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면역반응에 중요 역할을 하는 수용체 단백질의 구조와 작용 메카니즘 연구
[기획]학술상 수상자: KAIST 화학과 이지오 교수
<인터뷰 1편>
- 학술상 수상에 대한 소감
- KAIST 화학과 면역구조학연구실 소개
- Cell지에 발표된 연구성과 주요 내용
- TLR 단백질과 패혈증과의 연관성
- 연구과정 중의 난관과 극복 방법
- 패혈증 치료제 개발
- 그 외 다른 연구내용에 대한 소개
- 현재 연구 여건은 어떠한지...
일시: 2008년 6월 18일, 오전 10:30
장소: KAIST
학술상 수상에 대한 소감 "상을 받게 되니까 굉장히 영광스럽다. 상 받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겠지만 저 혼자 한 일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실험실을 처음 시작할 때 거의 맨바닥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수고를 많이 한 학생들과 연구실 역량이 별로 안 되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 준 덕분에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그분들한테 감사하게 생각한다." KAIST 화학과 면역구조학연구실 소개 "주로 Crystallography를 하는 일이다. Crystallography는 X ray diffraction을 이용해서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밝히는 것이다. 생화학 책에 많이 나오는 헤모글로빈 구조와 같은 것들이 단백질 구조 연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단백질을 생산하고 정제해서 결정 조건을 만들고, diffraction을 통해서 입체 구조를 계산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용체 단백질 family에 관심이 있다. 수용체는 세포막 표면에 발현되는 단백질들이고, 그것들이 호르몬이나 리간드와 결합해서 신호전달(signal transduction)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 몸에 1000여개 정도 된다. 수용체들의 여러 가지 일들 중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면역 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관심이 많다. 면역 세포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려면 혼자서 작동하는게 아니고 대부분 상호 협력을 통해서 작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수용체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pathogen 같은 것이 들어오면 우리 몸에 있는 세포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침입한 세포인지 구별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다 수용체가 하는 역할이다." Cell지에 발표된 연구성과 주요 내용 "단백질 수용체 중에서 TLR(Toll-like receptor 또는 Toll 유사 수용체)이라는 수용체가 있다. 선천성 면역이라는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발견된 지는 한 10년 정도 된다. 보통 말하는 면역이라는 것이 적응성 면역계를 의미한다. 백신 주사를 맞는다던지 홍역에 걸리게 되면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데, 그 때 작동하는 시스템이 적응성 면역계이다. Vaccination 같은 것이 필요하긴 한데, 적응성 면역계가 처음으로 만나는 병원균에 대해서도 전혀 무방비하지는 않다. 이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었다. 처음으로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 Toll-like receptor가 발견되고 나서 부터다. 이쪽 family 단백질들은 pattern recognition receptor라고 한다. 항체 같은 경우는 아주 특별한 분자에만 딱 붙는 반면, 이 family들은 다양한 분자들과 결합할 수 있어서 박테리아 종류들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특징을 읽는다. 처음 만나는 박테리아도 거기에 대해서 면역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대장균, 살모넬라에서 나오는 분자들과 우리가 한번도 본적 없는 처음 만나는 병원균에서 나오는 분자들이 공통점이 있을 수 있고, 그 공통점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을 pattern이라고 하고, pattern을 인식한다고 해서 pattern recognition 이다. 이 pattern recognition이 처음 발견된 것이 TLR이다. TLR의 family member에는 1~10번 까지 있다. 각 family에 따라서 인식하는 분자 유형이 달라진다. 그 분자들이 적응성 면역계의 핵심이다. 그래서 Toll-like receptor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관심 있는 부분들 중의 하나는 사람에서 나오는 비슷한 모양의 분자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외부의 다양한 분자들을 인식하게 되는지 하는 것인데, 그것을 밝히려면 TLR이 어떻게 생겼는지 분자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것을 우리가 처음으로 했다. Toll-like receptor family 4번, 2번, 1번, 이 3가지에 대해서 박테리아에서 나오는 분자들과 어떻게 결합하고 결합되어 있는지 구조를 밝힌 것과 결합 후 면역 반응이 일어나려면 수용체가 활성화 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변화가 생길텐데, 그 변화가 어떤 변화인지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두 가지 주제로 논문을 제출했었다." TLR 단백질과 패혈증과의 연관성 "TLR4와 TLR2는 박테리아를 인식한다.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게 되면 어떤 박테리아가 되었던지 간에 선천성 면역계에 영향을 줘야 하고 TLR도 인식을 해야 한다. 그래서 피 속으로 들어와 감염이 되면 ng의 아주 소량으로도 전체 면역계가 활성화 된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감염이 계속 일어나게 되고 사람이 결국 죽게 된다. 이런 분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면역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일어날 때이다. 그래서 조절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나치게 일어나게 되면 들어오는 박테리아에 대해서 공격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자체를 공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아주 격렬하게 일어나는 것이 패혈증 증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적정한 수준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만, 수술 환자나 나이 많으신 사람들(패혈증이 문제가 되는 평균 연령이 60세 정도이다), 신생아들, 산모들의 경우 체력적으로 매우 약하기 때문에 생리학적 조절이 잘 안되는 상황에서는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격렬해 질 수 있다. 