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면역현상의 유전자조절 메커니즘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
- 게놈기능제어 창의연구단의 연구 주제 소개
-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 주제를 정하는 과정
- 실험 방법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 대표적인 연구 성과
-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일시: 2005년 8월 31일, 오전 10:00
장소: 연세대학교 과학관
게놈기능제어 창의연구단의 연구 주제 소개
"처음에는 transcription regulation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mechanism 연구를 했었고 최근에는 transcription regulation이 인체 생리현상, 특히 면역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99년 창의 연구단으로 지정될 당시에는 세포 내 유전자발현 조절의 근본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하였다. 초기 실험방법은 RNA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단백질들은 무엇인지 생화학적으로 분리하고, 유전자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 조절하는지, 조절에 필요한 단백질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었다.
유전자의 발현 스위치를 조절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다. 주위 환경이나 온도, 영양상태가 바뀌거나 약, 호르몬이 들어올 경우 다양한 신호에 대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존재할 것이고, 이들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유전자 발현 조절자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신호를 내는 요소도 다양하지만 이 요소에 의해 조절되는 유전자도 우리 몸에는 5만개 이상이다. 그래서 조절자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찾아서 어떤 방식으로 특정 신호를 받아들여 신호를 해석하고 어떤 유전자 그룹을 발현시킬 것인지 밝혀내면 결국 유전자 발현과 관련된 암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 지노믹스 연구가 대두되면서 유전자 수준이 아닌 지놈 수준에서 전체 유전자 패턴을 결정짓는 조절 유전자가 무엇인가 찾아가는 연구를 했었다. 이 연구를 3년 정도하면서 우리들은 인위적으로 바깥에서 신호를 주었을 경우 신호에 대한 조절반응의 변화를 연구할 필요가 생겼다. 신호에 따라 빠르게 transcription이 조절되는 시스템이 무엇인가 찾아봤을 때 면역반응이었다. 면역이란 외부 침입이 이뤄졌을 때 수 초 내지 수 분 내에 면역유전자를 바로 발현해야 하고, 다양한 세균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해야 하므로 신호에 대한 특이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면역에 관련된 유전자 발현 조절이 처음에 하고자 했던 연구를 수행하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
게놈제어창의연구단 멤버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 주제를 정하는 과정
"학부는 미생물학, 대학원 과정에서는 초파리를 이용한 분자유전학을 공부하였고, Post-Doc. 과정에는 효모를 대량 배양해서 단백질을 순수 분리하고 연구하는 core biochemistry를 하였다.
한국에 들어와 직장을 구할 때 학위과정에서 했던 연구 수준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소가 국내 어디에 있을까를 중요하게 고민했었다. 그래서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6~7년 정도 근무를 했다. 그 곳 소장님께서 실험실을 만들 때 내가 하고 싶은 연구, 내가 해야 하는 연구를 직접 제안해서 할 수 있도록 많이 격려를 해주셨다. 당시는 Post-Doc.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아이디어만으로 실험실을 운영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었다. 외국에서 하던 연구를 가져와서 그대로 진행하면 이 전 실험실과 경쟁에서 더 잘 할 수 있을지 이에 관한 상당한 고민도 많이 했었다. 결국 해보니까 그리고 열심히 하니까 결과가 나오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많은 분들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연구 주제를 얼마나 잘 정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연구주제에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하느냐가 더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실험 방법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실험 아이디어는 결국 다른 사람의 논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Innate Immunity 연구를 한다면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도 중요하지만 조금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논문들을 보면서 얻는 아이디어가 많다. 아이디어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봐야 되는 그런 것들이다. 각 분야마다 문제 해결과 접근을 위한 방법이 다른데, 각 분야마다 당연히 해봐야 하는 실험 방법들이 있다. 유전학자가 당연히 해보는 실험, 생화학자가 당연히 해보는 실험은 다르다. 우리는 그 연구방법을 우리 실험에 적용 해봄으로써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 프로테오믹스, 지노믹스와 같은 기술이 상당히 발전하면서 마치 학문처럼 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은 학문보다는 하나의 기술이다. 기술이란 시대에 따라 필요하면 얼마든지 실험에 적용시켜 써야 하는 요소이다.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면 남들이 보지 못한 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신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도 실험 성공의 요소가 된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
"먼저 나만의 성과가 아님을 밝힌다. 어떤 중요한 것은 Post-Doc. 과정에서 지도 교수님과 함께 이룬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우리 실험실을 거쳐 간 박사님들과 학생들이 같이 연구해서 얻은 성과이다.
