을 샅샅이 뒤지던 한 광산업자가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우간다 당국은 즉시 해당 동굴을 폐쇄하고, 미 질병통제․예방본부(CDC)의 연구진이 현장에 들이닥쳤다. CDC의 연구진은 수십 년 묵은 의문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의문이란 ‘필로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이 의문은 1967년에 처음 제기되었는데, 당시 아프리카산(産) 원숭이를 다루던 유럽의 연구자들이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최초로 발견된 필로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필로바이러스가 원숭이와 인간을 비롯한 유인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감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은, ‘필로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다른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숙주가 그렇게 많이 죽는다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고 다 소멸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박쥐를 필로바이러스의 ‘천연 저장소’로 지목해 왔지만, 물증을 확보하려면 실제로 ‘필로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를 찾아내야만 했다.

연구진은 문제의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 1,300마리를 포획하여, 마르부르그 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실시했다(참고 1). 검사 결과, 아니나 다를까 연구진은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다섯 마리의 이집트 과일박쥐에서 감염성 마르부르그 바이러스를 검출한 것이다. 연구진은 인근의 동굴에서도 더 많은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들을 찾아냈는데, 이 동굴은 종전에 마르부르그 바이러스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됐지만 물증이 없던 곳이었다.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의 예상 감염경로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박쥐의 체액에 접촉하는 것’이지만,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방법은 명확하지 않다. 실험실에서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의 입안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므로, “야생 과일박쥐가 깨문 과일을 다른 동물이 먹을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참고 2). 하지만 마르부르그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필로바이러스의 숙주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필로바이러스의 자연저장소를 알아내야만, 필로바이러스 감염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고 미 육군 감염증연구소의 존 다이 박사(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박쥐가 자연숙주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왜냐하면 1976년 최초의 에볼라 창궐사태가 발생했을 때, 처음 감염된 6명의 수단 근로자들이 일했던 작업실이 박쥐의 소굴이었기 때문이다(참고 3).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박쥐로부터 에볼라바이러스 항체를 분리하고, 바이러스의 유전물질 조각도 찾아냈다. 그러나 박쥐가 에볼라바이러스의 저장소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금껏 아무도 야생박쥐에서 감염성 에볼라바이러스를 분리해 내지 못했으며, 가물에 콩 나듯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에볼라를 근원까지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여러 차례 유행병을 일으켰지만, 관련된 인간이나 동물이 박쥐와 접촉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는 극소수다. “우리는 열대 숲속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라고 CDC의 조너선 타우너 박사(분자바이러스학)는 말했다. 타우너 박사는 마르부르그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 우간다에서 박쥐를 포획하고 있다.

현재 서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에볼라는 2013년 12월 기니 남동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두 살배기 사내아이가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사망했는데, 그 질병이 가족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신속히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에볼라 창궐에 대한 대응은 ‘진원지를 찾는 것’보다는 ‘전파를 막는 것’에 집중되어 왔다. “에볼라로 인간 공중보건의 위기는 전례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 안타깝게도 - 현시점에서 생태조사(ecology investigation)를 벌일 겨를이 없다”고 타우너 박사는 토로했다.

2. 필로바이러스는 얼마나 널리 퍼져 있을까?

필로바이러스는 박쥐와 영장류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필리핀 보건당국은 돼지에게 발생한 괴질(怪疾)을 조사해 달라고 미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필리핀에 도착해 조사해 보니, 돼지는 레스톤 에볼라바이러스(Reston ebolavirus)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바이러스는 1989년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된 원숭이에게서 처음으로 발견된 종(種)이었다(참고 4). 돼지에게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에볼라바이러스가 가축을 감염시킨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곧 희귀한 사례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중국에서도 레스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참고 5). 그러나 레스톤 에볼라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비교적 무해한 것으로 보였다. 필리핀의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레스톤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졌지만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과학자들은 “돼지가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Zaire ebolavirus)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참고 6). 이쯤 되면,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는 돼지가 필로바이러스의 혼합용기(mixing vessel)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돼지가 여러 가지 필로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면,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유전물질을 교환하여 새로운 버전의 바이러스가 탄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 “레스톤 에볼라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필로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에리카 올먼 새파이어 박사(구조생물학)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제야 겨우 상이한 필로바이러스의 종류와 지리적 분포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필로바이러스의 목록이 확대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였다. 다섯 번째 에볼라바이러스인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Bundibugyo ebolavirus)는 2007년 우간다에서 발견됐으며, 2011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로비유 바이러스는 박쥐의 시체에서 검출됐다.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세계 어디서든 발견될 수 있다”라고 호카이도 대학교의 아야토 타카다 교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에볼라바이러스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흔하다는 것은 ‘에볼라바이러스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또한 ‘에볼라바이러스는 동물과 인간의 종간장벽을 이미 여러 차례 뛰어넘었지만, 과학자들은 그중 극히 일부분만을 발견했을 뿐이다’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현재 과학자들은 “에볼라바이러스가 얼마나 자주 동물과 인간의 종간장벽을 뛰어넘는지”, “만일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 한 연구팀은 “가봉의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약 20%가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의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그들이 과거에 에볼라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질병을 앓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을 시사한다(참고 7).