그러면 장기에 손상을 주게 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패혈증인데 약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감염은 항생제(antibiotics)를 쓰면 해결이 될 수 있고, 위생 상태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박테리아 감염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발전이 된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위생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제 패혈증의 발병률이나 사망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감염이 문제가 아니라 면역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3일 내로 대부분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된다. 암이나 당뇨병으로 돌아가시는 많은 사람들도 결국은 마지막에 암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감염이 죽이는 것이다. 워낙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1% 정도가 패혈증으로 죽는다. 중환자실에서는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증상이다." "선천성 면역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큰 동기 중에 하나가 패혈증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패혈증과 관련된 TLR2와 TLR4가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지금은 그 외에도 바이러스 쪽의 중요성도 높아져서 TLR7과 TLR8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시작하는 시점에 와 있다." 연구과정 중의 난관과 극복 방법 "난관이 많았다. 우리가 2003년부터 시작해서 한 5년 정도 걸렸는데, 2003년도에는 랩을 시작한지가 2년 밖에 안돼서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한국에 교수로 부임해 오면서 텅 빈 공간 하나를 제공 받았고 그 공간을 내가 채워 넣어야 했다. 기본적인 장비도 없었서 처음 들어온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Cell 논문을 낸 사람들이 그 때 처음 들어온 학생들인데, 그 학생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실험을 많이 했다.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면 많이 갖춰진 편이다. TLR은 연구가 어려운 단백질이었다. 중요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걸렸던 이유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연구하는 팀이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있었고, 미국에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 팀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기술적인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흔히 쓰는 테크닉으로는 불가능했다. 우리도 4년 정도를 기존의 테크닉으로 많이 시도해 봤는데, 다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 방법으로는 더 이상 안돼서 포기하고, 2006년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것이 논문에도 나왔던 내용이고 특허도 냈다. 사실 안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험실 학생들이 용감하게 도전을 했고 몇 달 만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시도할 때는 아무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몇 달 간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특히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거의 졸업 시한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KAIST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4~5년 정도까지는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지원을 안 해준다. 지원이 끊어지면서 빨리 졸업하라는 분위기이다. 거의 그 단계까지 온 학생들이어서 한 두 달이 아쉬운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용감히 도전을 했다.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 것들이 어려움 이었다." 패혈증 치료제 개발 "약 개발은 오랜 기간을 거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다 모여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하나의 연구 분야라기 보다는 거의 산업이다. 우리도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꽤 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은 그 동안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TLR과 관련해서 보면, 우리가 연구했던 단백질 complex 중에 하나가 Eritoran인데 패혈증 치료제이다. 지금 임상 3상에 가 있다. 패혈증 치료제로 가장 유망한 후보이고, 2010년쯤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그것도 완벽하지 않다. Next generation 약들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모양을 보여주면 화학자들이 효율이 좀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연구 process보다는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외 다른 연구내용에 대한 소개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TLR 단백질을 포함해서) 면역세포 수용체 관련 연구이다. 4~5년 전에 발표했던 BAFF라는 것이 있는데, TNF family이다. TNF family도 면역 세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용체 family로써, 지나친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기능과 관련 있는 단백질이다. 자가면역은 우리의 면역 세포가 우리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예로는 관절염 종류가 많은데, 나이가 들면 면역 세포가 우리 연골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자가면역증도 굉장히 많은데, 면역 세포가 너무 지나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것 중의 하나가 BAFF라는 단백질이다.