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DNA 복제 연구는 오래 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연구 주제
[2003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학술상 생명과학상 수상] KAIST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
- 세포 분열 조절 단백질 연구단 소개
- 오래 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연구
- 세포 분열 조절 연구 계기와 시작
- 연구전략
- 연구성과
- 집중할 연구주제
일시: 2004년 2월 12일, 오후 2:00
장소: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세포 분열 조절 단백질 연구단 소개
우리 연구실에는 크게 3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진핵 세포의 DNA 복제 기작에 관한 연구이고 두 번째는 DNA 복제과정 이상으로 인한 인간의 유전병 발병 기작에 관한 연구이고 세 번째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조절이 어떻게 일어나며 이 조절 기작과 세포 분열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이다. 대부분은 현재 문헌에도 나타나있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서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오래 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DNA 복제 연구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히면서 처음으로 유전정보가 DNA template에 보관되어 있고 그것으로부터 거대 분자가 복제된다는 것을 예측했다. 이 예측을 증명하기 위해 그 뒤 많은 생화학자들이 대장균이나 Bacteriophagy를 모델 시스템으로 해서 DNA 복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대부분이 이들의 예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두 가닥의 DNA가 풀려서 연속적으로 복제된다는 예측은 나중에 두 가닥 중 한 가닥은 연속적으로 복제가 되고 나머지 한 가닥은 불연속적으로 작은 DNA 조각이 복제되고 나중에 하나의 큰 가닥이 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이는 DNA polymerase와 DNA 구조 때문이다. 이런 DNA 복제 모델은 생화학책에도 실려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이 연구가 수행되었고 거의 다 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DNA 복제 연구는 오래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DNA 복제는 origin이라는 특정 지점에서 시작을 하는데 대장균은 oriC(origin of chromosome)에서 시작되고 대부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하나의 origin에서 복제가 시작된다. 인간의 DNA는 33억 개의 염기로 되어 있고 23개의 chromosome으로 나뉘어 있다. 보통 진핵 세포의 DNA polymerase가 1분당 600~1000개의 DNA를 합성하는데, 각 chromosome이 하나의 origin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DNA가 복제되는데 2주일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8시간에 끝난다고 하는 것은 복제 origin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이며 인간의 경우 3만개 정도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렇게 많은 복제 origin이 존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핵 세포에서는 아직 하나의 복제 origin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Origin을 찾지 못해서 아직 origin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세포 분열에 따라 조절을 받는지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세포 분열을 연구하는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growth factor나 세포 자극으로 DNA 복제 연구를 해왔으며 어떠한 signal이 전달되어 DNA 복제가 되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서 시작하는 지, 최종 복제 활성화 지점은 어디인지 알지를 못하고 있다.
진핵 세포의 DNA 복제 과정과 세포 분열 조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유는, 인간을 비롯한 진핵 세포의 DNA가 복잡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모델 시스템으로 하여 DNA복제를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유전체의 크기는 인간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약 50만 분의 1) 인간의 모든 복제 단백질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세포 분열에 따른 DNA 복제 조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세포 분열 조절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은 이런 진핵 세포의 복제 조절 연구를 하고 있다.
세포 분열 조절 연구 계기와 시작
진핵 세포의 DNA 복제 과정과 세포 분열 조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유는, 인간을 비롯한 진핵 세포의 DNA가 복잡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모델 시스템으로 하여 DNA복제를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유전체의 크기는 인간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약 50만 분의 1) 인간의 모든 복제 단백질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세포 분열에 따른 DNA 복제 조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세포 분열 조절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연구실은 이런 진핵 세포의 복제 조절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으로 분자생물학 공부를 하러 갔다가 "lab rotation" 참가 학생으로 핵산생화학연구실에 잠시 머물면서 연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연구 방법이 아주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서 나한테 꼭 맞는 학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 들면 그 당시 (20년 전) 한국에서 방사선 동위원소로 DNA labeling을 한다면 아주 조잡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실험실에서는 실제로 DNA중 몇 개가 labeling 되었다는 정도 수준으로 정확하게 실험하는 것을 봤다. 당시 분자생물학에서 소홀하기 쉬운 양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을 아주 정확한 과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핵산생화학 관련 연구를 하게 되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현재 yeast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지만 한국으로 처음 돌아왔을 때 yeast를 대상으로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는 Simian Virus 40(SV40)를 가지고 인간의 세포와 단백질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세포를 대량으로 키워서 세포를 깨고 단백질을 얻어내야 하므로 상당히 노동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연구이다. 한국에서 이런 연구를 하려면 Hela cell을 일주일에 60~120L 배양해도 아주 소량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데 serum 값을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연구가 안된 진핵 세포의 단백질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배양이 쉽고 저렴한 yeast에서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Yeast 연구에서 나온 정보를 거꾸로 human에 적용하면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유향숙 박사에게서 wild type yeast를 얻고 미국에 primer 2개를 주문해서 한국에서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세계의 연구소와 경쟁할 수 있는 연구전략
단지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한국에는 이 분야 연구자가 거의 없다. 장비의 우월성으로 연구의 승패가 결정되었다면 연구비가 많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연구가 훨씬 발전했을 것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분야는 기술이 아닌 머리로 하는 연구이다. 우리가 모든걸 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하고 자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깊게 들어가는 연구자가 많다면 우리나라도 외국과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성과
진핵 세포의 DNA 복제에서 lagging strand에서 Okazaki 단편의 대사과정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DNA 복제 분야에서 중요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당시 그 DNA 복제 모델에는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해결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한국에서 연구를 했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만일 미국에서 연구를 했다면 주도 그룹(leading group)의 연구진행 방식이나 개념, 틀에 맞춰 연구를 진행 했을 것이다. 이를 따라가지 않으면 논문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외국 학회에서 연구 발표를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었느냐고 물어온다. 나는 "한국은 Archipelagos (칼라파고스 제도) 같은 곳이다. 따로 떨어져 있어서 독립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처럼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당신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낸다"라고 얘길 한다.