하지만 로벨 교수에 의하면, 이상(以上)의 데이터들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한다. 에볼라 유사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에볼라바이러스에 관한 것으로 오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진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살아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른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로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보다 많은 필로바이러스 감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면역반응을 검사하고 있다.

이번 에볼라 창궐사태와 관련하여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의문은 ‘지금 서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가 얼마나 돌연변이를 일으켰는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에볼라가 신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유행하는 에볼라바이러스는 기존의 것들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암시한다. 즉, 대인감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돌연변이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2014년에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종전의 에볼라바이러스와 다르게 거동하는지’, 또는 ‘전염성이 더 강한지’를 분석해야 한다”라고 브로드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사(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안데르센 박사의 조심스런 분석에 의하면, ‘현재 유행중인 에볼라바이러스가 종전의 바이러스와 다르게 거동하거나 전염성이 더 강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한다. 비록 일부 연구자들이 ‘에볼라바이러스가 공기매개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돌연변이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극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전자분석 결과에 의하면,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는 약 10년 전 조상에게서 갈라져나온 후 수백 차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고 하지만(참고 8, http://www.nature.com/news/ebola-virus-mutating-rapidly-as-it-spreads-1.15777), “그러한 돌연변이 중에서 에볼라바이러스의 중요한 특징을 변화시킨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과학자는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3국을 유례없는 속도로 초토화시키고 있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주민들이 에볼라바이러스에 익숙하지 않았고, 에볼라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미숙했기 때문에, 에볼라가 도시 중심가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과학자들은 에볼라의 기원과 특징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에볼라바이러스 자체를 더욱 자세히 연구하고 있다.

3. 최악의 에볼라 사태를 초래한 것은 인간이 아닐까?

지난 9월, 한 무리의 역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모든 에볼라바이러스가 발호했던 곳의 지도를 작성했으며, 바이러스의 숙주로 의심되는 3종의 박쥐 서식처와의 지리적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9). 그들은 또한, 아프리카인들의 인구분포와 이동성(예컨대 각국별로 도시와 시골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을 분석하여 지도상에 표시했다. 이들의 의도는 미래에 에볼라가 창궐할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2013년까지만 해도 한 건을 제외하면 모든 에볼라 창궐이 중앙아프리카에서 시작됐으며, 서아프리카에서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를 지휘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사이먼 헤이 교수(역학)에 의하면, 올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했다고 해서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 연구에는 서아프리카 3국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창궐 위험이 높다’고 예측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박쥐 서식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연구는 총 22개국을 에볼라 창궐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하고, 2,200만 명의 주민들이 위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첨부그림 설명】 ‘네 적을 알라’ 참조).