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새로운 약을 개발하려는 제약회사나 화학연구소 등의 기관과 collaboration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compound를 만들어주면 우리가 target 단백질과 결합시켜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양을 보여주는 일들로, 큰 연구팀의 일부로 참여를 해 왔다. 앞으로는 수용체 관련 연구를 좀 더 강화할 생각이다. Drug target 관련 연구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 현재 연구 여건은 어떠한지... "지금도 열악하다. 해외 연구정보를 배우고 오라는 과기부의 한 프로젝트에 우연히 참여한 적이 있다. 해외의 여러 유명한 lab들을 구경을 했는데 괜히 갔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너무 잘 갖춰져 있었고 경쟁이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한 연구팀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제가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그들과 물량으로 따라가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선택과 집중'이다. 우리의 역량을 계속 모아서 될 만한 곳에 밀어줘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에 한계가 있고, 앞으로도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 보다는 역시 아이디어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한다는 것은 결과가 안 나올 가능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생물학이나 과학에서 상당히 힘든 일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 사람들도 힘들다. 아무리 연구 인력도 많고 돈이 많아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경험상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보는데에 큰 돈이 들지는 않았다.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된 사람들의 하겠다는 의지, 열정이 중요하다. 이런 쪽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 연구가 그런 특성을 가지고 간다면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논문 하나를 내더라도 Impact가 있는 연구를 하기를..." <인터뷰 2편> 일시: 2008년 6월 18일, 오전 10:30 실험실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학생들의 경우 성과가 나오기 직전이 가장 힘들다. 한국의 교수님들이 연구를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략을 쓰시는데, 많은 분들이 사소하더라도 여러 가지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을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연구 결과가 훨씬 적게 나왔다. 다른 실험실의 동기나 친구들은 1년도 안되어서 논문을 내는데, 자기는 5년이 지났는데도 논문이 하나도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나도 박사로 훈련을 받을 때 논문 하나 내고 졸업했고, 우리 학생들한테도 그것을 원했다. 논문 하나를 내고 졸업하는 대신에 impact가 있는 연구를 하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견디기에 정말로 힘들었다. 이럴 때 교수를 끝까지 믿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 관계가 깨지면 더 이상 못 견디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별로 없을텐데, 학생들이 나를 믿고 따라 준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실험실이 깨졌을 것이다." "(교수님 입장에서 기다리고 계시기에도 참 힘드셨을 것 같은데...) 나는 연구 경력이 지금 18년 째로 접어들었다. 어떤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공 확률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늘 그러고 살았다." 지금까지 가장 잘 선택했다 싶은 특별한 경험은? "나의 연구 경력을 생각해보면 연구 분야를 잘 선택한 것 같다. 이 분야가 다른 분야 보다 좋다는 뜻이 아니라 나의 성격과 잘 맞아서 좋았던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자기를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지도교수를 잘 고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선택이다. 나는 그 선택을 잘 했던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지도교수분들이 몇 분 계시지만 다들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줬다. 그래서 학생들한테도 지도교수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말한다. 한 분야에 입문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한테 지도를 받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유학 가는 학생들한테 이 이야기를 계속 강조한다." 좋은 교수님 또는 PI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어려운 부분이다. 누구나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못된 선택도 많이 한다. 결국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에 달려있다. 연구 product가 비슷비슷한 사람들 중에서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거기에 대한 많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분야를 연구해야 되는지, 이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감을 잡고 있는 사람만이 정확히 선택을 할 수 있다. 현재 이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과학자들은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 사회와 떨어져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좌절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우리 학생들도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왜 이것을 해야하나? 