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동맥경화 발전 기전과 염증 인자가 미치는 영향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
- 심장내과 연구실 연구 주제와 소개
- 동맥경화 발생과 염증의 관계
- 연구의 주요 대상
- 임상 의사로서 연구를 하기 위한 연구 경험
- 연구원 모집과 채용 계획
-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 연구 성과
일시: 2006년 3월 3일, 오후 2:00
장소: 서울대학교 병원
심장내과 연구실 연구 주제와 소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국제적으로 연구 논문을 많이 내는 곳으로 자부한다. 13명의 의사(교수)들이 각자 전문 분야에서 다양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심장내과 부속 연구실 중에 하나인 우리 연구실에서는 동맥경화 기전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동맥경화 발생과 염증의 관계
"모든 연구가 마찬가지겠지만 코끼리를 소경들이 더듬고 있는 격이다. 동맥경화도 워낙 다양한 면을 가지는 질병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우리는 동맥경화를 염증의 일부분으로 보고, 동맥경화 발생에 염증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주된 세포(염증세포)의 활성도나 유전자의 발현 변화를 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의 주요 대상
"염증의 대부분은 급성염증인데 동맥경화는 수 십 년 동안 진행되어 온 만성염증이라고 할 수 있다. 동맥경화와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인자들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혈중에 있는 염증세포를 동백 혈관 안으로 끌어들여 염증이 커지게 하는 인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혈중에 있는 염증세포 (단핵구)가 혈관 벽으로 이동할 때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단핵구(monocyte)의 주화성운동(chemotaxis)을 유발해서 혈관벽 안으로 이동시키는 물질(chemoattractant 또는 chemokine)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맥경화는 초기 단계부터 동맥혈관 벽에서 염증세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동맥경화가 시작되는 중요 요인 중의 하나가 염증세포의 활성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염증세포를 혈류에서 혈관벽 안으로 이동시키는 물질을 잘 연구하면 동맥경화 발생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동맥경화가 생기는 혈관 벽에 관한 연구는 역사가 훨씬 길다. 내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벌써 많이 부분이 밝혀져 있었다. 그래서 혈관 벽이 아닌 혈관 벽으로 들어가는 염증세포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단핵구(monocyte)들이 동맥혈관 안으로 들어가면 대식세포(macrophage)로 바뀌어서 결정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우리는 macrophage로 바뀌기 전 단계인 monocyte의 활성 조절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chemoattractant에 반응하는 대표적인 수용체인 CCR2(CC chemokine receptor 2)의 regulation과 CCR2의 ligand인 MCP-1(monocyte chemoattractant protein-1)에 관한 연구를 주로 많이 하였다."
임상 의사로서 연구를 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쌓았나?
"서울대를 졸업해서 심장내과 의사로 훈련을 받을 때는 어떻게 환자를 치료하느냐에 100% 고민했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심장내과에서 기초 연구가 발달하지 않았고 1980년대 말 이후부터 여러 가지 연구 기법이 발전하면서 동맥경화를 포함한 심장내과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서울대 병원에서도 1990년대 초부터 실험실을 갖추며 기초 연구를 시작하였다.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인 고지혈증 연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Fellowship 2년 차였고 30을 넘긴 나이었다. 미국에서 어떤 연구를 할까 고민할 쯤, 동맥경화에서 가장 큰 가설 중 하나가 염증에 의한 동맥경화,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동맥경화였다. 이 분야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그룹을 찾다가 Califonia San Diego 대학의 산화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4~5년간 연구하였다."
연구원 모집과 채용 계획
"2001년에 이곳에 왔을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굉장히 소규모의 연구였다. 그 와중에도 괜찮은 연구 결과가 나왔고 나름대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구를 좀더 균형 있게 해나가려면 당연히 시설이나 연구원들이 많이 필요로 한다. 지금은 연구원 1명과 둘이서 연구하고 있는데 몇 명이 더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다.
이곳 서울아산병원은 상당히 큰 규모의 병원이기 때문에 다양한 환자들과 임상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울산대학교가 다른 대학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어서 석, 박사 과정 학생, 박사후 과정 연구원을 구하기가 힘들다. 의과대학 내 의과학 대학원 과정이 있는데 대부분 연구원으로 들어와서 연구하다가 대학원에 입학하는 편이며 학위과정으로 바로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주위에서 왜 매일 같은 연구만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또는 몇 가지에서 분야에서 열심히 해서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연구를 확장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분야 연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해오던 연구이다. Chemokine, chemokine receptor, implement cell 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지금 알려진 지식만으로 해석 해봐도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효과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monocyte, macrophage, 혈관 벽 세포 등으로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Chemokine-chemokine receptor, chemotaxis, Angiogenesis나 다른 여러 가지 cell activity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 연구를 계속 깊이 연구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 성과
"미국에서 연구 시작하면서 계속 CCR2(CC chemokine receptor 2)의 regulation을 보는 연구를 했었다. 우리나라에 와서도 처음 성과를 본 것이 CCR2 regulation이 어떤 상태에서 변화하는지 연구였다. 고지혈증 치료 약물인 스타틴이 CCR2 발현을 억제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장내과에서는 염증인자에 관심이 굉장히 높다. 혈액에서 염증인자가 높게 나온 사람은 심장병에도 잘 걸린다고 보고가 있다. 대표적인 염증인자가 1970년대 밝혀진 CRP(C-reactive Protein)라는 단백질이다.
