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누구도 풀지 못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예쁜꼬마선충 연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인터뷰 1편>
-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 소감
- 연구 성과 소개
- 누구도 하지 못했던 연구,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 종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Nictation 행동
- 진행하고 있는 다른 연구주제들
- 그 외 관심을 두고 계신 연구
일시: 2013년 3월 27일, 오후 4:30
장소: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 소감 "작년 8월 연구년으로 스웨덴에 있는 케롤린스카 의과대학에 있었을 때였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서 섭섭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영광스러운 상이었다. 그리고 약 7년 동안 우리 학생들이 많은 고생을 해서 낸 첫 번째 논문이었다. 학생들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 연구 성과 소개 "실험실에서 쓰고 있는 재료가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다. 보통 선충은 바닥을 기어다니는 행동을 한다. 그런데 먹이가 없어지면 특정한 행동을 한다. 고개를 들고 머리를 흔들거나 기다리는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을 우리가 닉테이션(Nict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관한 연구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에서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특정한 신경세포 한 세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단일 신경 세포가 행동을 전적으로 조절한다는 점 때문에 학술지에서 인정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 논문의 디스커션에 이런 내용을 썼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보면 종의 확산 과정에 대해서 여러 사례들을 기술해 놓고 있다. 그 중 한가지로, 바다에 있는 조그마한 조개가 어떻게 해서 다른 섬이나 다른 대륙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관해서 날아가는 새의 다리에 붙어서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관찰의 결과를 통해서 종의 기원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가 실험한 것은 선충이 실제로 초파리에 붙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가는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 그래서 논문에서는 찰스 다윈의 종의 확산을 기술한 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단일 세포 수준에서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라고 다소 공격적인 디스커선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저널 측에서 받아들여 주었다. 이 논문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참고문헌으로 넣은 몇 안 되는 논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논문의 초반부에는 이 행동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첫 단추를 찾은 것이고, 후반부에는 이 행동이 왜 진화적으로 보전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종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한 내용이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연구,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분석법을 찾기까지 처음에는 많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 아주 단순한 해법을 찾았다. 선충은 먹이가 없는 상태에서는 곰팡이를 타고 올라서는 행동을 하는데, 실험실에서는 곰팡이를 키울수 없다. 근데 상처가 생기면 붙이는 거즈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곰팡이 균사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선충이 거즈를 곰팡이처럼 느끼고 선충들이 올라온다. 그것을 우리가 첫 번째로 찾았고 실험실에서 재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화여대 박성수 교수님 연구실에서 micro-dirt chip을 만들어 주셨다. 그것은 나노기술을 응용해서 25μm 크기의 기둥들을 한천 배지에 만든 것인데, 선충들이 지나가다가 부딪히면 고개를 들고 올라가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분석법을 확보함으로써 단일 개체 수준에서 선충의 행동을 관찰해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찾는데에 3~4년이 걸렸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분석법을 발견하게 된 것은 1~2년 사이에 대부분 이루어졌다. 논문을 제출할 때에도 이 현상에 대해서 처음으로 보고를 하는 경우이다 보니 많은 보충자료들을 요구받았고 거의 20개 이상의 그림이 보충자료로 제출되었다. 논문 한 편을 내면서 많은 노력이 들어갔지만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보람은 있었다." 종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Nictation 행동 "지구상에서 많은 종들이 생겨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지구를 뒤덮게 되는 상황에서 이 선충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우리 학생들이 사과 농장을 다니면서 한국산 선충을 찾는 작업들을 한다. 땅에 떨어져 있는 썩은 사과에 보면 선충들이 아주 많다. 그 선충들은 썩은 사과를 다 먹고 나면 어디론가 가야 한다. 이 때 선충들이 기어서 가는 것 보다는 초파리나 딱정벌레에 붙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가는 것이 훨씬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sensory neuron이 관여되어 있다. 어떤 접촉을 느끼는 신경세포에 의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관여를 하고 있다. 다른 논문들을 보면 파리도 위협을 받을 때 날개가 없더라도 점프를 해서 피하는 행동을 한다. 이와 비슷한 신경세포가 관여되어 있는 것 같다." 진행하고 있는 다른 연구주제들 "염색체 말단인 telomere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우리가 논문을 낸 적이 있었다. Telomere가 유지되는 기전은 telomerase라는 효소에 의한 기전이 있고 telomerase가 없이 alternative하게 유지되는 기전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적게 되어 있어서 우리가 예쁜꼬마선충 모델을 이용해서 telomere 유지 기전의 새로운 인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 유전학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단일 세포 수준에서 보는 세포학적인 실험이나 돌연변이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 수명이 길어진 돌연변이를 가지고 작업할 때에는 telomere가 점차 짧아져서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금까지 6~7년 정도 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 외에도 공동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꼬마선충이 좋은 모델 동물이다 보니 꼬마선충의 비슷한 유전자을 연구해야 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같이 연구하자는 연락을 해 주신다. 대표적으로 발암억제 유전자, 신호전달관련 인자 등에 관해서 꼬마선충을 모델로 연구할 수 있는 경우에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외 관심을 두고 계신 연구 "Nictation 행동을 일으키는 특별한 발생 단계에 있는 선충의 유충이 있다. 그 유충의 신경계를 통째로 분석해 보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전자 현미경 사진을 만 장 정도 찍어야 한다. 신경세포들을 하나씩 색깔을 입혀서 연결을 하면 신경세포들을 3차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러면 신경 회로가 완성되는 것이다. 꼬마선충의 성체에 대한 신경 회로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리소스가 된다. 이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전자현미경 공부를 직접 하고 있다. 누가 전자현미경을 한 대 주면 좋겠는데(웃음), 그러면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학문의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적 역할이 중요"
<인터뷰 2편>
- 연구의 아이디어 확보와 방향 설정은?