첫 번째 중요한 성과는 미디에이터(multiprotein mediator)라는 단백질 콤플렉스를 발견한 것이다. 미디에이터는 전사 초반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이다. Post-Doc. 과정 때 지도교수인 Dr. Kornberg 교수님과 함께 1994년 미디에이터를 처음 발견해서 Cell 저널에 발표했다. DNA에서 RNA가 만들어질 때 RNA polymerase가 작용하고 transcriptional activator, transcriptional repressor들이 promoter에 결합해서 조절한다고 하는데, in vitro에서 순수 분리한 polymerase와 transcriptional factor들을 모두 넣고 DNA와 섞어주면 전사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뭔가 빠진 factor가 있다는 것이다. 그 빠진 factor가 전사과정을 매개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름을 mediator라고 짓고 순수 분리한 결과 20~30개 단백질로 이뤄진 complex라는 것을 알았다. 이들이 RNA polymerase를 감싸듯이 존재하면서 transcriptional activator들이 접촉하면 RNA polymerase로 이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두 번째는 최근에 innate immunity가 어떻게 조절되는가를 밝힌 연구 성과다. 지금까지는 NF-κB가 거의 모든 면역반응의 핵심 조절자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NF-κB 이외에도 80~90% 이상의 어떤 다른 유전자들이 inflammation에 따라서 macrophage가 움직이는데 필요하거나 apoptosis를 일으키는데 필요하다거나 등등 더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NF-κB가 활성해서 면역 유전자를 만들어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면역 유전자를 소멸시키는데 AP-1이라는 transcription factor가 작용하는 것도 밝혀냈다. 면역 반응이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과잉면역반응이 일어나서 질병이 되는데 이를 막는 것이 AP-1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기존에 AP-1이 유전자발현을 증가시키는 transcription factor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repression을 직접 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연구 계획과 방향
지금 현재 초파리와 마우스 두 모델을 이용해서 innate immunity와 관련된 새로운 신호전달 유전자를 약 20여 개 찾아냈다.
먼저 초파리의 microarray screen을 통해서 찾아낸 innate immunity 관련 유전자를 후보군을 찾았다. 이 유전자에 대한 초파리 mutant를 대전에 있는 제넥셀에서 만들고 있다. 초파리 mutant를 가지고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좀더 질병치료와 연관짓기 위해서는 결국 마우스에 적용을 해야 한다. 초파리에서 발견한 유전자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는 유전자를 마우스에서 찾아내는 연구뿐 아니라 마우스의 면역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도 직접 탐색하고 있다
< 인터뷰 내용 > 일시: 2005년 8월 31일, 오전 10:00 |
교육 방침 및 대학원생 인재상
"연구자는 독해야 한다. 아마 우리 실험실은 굉장히 힘들다고 소문이 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이언스는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라고 얘기한다. 의사는 일정 수준이 되면 자격증을 주지만, 과학은 무한경쟁 분야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자는 프로 축구나 프로 야구 선수들과 다를 게 없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본인이 하는 것을 즐겨야 하고, 즐김과 동시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이클 조던은 전성기 때에도 하루에 자유투 1000개 연습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경우, 선배 과학자들이 후배 과학자들의 용기를 꺾는 말을 한다. 국내에서 석사하고 박사 해 봐야 직업도 못 구한다는 등... 그러나 이것은 이 분야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물론 길게 보면 기초가 응용이 되어 산업에 기여를 하지만), 이를 위해 국가가 월급을 주고 연구비를 준다는 것은 굉장히 선택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매력을 느껴야 한다.