이 연구는 필로바이러스의 창궐 횟수․범위․크기가 점점 더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그 이유는 ‘필로바이러스 서식지가 몰려 있는 나라들의 인구가 -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 거의 3배로 증가했으며, 2005년 이후 항공기 운행횟수가 33%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인구가 늘어나고 여행이 빈번해짐에 따라 인간과 박쥐(바이러스의 자연숙주) 간의 접촉이 늘어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다른 지역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바이러스의 서식지를 침범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창궐은 최근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며, 과거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올해에는 에볼라가 아프리카의 인구밀집지역을 강타했지만, 종전에는 에볼라가 고립된 오지에서 일어나 제풀에 수그러들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헤이 교수는 말했다. 헤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며(참고 10), “다른 연구자들이 추가 환경요인(예: 기후, 지리적 요인)을 감안하여, 향후 에볼라가 창궐할 지역을 정확히 예측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4. 에볼라가 그렇게 치명적인 이유는 뭘까?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 중 하나다. 최근의 치사율은 60~70%에 달하지만, 종전의 치사율은 거의 90%였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이렇게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로 질환으로는 광견병, 천연두 등이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한 필로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인간의 면역계가 이들 바이러스에 등을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선천성 면역세포들(innate immune cells)이 자극을 받아 염증 및 기타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감염을 물리치게 된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선천성 면역세포들을 감염시켜 불구로 만듦으로써, 인체의 1차방어선을 무너뜨린다. 죽어가는 선천성 면역세포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을 대량으로 방출함으로써 후천성 면역세포들까지 줄줄이 소멸시키는데, 이것을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s)이라고 한다(http://news.sciencemag.org/health/2014/08/what-does-ebola-actually-do; 한글번역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49539).

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필로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다른 고병원성 바이러스들도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독 필로바이러스의 치사율이 그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필로바이러스가 광범위한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면역계뿐만 아니라 비장과 신장도 공격하는데, 이 장기들의 기능은 체액 및 화학물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혈액응고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에볼라 바이러스는 간, 폐, 신장의 기능을 중단시키고, 혈관을 망가뜨려 주변 조직으로 혈액을 유출시킨다.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치사율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만일 ‘생존자들의 면역계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물리친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면, 백신을 개발하여 일반인들의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의하면, 과거 에볼라 창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에볼라를 물리치는 항체를 생성했고, 사이토카인 폭풍을 회피했으며, 감염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면역세포를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존자들만 그렇게 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지 못한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문제는 ‘생존자들이 에볼라를 이겨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라고 로벨 교수는 말했다.

한편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하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서아프리카의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 현지에서 치료받은 환자들보다는 선진국에서 치료받은 사람들의 생존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선진국의 경우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로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의사들은 (장기부전과 체액손실로 인한) 혈액화학(blood chemistry)과 단백질의 불균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수액제 투여나 신장투석 등을 이용해) 이를 교정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아프리카 현지의 보건의료 인프라 부족이 에볼라의 치사율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헬스케어 수준이 상승하면 치사율은 감소할 수 있다”라고 다이 박사는 말했다.

오스터홀름 교수에 의하면, 에볼라가 발호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3국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치료’조차도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예컨대 정맥수액제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경구수액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그 이유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주삿바늘을 꽂는 과정에서 내가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료진은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반문해 봐야 한다. ‘어떤 방법이 최선의 치료방법이고, 특정 치료방법이 과연 임상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오스터홀름 교수는 말했다.

5. 에볼라 바이러스의 거침없는 행군을 막을 수 있을까?

과거에 일어난 수십 차례의 필로바이러스 창궐 사태를 해결한 방법은 똑같았다. 그 방법은 딱 두 가지, ①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하고, ②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추적하여 감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의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나이지리아와 세네갈로 에볼라가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전체를 놓고 볼 때, 공중보건 당국의 대응은 초동단계부터 불충분했고, 이는 바이러스가 신속히 확산되는 빌미가 되었다.

만일 - 일부 역학자들이 예측하는 바와 같이 - 2015년까지 에볼라 감염자가 수만 명(심지어 수십만 명)에 이르게 된다면(참고 11), 기존에 검증된 방법(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하고,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추적하여 감시하는 것)은 거의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수만~수십만 명의 환자들을 격리하고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의료진을 충원하여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이런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뭔가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1) 국제 구호기관과 비영리조직들은 이미 새로운 종류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시에라리온의 경우, 보건당국은 - 병원과 별도로 - 환자 수용시설을 건립하여, 환자를 가족과 지역사회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수용시설의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 비해 자격을 갖춘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환자 수용시설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왜냐하면 그것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자 수용소는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다’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의료시설이 만원이어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빈발하고, 이로 인해 에볼라의 전파가 가속화되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설립된 소규모 수용시설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 지역사회 전체를 질병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라고 헤이 교수는 반문했다.