잘해서 논문이 나왔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대단한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는 것 같지도 않지만, 역사를 뒤돌아서 보면 대단한 권력이나 힘을 가졌던 자들이 역사를 이끌고 바꿔 왔던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도 사회적 현상에서 과학자들이 관련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존의 과학자가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interaction도 있어야 되겠지만, 사회와 관련된 문제에 학생들은 너무 휘말리지 말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BRIC도 학생들의 가장 큰 커뮤니티이다. 황우석 사태에서도 학생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학생들한테는 너무 휘말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순간의 사건에 기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당연히 해야 될 일이지만, 과학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실험실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구를 하게 되면 Nature나 Cell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이 일종의 마약 같다. 주변에서 인정해 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 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논문이 잘 안 나오더라도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남들이 다 할수 있지만 그들보다 빨리 해서 나오는 연구가 많이 있다. 그런 연구에서 좀 벗어나서 내가 아니었으면 남들이 못했을 것이다 라는 일을 해 보고 싶다." 최근 KAIST의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에 대하여... "2001년도 KAIST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것은 KAIST의 시스템이 예상보다 선진화 되어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내가 1980년대 학교 다닐 때 정도의 시스템에서 학교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을 하고 들어왔는데, 실제로 들어와 보니까 학교의 여러가지 부분이 이미 미국의 상황과 거의 똑같았다. 그러나, 정부의 과기부 시스템 또는 학교 밖은 뒤쳐진 부분이 많이 있었다. KAIST의 발전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좋았는데, 그 중 가장 뒤쳐져 있었던 부분이 Tenure 시스템이었다. 사실 Tenure 시스템이 성공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고,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은 굉장히 다른 Tenure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Tenure 시스템을 따라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Tenure 시스템은 사회의 다른 부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KAIST만 변해서 될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웠고 안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총장님이 새로 오셔서 시도를 하셨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KAIST 발전의 마지막 돌 하나가 치워졌다고 생각한다. 단지 KAIST만 발전할 수가 없다. 항상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서 KAIST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것을 KAIST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서 가능하도록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AIST는 우리 나라의 다른 학교가 발전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한 학교라도 먼저 발전하고 다른 학교의 모델이 되자는 의미로 생겨진 학교이다. 지금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 자체는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가 중요할 것이다." 현장에 계신 연구자로서 과학정책에 대한 바람은? "우리 나라 과학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예전부터 응용과학을 굉장히 강조하였다. 쉽게 말해서 투자하면 뭔가를 거둬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까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였고, 지금도 많이 인색하다. 우리 나라 전체 연구비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거의 대부분이 응용과학에 다 들어간다. 기초과학은 실제로 작은 파이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과학에 대한 철학의 차이인 것 같다. 우리 나라 과학정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과학철학이 그런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초 과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벽이 없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구별이 되지 않는데, 이쪽은 기초과학이니까 고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라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기부가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투자는 많이 하는데 왜 나오는 것이 없냐고 고민을 한다. 그런 사람들한테 나는 한 번 묻고 싶다. 투자하면서 많은 것을 건지려고 노력하니까 오히려 안 나오는 것이 아니냐 라고 묻고 싶다. 축구 선수가 골을 넣고 싶어 하면, 오히려 골이 안 들어 갈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BRIC은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 같다. 사이트가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인지 궁금했다. 다른 분야에는 그런 사이트가 거의 없는데, 생물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일선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의 여론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것이 과기부와 같은 곳에 피드백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BRIC이 갖고 있는 unique한 위치가 중요한 것 같다. 황우석 사태를 보면 BRIC이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제도권 시스템이 못하는 일을 해주고 있다. BRIC과 같은 사이트가 좀 더 발전해서 생물학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발전했으면 좋겠다." 기자: 박지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