- 생물학자가 되신 계기가 있으셨다면?
- 연구과정의 어려움은?
- 교육과 연구, 그 역할에 관하여…
- 학생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 교수님의 일과는?
- 마지막으로…
일시: 2013년 3월 27일, 오후 4:30
장소: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의 아이디어 확보와 방향 설정은? "오래전 실험실이 아주 작았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동그란 탁자가 있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여러 번 이사를 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차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을 때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논문에 실려있는 내용도 그러한 과정에서 나왔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보여줄까 그러한 이야기를 서로 하다보니 옆 실험실의 초파리를 좀 얻어서 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선충이 초파리에 붙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간다는 실험을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중요한 내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누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샅샅이 조사를 해야 한다. 나의 질문이 누군가가 이미 던지고 있는 질문이라면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우리 실험실이 가진 10개 정도의 키워드들을 Pubmed에서 모두 검색을 해서 논문들을 조사한다. 그래서 아주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이어야 비로소 시작을 하고 방향을 잡는다." 생물학자가 되신 계기가 있으셨다면?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 대학 2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선택해야 했는데, 물리와 화학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남은 것은 생물학 밖에 없었다. 동물학과, 식물학과, 미생물학과 3개의 학과가 있었는데 미생물이 좀 있어 보여서 선택을 하였다. 그 후로 뭔가 제대로 공부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진학을 하게 되었고, 박사과정을 Caltech에서 하게 되었다. 그 곳에는 발생학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이 많았고 꼬마선충에 대해서 막 연구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말하자면 미생물학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생물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재미있다. 생물학은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학문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생물이 좋았다는 경험이 별로 없었지만, 세월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주 멋진 분야인 것 같다." 연구과정의 어려움은? "처음 연세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시작을 해서 첫 4년이 넘도록 논문 한 편이 없었다. 욕심을 가지고 좋은 연구, 큰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했지만 논문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5년차 정도가 되었을 때 논문을 냈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비를 따내기도 힘든 일이 벌어졌다. 아마 지금의 젊은 교수들도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큰 규모의 연구를 하고 싶지만 작게 나누어 연구를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연구비를 따 내야 하고 논문이 있어야 재임용되고 하는 것들이 연구에 매진함에 있어서는 걸림돌이다. 연구비를 매년 계약해야 한다거나 학생들을 지원하면서 연구도 해야 하는데 늘 부담스러운 부분들이다. 연구비 규모가 적정 규모가 되어서 한 두가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교육과 연구, 그 역할에 관하여… "대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연구와 교육이 같이 가야되는 기관이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연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대학의 연구실은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학문 후속 세대를 잘 키워내야 학문의 확산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에 신경써서 잘해봐야 본전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우리 실험실내 모든 학생들이 내가 원하는 연구의 수준에 따라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업이나 국책연구소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대학에서는 최소한 교육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의 수만큼 서로 다른 눈높이를 가지고 함께 토의하면서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원하는 것과 각자가 될수 있는 바에 맞춰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교육과 연구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하다." 학생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기초적인 생명현상의 원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넘친다면 생명과학은 진짜로 해볼만한 학문이다. 엄청난 끈기를 필요로 하는 실험 과학이지만 어떻게 보면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 하다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이 계속 열린다. 그런 경험을 하다보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올가미 같은 매력이 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더이상 설명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생명과학에 호기심이 있다면 그 다음으로 자신에게 그만한 끈기가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매일이 즐거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러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뛰어들만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질 필요가 없다. 열심히 기초를 닦으면 창의는 함께 따라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학은 연구만 하는 것이라 교육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일과는? "얼마전 1년동안 스웨덴에 가 있었다. 그 곳에서의 생활이 우리와는 달랐다. 우리는 항상 바쁘지만, 스웨덴에서는 여유를 가지되 일을 할 때에는 집중을 해서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여유는 없고 바쁜 것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은 가능하면 여유와 집중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일과 시간에는 사무적인 일이 많고 수업도 해야 한다. 17년째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항상 시작하기 전에는 긴장이 되고 강의를 끝내고 나서야 마음이 풀려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주로 저녁시간이나 새벽시간이 방해받지 않는 좋은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처음 꼬마선충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 연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학생들이 오히려 부러운 생각이 든다. 생명과학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우리 실험실에 와서 노크를 하면 언제든지 상담해 줄 수 있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생명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준호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BR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