염기의 반복 서열 중 삼핵산 반복서열(trinucleotide repeat)0| 불안정할 경우 많은 유전병이 발생한다. 현재 1000여 가지 인간의 유전질환 중 헌팅톤씨 병, fragile X syndrome을 포함하는 약 2%에 해당하는 20여 유전질환이 삼핵산 반복서열의 불안정성에 기인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우리는 현재 삼핵산 반복서열이 불안정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최근에 삼핵산 반복서열을 많이 갖는 유전자들이 불활성화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집중할 연구주제
Replication fork의 lagging strand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당연해서 생각 해보지도 않은 의문이 있었다. DNA가 복제하는 도중에 mitosis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유전물질을 정확하게 나눠 갖음으로 세포 분열이 완성이 되는데, 복제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포가 분열해버리면 유전물질이 부족해지고 결국은 세포가 죽게 된다. 강제로 mitosis를 유도하거나 S 단계에 손상을 줘서 시간을 늘리게 되면 시간상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실제 실험에서는 mitosis로 안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론은 DNA가 복제되는 중간에는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조절 메커니즘이 있어서 조절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DNA 복제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세포가 어떻게 인식하는 가이다. 그 인식는 DNA복제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DNA가 손상되었을 경우 복구를 위해서 부분적인 DNA 합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DNA 합성 자체는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이고 유일한 것은 무엇보다도 lagging strand의 Okazaki 단편이다. 유리는 만일 이것이 신호로 작용해서 세포가 인식한다면 복제 중에는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왔다. 실제로 single strand에 결합되어 있는 replication protein A(RPA, 우리가 세운 Okazaki 단편의 새로운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가 signal로 작용한다는 것이 작년 science지에 발표되어 우리의 가설을 뒷받침했다. RPA라는 단백질은 Okazaki 단편 합성 중에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인간 DNA 복제의 경우 한 2000만 번 만들어진다. 또 DNA 복제에서 유일한 부분이다. 여기에 우리가 연구하는 Dna2 효소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Dna2의 활성 조절과 세포 분열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Dna2 효소는 양이 굉장히 적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결코 쉽지가 않다. 우리는 DNA 복제를 방해하면 세포는 Dna2의 활성을 저해하여 primer RNA가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세포 분열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DNA복제를 방해하면 Dna2는 인산화 되어 활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0kazaki 단편의 대사가 정지된다. 이 결과는 세포 분열 정지 신호를 더욱더 증폭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래서 긍극적으로 RPA를 single strand에서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 분열을 중단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세포 분열 조절과의 관련성을 증명하려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 진핵세포 분열의 origin을 못 찾았기 때문에 우리는 거꾸로 replication fork에서 시작해서 initiation molecule로 접근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신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할 예정이다.