(2) 또 하나의 새로운 접근방법은 실험약물 및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지맵(ZMapp)이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의 칵테일인데, 이 항체들은 마우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주입하여 얻어낸 것이다. 지맵은 최근 여러 명에게 투여된 바 있다. 지난 8월 과학자들은 “지맵이 18마리의 (에볼라로 죽어가는) 원숭이를 살려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지맵이 에볼라에 걸린 동물을 살릴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보고서다(참고 12). 현재 과학자들은 지맵을 비롯한 몇 가지 실험약물의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약물 및 백신의 효능이 입증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는 실험약물들은 모두 (가장 치명적인)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필로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새파이어 박사는 국제 컨소시엄 하나를 이끌고 있는데, 이 컨소시엄의 목표는 ‘상이한 필로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항체의 조합을 체계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언젠가 복수의 필로바이러스를 처치하는 범용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질병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투여하여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창궐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에볼라 치료제의 개발은 매우 시급하다. 현재 미 국립 알러지 감염질환연구소(NIAID), 영국의 웰컴트러스트, EU, 그리고 다양한 제약사들은 긴급자금을 조성하여 에볼라 치료제 및 백신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11월 3일 미 의학연구소(IOM)는 워싱턴 DC에서 회의를 갖고,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의 아젠다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 회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잡아, 향후 수년 동안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공중보건 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발등의 불을 끄는 것(에볼라 창궐에 당장 대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수수께끼 킬러 바이러스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아프리카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학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선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라고 새파이어 박사는 말했다.

【첨부그림 설명】 네 적(敵)을 알라

1. 위험 지역(Regions at risk)

다양한 위험인자들(과일박쥐의 서식지 포함)의 분포지도를 작성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에볼라 창궐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아프리카 지역들을 예측했는데,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① 서아프리카 3국(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이 장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서는 인간의 거주지와 박쥐의 서식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② 2013년까지, 한 건을 제외하고 모든 에볼라 사태가 중앙아프리카 5개 국(콩고 공화국, 남수단, 콩고 민주공화국, 우간다, 가봉)에서 발생했다.
③ 이 지도에 의하면, 22개국 총 2,2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에볼라 창궐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 범례: 오렌지색 - 고위험 지역/ 노란색 - 중위험 지역/ 회색 - 저위험 지역

2. 킬러 바이러스의 족보

필로바이러스과(科)에는 마르부르그 바이러스, 로비우 바이러스, 그리고 기타 5종(種)의 바이러스가 포함된다. 그중 일부 종(種)들은 과일파리에서부터 인간에게 옮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네 적(敵)을 알라


※ 참고문헌
1. Towner, J. S. et al. PLoS Pathog. 5, e1000536 (2009).
2. Amman, B. R. et al. J. Wildl. Dis. (in the press).
3. Arata, A. A. & Johnson, B. in Ebola Virus Haemorrhagic Fever (ed. Pattyn, S. R.) 191–202 (Elsevier/North Holland Biomedical Press, 1978).
4. Barrette, R. W. et al. Science 325, 204–206 (2009).
5. Pan, Y. et al. Arch. Virol. 159, 1129–1132 (2014).
6. Kobinger, G. P. et al. J. Infect. Dis. 204, 200–208 (2011).
7. Becquart, P. et al. PLoS ONE 5, e9126 (2010).
8. Gire, S. K. et al. Science 345, 1369–1372 (2014).
9. Pigott, D. M. et al. eLife http://dx.doi.org/10.7554/elife.04395 (2014).
10. Mylne, A. et al. Sci. Data 1, 140042 (2014).
11. Meltzer, M. I. et al. Morb. Mortal Wkly Rep. 63, (Suppl. 3) 1–14 (2014).
12. Qiu, X. et al. Nature 514, 47–53 (2014).

※ 출처: Nature 514, 554–557 (30 October 2014) doi: 10.1038/514554a(http://www.nature.com/news/the-ebola-questions-1.16243)

※ 더 읽을거리
1. 사설 http://www.nature.com/news/call-to-action-1.16231
2. 칼럼 http://www.nature.com/news/developed-nations-must-not-fear-sending-ebola-help-1.16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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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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