우리는 CRP가 cytokine과 같은 활성을 가지고 있어서 단핵구를 흥분시킬 때 CCR2 발현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Chemokine-chemokine receptor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MCP-1(monocyte chemoattractant protein-1)이나 CCR2가 단핵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혈관 벽 내피 세포, 평활근 세포에도 발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CCR2가 있는 endothelial cell을 MCP-1이 흥분시키면 어떤 효과가 있는 지 보았다. 많이 알려진 것 중에 하나가 angiogenesis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angiogenesis 기전을 정리해서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 인터뷰 내용 >
- 환자를 보는 것과 연구의 구분과 시간 분배
- 임상의와 연구자의 어려움과 보람
- 젊은 과학자들에게
- 논문을 잘 쓰는 방법
- 하고 싶은 이야기
일시: 2006년 3월 3일, 오후 2:00
장소: 서울대학교 병원
환자를 보는 것과 연구의 구분과 시간 분배
"2001년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몇 년간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였다. 그래서 병원에 오래 남아 있으면서 일을 했었다. 연구와 환자 보는 일은 둘 다 중요하고 이 두 가지 일이 절대로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보면서 병의 원인을 생각하고 치료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기초연구의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현재 일주일에 외래를 2번 보고, 아직 약효가 알려지지 않은 약재의 효용성을 검증하는 임상연구, 그리고 논문을 내는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실험을 시작했지만 이전의 임상경험이 연구에 밑 그름이 되었듯이,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어떤 일을 하든지 서로 통해있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 것과 임상연구, 기초연구 이 세 가지 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임상의와 연구자의 어려움과 보람
"한 해에 수천 명의 의사들이 배출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옛날처럼 환자만 보는 의사 이미지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 중에 기초연구도 포함된다.
예전에는 기초교실, 임상교실 등 분야의 구분이 명확해서 서로 넘어서지 못하는 벽처럼 느껴졌었는데 요즘은 경계가 유연해지고 모든 기초연구나 임상분야가 뒷문에서 만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의사들도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많은 지식이 쌓이면 다른 분야와 통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환자만 열심히 봐도 된다. 자기의 생각을 단련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처음 fellow 말년 차에는 내가 이렇게 기초 연구를 열심히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여기까지 왔다.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뭐든지 열심히 하면 다른 분야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다른 일을 포기해야 하기도 한다. 처음 미국에 갈 때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도 하면서 환자도 보고 여러 가지를 하려고 했지만 막상 기초연구를 하게 되니까 다른 것은 포기를 해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면 그 분야에 열심히 하고,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은 의사들도 연구에 대한 열의가 높고 실험 기법이나 연구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기에 준비된 의사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의사와 연구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의학 저널은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의학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면 의사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성공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님을 잘 둔 덕도 있고, 의사라는 직업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좋은 조건인지도 모른다. 속된말로 연구하다 실패하면 환자만 열심히 봐도 생활은 될 것이다. 이런 것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다른 의미의 성공이나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연구를 하고 있지만 한번도 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재미가 있기 때문에 해왔다. 재미와 프로정신을 가지고 해나간다면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가능성만을 가지고 일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1~2년, 3~4년이 걸려 논문 한편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의 장인정신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연구이다. 이것을 잘 돌파해내면 좋은 인생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논문을 잘 쓰는 방법
"초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동맥경화나 질병도 초기에 잡아야 하는 것처럼, 어떤 주제를 생각할 때 초기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과를 냈을 때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이 연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이것은 직관에 가깝다.
그 다음 괜찮은 연구가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스크리닝이나 초기 단계 연구에 상당히 공을 들여서 해야 한다. 여기에서 확실한 뭔가가 나오게 되면 그 뒤에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하면 할수록 점점 확실해지는 결과를 얻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잘 안되고 힘들거나 본인 생각이 틀릴 때는 과감하게 끊을 줄도 알아야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논문을 쓸 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본인은 자기 연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는 것은 몇 페이지에 불과한 논문이다. 그래서 논문 쓰는 것에는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여도 아깝지 않다. 논문을 쓸 때는 변호사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내 주장을 안 믿는 다른 사람을 설득을 시키는 작업과 같다. 반대 입장에서 봐도 납득이 가야 한다. 보통 저널에 투고할 때 25~30번 정도는 개인적으로 고치고 영어 교정도 받는다. 그래도 실수가 많은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
"아직 내가 하는 연구의 깊이나 넓이가 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내 연구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항상 모든 분야는 다이나믹하다. 지금 하는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길 하지만 한참 뒤에는 새로운 지식과 다른 주제가 나오는 법이니까 그냥 이런 사람이 이런 연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박지민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