< 인터뷰 내용 >
- 대학에서 제자를 지도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보람
- 국가의 연구비 투자는 인내심이 필요
-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
- 과학자들의 활발하게 연구 활동이 결국은 국가의힘
일시: 2004년 2월 12일, 오후 2:00
장소: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대학에서 제자를 지도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보람
가능하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준다. 나도 그렇게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실험에 관한 조언을 해주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연구를 위해서 학생은 스스로 자신을 교육시키는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실험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교수가 시키거나 간섭한다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출근이나 퇴근 시간은 언제이고 하루에 몇 시간을 연구할 것이며 어떤 실험 방법을 사용하는가 등 연구에 관한 것을 결정할 때 나는 항상 학생이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먼저 해보라고 한다.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이것으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만일 연구 결과가 안 나온다면 그때는 내 방식을 제안해 본다. 실험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경험으로 본인에게 축적이 되므로 결코 시간 낭비는 아니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발견하는 한국 학생들은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대화)이다. 동료와는 어느 정도 대화가 이뤄지는 것 같은데 아래나 윗사람과 대화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아도 혼자보다는 둘의 생각을 합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그래서 실험에 관한 토론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학은 본인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절대로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아주 중요한 발견이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같은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부분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교수들은 학생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른 눈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가 있다. 실험결과를 보고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대화를 아주 두려워하고 내가 궁금해서 결과를 보고싶어 하면 큰 압력으로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공부할 때는 교수(Jerard Hurwitz)와의 이런 토론을 아주 즐거워했고 데이터 하나라도 나오면 교수에게 가서 얘기를 했다. 우리 교수님은 아침에 실험실 오시면 모든 실험벤치를 돌면서 학생들과 실험내용을 이야기 하셨고 저녁에 퇴근하기 전에도 그렇게 하셨다. 그러니 내가 일부러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 아침에는 저녁이나 밤에 한 연구결과가 보고싶어 오는 것이고 저녁은 낮에 한 연구를 보러 오시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궁금하니까 오는 것이지 어떤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도 이런 대화 시간이 즐거웠는데, 교수님께 데이터를 보여주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그 사람의 입에서는 과거에 누가 이런 비슷한 실험을 했고 결과가 어떠했다라는 등 많은 역사가 흘러 나왔다.
국가의 연구비 투자는 인내심이 필요
연구 과제에 따라서 연구주제가 결정된다면 그 나라의 과학은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본다. 아무리 사소하거나 직접 돈이 안 되는 분야라고 하더라고 각 분야별로 깊게 지원을 해야 한다. 과학에 분야가 수십 수만 개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중에서 제일 다양한 분야가 생물학인데 제대로 연구하는 실험실이 있다면 충분히 지원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지원을 해야만 연구실의 역사가 쌓이고 다음 세대로 연구가 전수 될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연구비 기획에 맞춰 연구 제안서를 올리게 되면 연구의 유행만 있을 뿐 연구실의 역사란 있을 수 없게 된다. 진핵세포의 복제 연구도 오래 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얘기이듯 각 분야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크고 작은 문제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연구비를 주는 분들이 이런 점을 참고 했으면 좋겠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조언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석사, 박사 학위를 하고 과학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때가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이러했다면 더 나은 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있다.
과학자가 되고 싶으면 궁극적인 목표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위를 마치고 앞으로 10년 뒤 일정한 직업을 가졌거나 독립된 연구를 하고 있을 모습을 그려보았을 때, 그때 필요한 소양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대부분은 실험 열심히 하고 실험기술 많이 익히고 논문 많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완벽하게 독립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아주 중요하다.
하나는 연구비와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비가 있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완벽하게 독립된 연구를 할 수가 있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 머리로 생각해 낸 연구 과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연구과제는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을 이해 시킬 수 있는 글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 한가지는 앞에 이야기 했듯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실험비용, 실험기간을 줄이고 본인 연구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연구비와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 이에 더하여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렸을 때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만일 영어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과 활발하게 어울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대학원 1학년 때 세미나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미나 시간에 발표할 때 준비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큰 자랑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당시 한 미국 학생이 자신의 세미나 발표 몇 시간 전에 나를 찾아와서 자신의 발표하는 것을 봐달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발표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친구가 발표 연습을 봐달라고 하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이것이 내가 과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고 직업이다."라고 말을 했다. 그 친구는 남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그때부터 연습하는 것 같았다. 거의 완벽한 것과 진짜 완벽한 것의 차이를 깨닫게 해주었다.
과학자들의 활발하게 연구 활동이 결국은 국가의 힘
연구하는 사람이 늘 걱정하는 것은 사실 연구비이다. 한 연구실의 큰 역사가 쌓여야만 국가의 지식으로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이 결국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과학자의 활동이 없으면 그 국가는 죽은 사회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에는 능력 있고 자질 있는 양심적인 과학자가 많이 있다. 이들이 연구 지원을 받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당장의 효과를 볼 수 없다 하더라고 10년, 20년, 30년 뒤 역사가 쌓이면 그 결과가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력으로 돈을 벌어들이던 때가 있었고 기술력으로 돈을 벌어 들이는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학이다. 과학을 키워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지금 우리 나라 과학자들은 엄청난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연구실마다 각자의 역사를 쌓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장영옥
사진, 촬영 이강수
동영상 편집 유숙희