과학은 자격만으로 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고 자신의 실험실을 갖고 난 뒤, 유명해 진 뒤에도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과학에 매력을 느끼고 본인의 적성에 맞는다고 깊이 생각한 후 판단했다면, 어떤 학생이든지 같이 일할 수 있는 학생이다."
연구 중에 힘들었던 때와 극복 방법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실험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부분은 어려운 실험이나 안 될 것 같은 실험으로 인한 좌절보다는 가장 쉬운 것, 예를 들면 DNA preparation이 어느 순간 안 되거나 E. coli transformation이 안되기 시작하는 때이다. 당연히 되는 실험이 안 되는 때가 항상 온다.
그리고 연구를 제일 처음 시작할 때도 힘들다. 맨 처음 실험실에 들어오면, 프로토콜대로 실험을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 왜 안 되는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과 별다르게 하는 것은 없지만 된다. 어떤 사람은 한 달 만에 그 시기를 넘기고 어떤 사람은 2년 3년을 넘기기도 한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힘들지만 이겨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몇 번씩 더 함으로써 힘든 기간 빨리 넘기는 수밖에 없다. 연구자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실험이 안 된다고 했을 때, 남들은 되는데 나만 안 된다면 이것을 해내려고 하는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본인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논문에 관한 에피소드
"게을러서 논문을 다작하는 편은 아니다. 일정 수준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들어 쓰지를 않는다. 쓰기 시작하면 story가 완벽하기 때문에 rejection 문제는 많지 않다. 초기 molecular cell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cell 저널에 투고한 논문인데 2번 정도 수정을 하다가, 다음 주에 바로 저널에 실어주겠다고 해서 molecular cell에 발표했다. 물론 이것은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다.
주요 저널에 논문이 실리는 것은 general audience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과학을 하다 보면 한 분야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은 없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주요 저널에 발표하기가 어려워진다.
논문을 쓸 때는 본인의 주요 관심 가지는 것이 무엇이고 이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저널에 발표하던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조언
"과학자는 자신의 호기심과 문제를 풀기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시장의 요구 없이도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이 과학자의 기본자세라고 본다.
그리고 요즘 사회는 과학자에게 과학자의 기본자세 뿐 아니라 다른 것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과학자가 많은 나라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과학자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과학자 수가 적기 때문에 과학자가 연구도 잘 해야 하고 사회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은 일반대중과 과학의 관계가 정립되어가는 단계이다. 시민 단체가 얘기하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적절하게 과학자로서 책임지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고, 대중의 opinion을 어떻게 형성해 나가야 하는지도 고민 해 봐야 한다.
언론 매체에서 발표하는 BT의 결과가 금방이라도 신약이 나올 것처럼, 난치병이 나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것이 정말인가 일반 대중이 믿고 따라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적절한 대처도 현 시대 과학자의 역할이다.
기본적으로 연구 활동에 충실한 상태에서 나가야 한다. 이런 일들은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 젊은 과학자보다는 선배 과학자들이 우리나라 과학여건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무형의 가치, 이해와 지원이 필요
"지금은 과학자는 본인의 연구 분야가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는지 얘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이런 것을 얘기하다 보면 언론을 통해 과장 되는 경우가 생긴다. 과학자들의 얘기를 일반인에게 적절히 전달할 수 있는 매체도 생겨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편은 아니라서 모든 활동에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2~3년 짧은 기간 안에 진행된 프로젝트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유형적인 것만을 본다.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는 것 뿐 아니라 과학을 통해 만들어지는 무형이나 문화에 대한 기여도를 정책 입안자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연구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하는데, 초파리 약을 만드는 것도 아니므로 당장 신약이나 치료에 쓰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노하우와 기초 지식이 쌓이면서 우리만의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무형의 것은 점차 쌓여오다가 어느 순간 순식간에 혜택을 줄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정부나 국민이 2~3년 안에 눈에 보이는 것만을 요구하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선진국과 같이 다양화를 통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초연구에서 대박이 나오는 것인데 우리는 빤히 보이는 것만 쫓다 보면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놓치게 된다."
기자: 장영옥
촬영/사진: 박지민
동영상 편집: 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